'사과 등판' 김건희, 국면 전환?...이준석發 내홍 악화일로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여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며 전열(戰列)을 가다듬고 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날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도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세의 수위도 높다. 선봉에 선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무식한 3류 바보들을 데려와 전부 망쳐놓았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같잖다", 공수처의 통신조회에 대해서는 "미친 짓"이라며 거칠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일제히 대여 파상공세에 나선 것은 그동안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이력 논란과 당 내홍 등으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면서 수세에 몰렸던 만큼 전선을 넓혀 집안싸움에 쏠려있던 여론을 분산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 진영을 흔들어 보수 집결과 '중원' 확장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인 것인 것인데 윤 후보의 ‘거친 입’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선대위에서 하차한 이준석 대표가 연일 윤 후보와 각을 세우고 있어 내홍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본진(本陣)'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상대 진영을 흔들면서 '반문 빅텐트'로의 국면 전환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식한 3류 바보들" "李 같잖다"…거세지는 윤석열의 입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 사과 이후 당 내홍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강도높은 쓴소리와 함께 이 후보를 향한 날선 공격에 나서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북선대위 출범식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무식한 3류 바보들을 데려와 전부 망쳐놓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진보 세력을 향해 "마치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살아온 그 집단들이 이번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서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맹폭했다.

윤 후보가 진보세력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진보세력과 선명성 대결을 통해 그간 집안싸움에 흔들리는 지지 기반을 다잡고 반문(반문재인)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맥락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서는 더욱 거센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토론 제의에 대해 "민주당에서 저보고 토론하자고 한다. 제가 바보인가?"라고 반문하며 "제가 이런 사람하고 국민 여러분 보는 앞에서 토론을 해야 하겠느냐. 어이가 없다. 정말 같잖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공수처 통신조회 겨냥한 尹, "이건 미친 짓…선거 개입"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조회 문제에 대해 '불법사찰'이라며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전까지 소속 의원 105명 중 84명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 후보와 부인 김씨의 통신자료도 조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야당 후보와 언론, 심지어 학자들까지 무분별하게 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명분을 이미 상실했고,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노골적인 대선 개입의 마수를 드러낸 공수처는 당장 해체하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 문제를 사찰수준을 넘어 선거개입이라며 더욱 강한 어조로 공수처를 질타했다. 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가 국민의힘 의원들 100여명이 참여한 단체대화방까지 털었더라"며 "이건 미친 짓이다. 단순 사찰의 문제가 아니고,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런 식으로 했다는 건 불법 선거개입·부정선거 자행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야당 대선후보까지 사찰하는 '문재명(문재인+이재명)' 집권 세력에 맞서 정권 교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건희의 '사과 등판' 이후에도 꼬여가는 국민의힘

김건희씨의 공개 사과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은 "진정성이 전달됐다"(김근식 정세분석실장), "감동적인 선거운동"(김재원 최고위원)이라고 추켜세웠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파 코미디"(안민석 의원), "남편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고민정 의원)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판단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라면서 이번 사과를 계기로 배우자 논란이 일단락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의 허위이력 논란이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통상 사과의 원칙은 내용(Content), 태도(Attitue), 타이밍(Timing)이라는 'CAT'로 일컬어진다. 적절한 시기에 진정성을 갖고 구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할 때 사과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투영해보면 이번 김씨의 사과는 일반인의 언어로 정중하게 잘못을 인정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졌고 시기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김씨의 사과 이후에도 또다른 과거 허위이력들이 추가되고 있다. 사과 다음날인 27일에는 숙명여대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JTBC)이 제기됐고 그 다음날에는 한국폴리텍 대학 허위이력 의혹(헤럴드경제)이 보도됐다.

이준석의 두번째 '가출'...계륵이 된 당대표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사퇴 이후 국민의힘 내홍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거친 언사까지 오가며 분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3선 중진 김태흠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철딱서니 없고 오만하고 무책임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이러니 '틀딱 꼰대' 소리 듣는 것"이라고 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 복귀 가능성에 대해 "미련 없다", "후보가 요청하면 할 수도 있다"고 했다가 "입장에 변화 없다"며 복귀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대신 이 대표는 "윤 후보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면서 윤 후보와 계속 각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국 정치는 유권자들이 당내 갈등을 굉장히 싫어한다"며 "이준석 대표가 이유가 어찌 되었건 간에 두 번씩이나 가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지 않나. 이 문제가 해결돼야 다시 지지율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