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주연이 되고픈 윤석열·김종인·이준석의 자충수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극한으로 치닫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 간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싸이코패스', '양아치' 등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격앙돼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성토했지만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포옹하면서 갈등은 화해로 급반전했다. 제2의 '울산합의'를 연상케 하는 상황 반전으로 국민의힘의 대선 레이스가 다시 정상화된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와 이 대표에게 예측불가능성과 불안정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이 대표는 울산합의 이후 18일만에 선대위를 박차고 나가 '내부총질'을 가하며 당 내홍에 불을 지폈고, 윤 후보는 갈등 상황이 최고조에 이르기까지 방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여기에 '별의 순간'을 결별로 마감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도 사퇴 과정에서 윤 후보를 향해 쓴소리를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한 뜻으로 모였다면서도 인재 영입과 선거 전략 등에서 각자 주연이 되고자 했던 후보와 대표, 선대위 수장이 제목소리만 내며 자충수를 둔 것이 이번 혼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갈등과 수습이 반복되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 내부적으로 불거진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서 국민 통합과 국정 운영 능력을 의심받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윤 후보는 지지율 하락세가 확연한 상황에서 ‘이준석·김종인’으로 대변되는 2030 세대와 중도층 확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해를 넘기며 큰 '홍역'을 치른 국민의힘이 비 온 뒤 땅이 굳듯 탄탄한 결속력으로 '원팀' 행보를 이어갈지, 꺼지지 않은 '뇌관'을 품은 채 불안한 동거를 이어갈 지가 향후 대선 정국의 중요한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싸이코패스, 양아치" 막말 의총 '포옹·만세'로 반전의 반전

새해 들어 국민의힘 '대선 열차'는 급제동이 걸렸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허위이력 논란으로 우왕좌왕 하다가 매머드급 선대위에 영입된 인사 논란과 이 대표의 선대위 이탈로 휘청거렸다. 급기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마저 선대위를 떠나면서 '탈선'에 버금가는 사고가 난 것이다.

이른바 '울산합의'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6일 선대위가 공식 발족한 지 꼭 한 달만의 파국이다. 목적지를 목전에 둔 '대선 열차'에서 기관사도, 차장도 모두 하차하는 급전직하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선대위를 해산하고 실무형 선대본부로 완전 개편하는 쇄신안을 내놓았다. 기존의 매머드급 선대위를 슬림한 선대본으로 바꾼 것이다. 이 대표는 초반 쇄신안에 긍정 반응을 보였지만 자신의 제안이 거부당하자 윤 후보에 다시 등을 돌렸다.

이후 이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은 최고조로 향했다. 지난 6일에는 상황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인사안에 반대하며 제동을 걸자 윤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내세워 인선을 강행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대표 책임론이 비등해졌고 원내지도부는 의원 총회에서 이 대표의 사퇴 결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 "싸이코패스", "양아치"라는 막말까지 쏟아내며 사퇴를 압박했다.

상황은 이날 저녁 급반전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이 대표가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물러섰다. 윤 후보도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 대의를 위해서 지나간 것을 다 털고, 오해한 것도 다 잊자"며 "힘을 합쳐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하면서 포옹하고 만세를 부르며 화해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두달 앞둔 절박한 시간, 선거 대전략 합의?

대표 사퇴 촉구라는 극한 상황에서 극적 화해로 유턴한 것은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기적 절박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와 이 대표 모두 더 이상 물러설 것이 없는 막다른 길에서 파국을 맞을 경우 당 내부와 국민적 지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 대표의 사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도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의총에서 대표 사퇴에 뜻을 모으더라도 당규상 구속력이 없고 대표 소환도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지난 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직은 제가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 대표의 거취는 당 대표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또 당 대표 탄핵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도 "당원 20%가 서명을 모으고 시도별로 10%씩 맞춰서 모으면 (당대표) 소환은 할 수 있다"면서도 "사실 그 정도 노력에 조직력이면 차라리 우리 (윤석열) 후보 당선시키고 말지 또 이준석대책위원회도 아니고 그걸 왜 하고 있냐"고 비꼬았다.

하태경 의원은 극적 화해의 열쇠를 두 사람의 선거전략 합의로 분석했다. 하 의원은 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극적인 반전의 계기는 윤 후보 측이 선대위 해체를 발표하면서 2030 세대를 우선시하는 쪽으로 선거 전략을 바꿨다"며 "사실상 '세대결합론'을 받아 들임과 함께 이 대표와의 갈등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 의원은 "선거 대전략의 차이라는 굉장히 커다란 갈등은 해소 됐지만 정당 생활을 하면 일상적으로 생길 수 있는 작은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름만 총괄’ 김종인과 파국으로 끝난 '별의 순간'

하 의원의 말처럼 ‘윤석열-이준석’이 선거 대전략에 합의를 이뤘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과 윤 후보의 '빅텐트론'이 언제 다시 충돌할지는 알 수 없다.

실제 선대위의 중심 축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윤 후보의 선대위 쇄신안 발표를 앞두고 자진 사퇴하면서 윤 후보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까 헤매고 있다"며 "그 정도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 할 수 없다"며 작심 비판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후보 당선을 위해 선대위 개편을 하자는데 그 뜻을 이해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봐라. 쿠데타니, 상왕이니. 내가 무슨 목적으로 쿠데타를 하겠나"라면서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이 왔다"며 정치 참여를 이끌었던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와 결별을 맞는 순간이었다. 정권교체의 숙명적 결정이자 운명적 시간으로 언급했던 '별의 순간'이 파국으로 끝난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내부에서 본인에 대한 '패싱'을 사퇴 이유로 꼽았다. 이수정·신지예·김민전 등 인사의 영입과정과 윤 후보의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출연 등 여러 사안들이 본인과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런 사례들을 열거하며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명칭만 해놓고 이런 게 전혀 나한테 전달이 안됐다"고 비판했다.

총괄선대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안 발표를 시청한 후 외부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기나 잘해라" 김종인 발언, 결별 결정타

극적인 '울산합의'로 손을 맞잡은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한 달만에 결별하게 된 결정타는 김 전 위원장의 '연기' 발언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새해 첫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에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선대위가 해준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선후보의 꼭두각시' 프레임으로 해석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전면 개편 착수를 공론화하면서 윤 후보와 사전 상의 없이 "내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밝혀 당내외에서 '후보 패싱'이란 반응이 나왔다. '후보 윤석열 위에 상왕 김종인' 프레임으로 후보에 꼭두각시 이미지를 씌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다음날 "막중한 대한민국을 연기로 끌어갈 수는 없다"(송영길 대표),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수렴청정하고 상왕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제2의 최순실과 같은 상황"(박영선 전 의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외부일정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 승강기에 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청년보좌역들의 쏟아진 직언…"당존폐 위기...십상시들 버려야"

내부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지만 윤 후보는 중도와 2030 외연 확장이라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떠났지만 이 대표는 윤 후보와의 서먹한 관계 속에서도 선거에서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대선이 잘못되면 이 대표의 정치 생명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당 자체의 존폐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이 대표가 모든 걸 초월해서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대표로서 의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세대별로 보면 중도는 4050에서의 중도지만 청년 2030은 전체적으로 대세가 왔다 갔다 한다"며 "청년 확장이 많이 이루어져도 중도 확장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곧 정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지나치게 상황을 낙관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 국민의힘 2030 청년보좌진들이 들고 일어섰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지난 5일 "선대위가 사실상 해체 수준에 이른 현 시국을 당 존폐 위기로 규정한다"며 "당 대표와 후보, 의원직 총사퇴 수준의 결기를 세우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청년간담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윤 후보가 현장에 참석하는 대신 '스피커폰'으로 참여한 것이 문제였다. 윤 후보가 선대위 쇄신과 함께 청년 참여 확대를 위해 공을 들이겠다고 밝힌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참석한 청년들은 홀대받는다고 느낀 것이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스피커폰으로 참석하냐" 등 고성이 쏟아졌고 결국 윤 후보는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국민소통본부에서 참석 예정이라 공지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청년들에게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튿날 국민의힘 청년보좌역 간담회에서도 윤 후보를 향해 "간신들, 아첨꾼들, 정치기생충 같은 십상시만 가득하다. 그들을 버려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2030·중도 이탈 '빨간불'..."설 연휴 전까지가 골든타임"

이 대표는 최근 대거 이탈한 청년층 표심과 관련해 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에서 이탈한 20대 지지율 상당수가 안철수 후보, 허경영 후보로 갔지만 이재명 후보로 가지는 않았다"며 "언제든 방향성만 잘 설정하면 그중에 상당수를 다시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과 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도 확장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한 목소리로 분석했다. 정권 교체라는 대의 속에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이 약세인 상황에서는 '꼼수'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 후보 스스로 ‘보수’라고 이야기한 바 없고 호남에서도 ‘국민의힘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보수층도 100% 잡지 못한 상태인데,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아직 대선까지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문제는 2030세대와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중도층 표가 많이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 하지만 지지율이 오를 때 시도한다면 ‘정권교체라는 대의’라고 할 수 있지만,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꼼수’라는 욕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완 정치평론가는 “배우자 등 문제로 인해 후보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상황이었다”면서 “설 연휴 전까지가 ‘골든타임’이다. 이 시간 안에 대선판이 뒤집히겠나. 지지율을 올리려면 뭔가 절박함이 드러나야 하는데, 윤 후보의 기자회견에서 절박함이 보이지 못했다. 보수 결집은 물론 중도확장도 꿈꿀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김동선 기자 박준영 데일리한국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