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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의 조건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안 단일화는 대선 승부 좌우할 막판 최대 변수”
 
“양쪽 모두 단일화 선긋기 하지만, 막판 단일화 없으면 공멸하기에 결국 성사될 것”
 
“이재명과의 본선경쟁력은 안철수가 우위지만 제1야당의 조직력 이겨내기는 쉽지 않아”
 
“윤석열-안철수 지지층 결합 가능한 단일화돼야 시너지 효과”
 
안철수의 시간이 온 것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지지율이 껑충 뛰면서 이번 대선의 새로운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 후보는 “내가 야권 대표 선수로 나가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면서 윤 후보가 아닌 자신을 통한 정권교체를 말하고 있다.

아직은 50여 일 남은 대선 판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몇 개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5%까지 찍은 안 후보의 상승세가 지속돼 윤 후보와 야권 대표 후보 자리를 놓고 한판 경쟁을 벌이는 지점까지 가게 될 수 있을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포옹 이후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얻는데 올인해 일단 반등에 성공한 윤 후보는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지지층 일부가 안 후보에게로 이동하면서 다시 지지율 관리가 불안해진 이 후보에게 40% 지지율 진입은 요원한 일이 될까. 아직은 무엇 하나 예단하기 어려운 혼돈의 판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것은, 윤석열과 안철수의 후보 단일화가 서로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판세 변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현상은 안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이재명-윤석열-안철수 3자 구도’의 전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마다 편차는 있지만 안철수 지지율은 대체로 12~15%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불과 1~2주 전까지 그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 숫자에 불과했음을 생각하면 급상승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7일과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후보는 37.6%, 윤 후보는 35.2%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에 비해 이 후보는 3.4%포인트, 윤 후보는 1.9%포인트 각각 하락한 수치다. 반면에 안 후보는 15.1%를 기록해 일주일 전에 비해 5.9%포인트의 큰 폭 상승을 했다.[그림1]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이미 지지율 15%를 찍은 바 있었다. 갤럽의 차기 대선 후보 4자 대결 조사에서 이 후보 36%, 윤 후보 26%, 안 후보 15%, 심상정 정의당 후보 5%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는 3주 전 같은 조사에 비해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주로 보수층(4→17%)과 중도층(7→22%)에서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는 특히 후보 호감도 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앞서면서 선두를 차지해, 그의 부상이 여야 불문하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선거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다.[그림2]
안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다자 대결구도에서 윤 후보 지지율에 비하면 수치상으로 크게 뒤진다. 그럼에도 주목받는 이유는 본선 경쟁력에서 우위로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들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만약 야권 단일 후보가 안철수로 결정된다면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 누구를 지지하냐’고 물은 결과, 안 후보는 53.3%, 이 후보가 35.9%로 집계됐다. 두 사람 격차는 17.4%포인트다.[그림3]
야권 단일후보가 윤석열이 됐을 때를 가정해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 누구를 지지하냐’고 물은 결과, 윤 후보가 48.4%, 이 후보가 40.7%로 집계됐다. 이 경우에도 단일후보인 윤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안 후보에 비해서는 격차가 줄어든다. 그러니 이 후보와의 최종 본선 경쟁력은 안 후보가 우위에 있다는 얘기가 가능하다.[그림4]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안 후보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조사에서 윤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안 후보는 42.3%, 이 후보는 28.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간 격차는 13.4%포인트다. 이에 비해 윤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윤 후보는 34.4%, 이 후보는 33.6%로 박빙이었다.[그림5]
민주당은 얼마 전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결별하는 장면을 보고 이제 대선 승부는 끝났다고 반색했었다. 김종인이 사라진 윤석열이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선거운동을 하기 어렵게 됐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윤석열이 끝났다’며 한숨 돌리던 와중에 안철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판을 흔들 최대 변수로 등장한 상황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비상한 긴장감을 낳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두 가지 방향으로 판세가 변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첫째 가능성은 당 내분 사태의 봉합을 이룬 윤 후보가 자력에 의한 반등에 이어 보수 야권의 단일후보가 돼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면, 이 후보가 쫓아가기 어려운 막판 판세가 전개될 것에 대한 우려다. 단일화 과정에 따라 실제 상황이 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두 번째 경우는 심각성이 더 커진다. 안 후보 상승세가 계속돼 만약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경우 그 파괴력은 윤 후보를 상대할 때보다 더 클 것이라는 우려다. 사실 가족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라든가 잇따른 말실수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불신을 사고 있는 윤 후보와 달리, 안 후보에게는 특별한 공격거리나 논란거리가 없어 보인다.

2017년 대선 때 민주당이 안 후보 신상과 가족들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지만 막상 사실로 판명난 것은 없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앞장서 ‘안초딩’, ‘MB아바타’로 만들었던 조롱의 네거티브 공격도 이미 ‘드루킹 공작’이 드러난 마당에 당시처럼 힘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경우에는 이 후보 지지층 가운데 일부가 이동하는 것이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만에 하나 안철수 야권 단일후보가 등장할 경우에는 이 후보가 큰 격차로 패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관심권 밖에 뒀던 안 후보에 대해 최근 민주당이 공격을 개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불과 한 달 전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나서 “국가발전에 필요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제는 “MB 아바타를 넘어 ‘윤석열 아바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5년 만에 ‘아바타’ 공세를 재개하고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안 후보가 윤 후보 지지율 역전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안철수 단일후보 가능성을 일축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는 민주당이 윤석열과 안철수를 동시에 때려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면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는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돌발적인 상황만 생겨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이뤄진다고 판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현재는 두 후보 모두 후보단일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윤 후보는 그동안 후보단일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선거 캠페인을 서로 벌이고 있는데, 단일화 얘기를 하는 건 정치 도리상 맞지 않는 일”이라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최근 들어 정권교체를 원하는 층에서 ‘윤-안’ 후보단일화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음에도 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그 부분은 유권자인 국민들께서 판단할 문제”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말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안 후보와 악연인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와 단일화 효과가 큰 의미가 없다”면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당과 안 후보 사이의) 거간꾼 같은 것이 나오면 절대 안 된다”고 내부를 향한 경고성 얘기까지 했다. 제1야당의 후보로서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안 후보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단은 윤석열 지지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안철수 사퇴를 통한 단일화를 추구하는 전략일 것이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6월 16일 국회에서 취임 인사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러한 태도는 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는 “제가 당선되고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려고 대선에 나왔다”면서 “다른 어떤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고 후보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지지율이 15%를 찍으면서부터는 ‘국민통합 내각’, ‘협치 내각’을 말하면서 국민의힘 일각에서 거론되는 공동정부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자신의 대선 완주를 통한 독자적인 당선을 강조하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만날 일은 없다”면서 아예 단일화 논의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이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여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판단했을 것이다. 또한 국민의힘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양보를 통한 후보단일화는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다만 안 후보도 “국민의 절대다수가 그걸 원하신다면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는 말도 함께 하고 있어, 정권교체를 위해 불가피하다면 단일화에 응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안 후보에게 관건은 지지율이 15~20%대로까지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느냐 여부일 것이다.

윤-안 양쪽의 단일화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단일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성사된다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이 판단에 전제가 되는 것은, 윤-안 두 후보 모두에게 있어 정권교체의 실패는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윤 후보로서는 정권교체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이번 대선에서 패할 경우, ‘제2의 이회창’으로 기록되면서 더 이상 정치를 계속하는 일조차 힘들 것이다. 게다가 윤 후보로서는 민주당 재집권은 김건희 씨를 비롯한 자신의 가족들이 장차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안 후보로서도 이번에 정권교체가 실패하면 윤 후보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도 사실상 끝이 나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에게 민주당 정권 연장은 최악의 시나리오고, 설혹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이후를 기약할 수 있는 차선의 길은 되는 셈이다.

두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도 정권교체가 가능한 상황은 윤석열과 안철수 어느 한 사람이 안정적인 1위를 달리고, 다른 한 사람은 승부를 가리는 변수가 되기 어려울 정도의 지지율로 하락하는 경우다. 이를테면 유권자들이 한쪽으로 표를 몰아주는 자연적인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윤 후보 지지율은 하락했다가 일단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전과 달리 중도층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지라 안정적인 선두 탈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안 후보 지지율이 무시해도 상관없을 만큼 한 달 전으로 돌아가는 일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안 후보 지지율 상승은 물론 윤 후보에 대한 실망층의 이동이라는 반사이익 측면도 있었지만 이재명-윤석열의 비호감도가 워낙 높은 선거 속에서 그의 정책선거가 돋보인 결과이기도 하다. 안철수 득표력이 아무리 못해도 대선 승부를 좌우할 열쇠가 된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가 똑같이 정권교체를 외치는 상황에서 각기 독자 완주로는 이 후보를 이기는 것이 불가능함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다만 안 후보에게는 선거 때마다 따라다니는 ‘단일화의 딜레마’가 있다. 그는 거대 양당의 후보가 아니었기에, 큰 선거에 나갈 때마다 후보단일화 압력에 직면하곤 했다.

2012년 대선정국 때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요구를 거세게 받다가 결국 민주당의 힘에 밀려 사퇴를 하고 말았다. 2017년 대선 때는 ‘반문재인’ 보수층으로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 요구를 받기도 했지만 독자 완주했다가 3위로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바른미래당을 만들고 출마했던 안 후보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지는 3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앞서가는 지지율에 자신감을 보이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도하며 성사시켰지만, 제1야당의 힘에 밀려 정작 서울시장 자리는 오 시장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瀏??안 후보로서는 선거 때마다 단일화 압박을 받아왔지만 항상 남 좋은 일만 시켜줄 뿐 자신의 성취를 이룬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단일화 요구를 무작정 거부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안철수에게 후보단일화는 언제나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뜨거운 감자였던 셈이다. 소수 정당 후보가 겪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비애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윤석열과의 후보단일화는 안철수로서는 세력 면에 있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도 같다. 아무리 본선 경쟁력이 앞선들, 3석짜리 정당 후보가 106석 짜리 정당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2012년에 민주당에게 겪었듯이 자신이 경쟁력이 더 있는 후보인데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일이 될 것이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20대 대선후보 초청 새얼아침대화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렇다고 해서 단일화를 거부하고 3자 구도에서 이 후보에게 승리가 돌아갔을 때,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정치적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약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단일화 프레임이 거북함에도, 결국은 단일화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안철수의 딜레마인 것이다.

다만, 윤석열과의 단일화를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처음으로 자기 것이 되는 단일화로 만드는 길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제1야당의 힘을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윤석열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려 앞서거나, 본선 경쟁력의 우위를 광범위하게 인정받아 단일화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럴 경우라면 아무리 3석짜리 정당의 후보라 해도 야권의 대표선수가 될 길은 열릴 수 있다.

현재의 야권 상황은 흡사 2012년 대선 때의 상황과도 같다. 물론 안철수는 그때와는 반대편인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위치에 섰지만, 당시에도 본선 경쟁력에서는 제1야당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앞섰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들은 안철수만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음을 일관되게 알려줬다.

그러나 민주당과 문 후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로 단일화가 돼야 한다며 기어코 안철수를 후보 자리에서 밀어냈다. 그 결과는 여론조사들이 예측했던 대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었다. 그때 본선 경쟁력이 우위였던 안철수를 민주당이 밀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제1야당이 가진 힘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그림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 후보를 상대로 한 본선 경쟁력이 앞선다 해도 안 후보가 윤 후보를 제치고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막상 단일화 국면에 들어가게 되면, 국민의힘이 가진 제1야당의 힘은 윤 후보의 출발선을 저만큼 앞에 위치시켜 줄 것이다.

사실 상식으로 풀면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이 후보와 대결했을 때 누가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켜보아 왔듯이, 정치의 세계란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2012년 대선 때 민주당의 모습이 그러했다.

제1야당의 후보가 야권의 대표 후보가 되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국민의힘은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막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안철수와의 단일화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이 대표의 모습도 심상치 않다. 어쩌면 국민의힘에서는 거간꾼들에게 족쇄가 채워지고 훼방꾼들이 출몰하는 상황이 빚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선에서의 후보단일화 효과는 사례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난다. 2002년 대선 때 있었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승부를 뒤집은 극적인 효과를 나타냈던 경우다. 당시 선거를 61일 앞둔 10월 19일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33.4%, 노무현 통일민주당 후보 17.1%,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27.0%를 나타내고 있었다.

3위로 뒤처진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가능성이 없어 보였고, 그대로 3자 대결 구도로 간다면 이회창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던 것이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판세가 일거에 역전되면서 노무현 후보는 48.9%의 지지를 받아 이회창 후보(46.6%)를 극적으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반대로 후보단일화를 했어도 판세를 뒤집지 못한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대선에서의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였다. 당시 선거를 61일 앞둔 10월 19일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36%, 안철수 무소속 후보 27%,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2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재인-안철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박근혜를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수치였다.

그러나 안 후보의 사퇴로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문 후보 득표율은 48%에 그쳐 51.6%를 득표한 박 후보에게 패했다. 그 차이는 단일화를 한 양쪽 지지층이 온전히 결합하느냐에 따라 나타난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는 단일화를 원했던 양쪽 지지층이 대부분 결합했던 것인 반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때는 예상했던 대로 안철수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가 문재인에게로 가지 않고 박근혜에게로 가버려 단일화 효과가 제한적으로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 후보가 얼마만큼 상호 존중과 신뢰의 바탕 위에서 협력적인 단일화를 진행하느냐에 그 효과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를 자극하고 상처를 주어 결국 신뢰를 깨뜨리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설혹 단일화가 이뤄져도 양쪽 지지층의 결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후보단일화의 성사 여부, 효과 여부는 윤석열과 안철수 두 후보의 의지와 결심에 달려 있는 문제다. 두 사람이 어떻게든 힘을 합해 정권교체를 이루려는 모습을 보일 때 양쪽 지지층도 온전히 결합하면서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손잡고 선거운동을 벌이는 상황이 가능해진다면, 여전히 정권교체 여론이 우위에 있는 이번 대선의 막판 판세는 야권의 승리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두 후보의 단일화 과정이 파행으로 진행된다면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해질 것이고, 그때는 단일화가 된다 한들 실패한 단일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정권교체가 가능한 단일화가 되려면 두 사람이, 내가 아니어도 받아들인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전제가 돼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윤석열과 안철수 두 사람의 몫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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