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눈물 호소’, 86 용퇴론, 7인회 백의종군…與 “환골탈태”
“박스권 지지율 탈피 꼼수” 진정성 비판 속 당내 동참 여부 관건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이 후보는 설을 앞두고 연일 사과와 반성 모드로 바짝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에서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과 이 후보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7인회'의 백의종군 선언도 잇따랐다. 급기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지역구 중 종로 등 3곳에 무공천 의지까지 밝혔다.

이 후보와 민주당의 이같은 쇄신 움직임은 불과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박빙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정체된 지지율이 좀처럼 우상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따른 절박함으로 해석된다. 대내외적으로 거대 정당의 '오만', '내로남불' 등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 바짝 엎드린 민주당의 '환골탈태' 전략이 표심을 움직일지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서 즉석연설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답답한 이재명 지지율 정체...다급해진 민주당

대선 한달 여를 앞둔 시점에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 후보인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추이를 살펴보면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추세적으로 상승세인 반면, 이 후보는 30대 중반의 박스권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25일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윤 후보는 41.0%, 이 후보는 38.3%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7%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지난 26일 발표된 YTN 의뢰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윤 후보 지지율이 44.7%를 기록해 이 후보(35.6%)를 9.1%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2주전 같은 조사보다 5.5%포인트 상승했지만 이 후보는 1.3%포인트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측에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나온 여론조사인데 윤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상승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27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업체 4개사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5%와 34%로 다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조사방법과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처럼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5% 안팎으로 정체된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홍 와중에 4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지난해 말과 새해 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해 참패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는 민주당 서울시당의 내부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여러 악재가 노출됐어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설 명절 전에 분위기 반전을 하려던 민주당이 답답하고 다급해질만한 대목이다.

큰절에 눈물까지...이재명 연일 "반성·사과"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는 설 연휴를 앞둔 한 주동안 연일 큰절을 하고 눈물을 보이며 반성과 사과 행보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오전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열린 경기지역 공약 발표에 앞서 예정에 없던 큰절을 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국민이 민주당을 믿고 국가행정권력 수반인 대통령직을 맡겨줬고, 총선에서는 압도적 다수 의석으로 국회 입법권까지 맡겨줬다. 하지만 개혁 진보 세력의 핵심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공정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유년시절을 보낸 성남 상대원시장을 방문해서는 자신의 가족사를 언급하면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또 형수 욕설 논란과 관련해서는 "제가 잘못했다. 공직자로서 욕하지 말고 끝까지 참았어야 했다"면서 "이제 어머니도 형님도 떠났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눈물 장면을 '울지마라 이재명'이라는 문구와 함께 당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감성적 방식으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민주당 인사들도 "가슴 절절한 이야기"(천준호 의원),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먼저 돌을 던져라"(한준호 의원)면서 이 후보의 눈물 유세 영상을 공유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지지율 열세에 몰린 민주당의 조급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이 후보가 지지율 정체 때문인지 언어가 조금 과격해지고 급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그러한 모습은 결국 절박함"이라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겠다는 간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올바른 자세"라고 옹호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쇄신 고삐 죄는 민주당..."배 아픈데 소독약"

송영길 대표도 당 쇄신안을 발표하며 이 후보와 보조를 맞췄다. 송 대표는 지난 25일 본인의 차기 총선 불출마를 비롯해 오는 3월9일 종로, 안성, 청주 상당구의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의 제명안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대표는 이날 쇄신안 발표 배경에 대해 "지금도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것을 깊이 통감한다"며 "민주당은 국민께서 요구하고 계신, 자기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정치의 본령,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쇄신안은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를 극복하려는 자정의 목소리로 읽힌다. 하지만 당내외에서 시점과 진정성을 둘러싼 비판이 없지 않다. 당장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쇄신' 어젠다로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보고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장 윤 후보는 "선거가 임박해서 전격적인 이런 발표에 대해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생뚱맞게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깎아내렸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소신파 이상민 의원은 지난 2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재인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해소하기 위한 본질적인 것을 내놔야 하는데 너무 변죽을 울리는 것"이라며 "배가 아픈데 소화제 대신 발등에 소독약을 바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득권 버리고 다시 광야로"…86세대 용퇴 가시화

민주당 쇄신론의 또다른 큰 줄기는 86세대 퇴진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86그룹은 1990년대 정계에 입문하면서 한국 정치지형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풋풋한 30대였던 그들이 세월이 흘러 386에서 586이 되는 사이 스스로 기득권을 챙기는 기성세대가 되고 어느새 구태정치를 재현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송 대표는 자신의 총선 불출마 선언 배경과 관련해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고 말했다. 최근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86세대 용퇴론을 뒷받침한 것이다.

앞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며 86세대 용퇴론을 처음 제기했다. 김 의원은 "586 용퇴론이 나온다. 집권해도 임명직을 맡지 말자는 결의"라며 "정치의 신진대사를 위해 의미는 있다. 그러나 임명직 안 하는 것만으로 되나. 이 정치를 바꾸지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두고 후배들에게 물려주든지, 정치를 계속 하려면 이 정치를 확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7인회'의 백의종군 선언도 쇄신 움직임의 하나다. 김영진 사무총장과 정성호·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 의원 등 현역 의원 6명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위 7인회로 불리는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국민이 선택해주실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은 일절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오전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공약을 발표하기 전 국민들을 향한 사과와 새로운 정치의 각오를 담겠다며 '큰절'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쇄 쇄신안 효과는 의문…용퇴론도 호응 없는 메아리 그쳐

'86 용퇴론'에 이어 곧바로 나온 7인회의 전격적인 '2선 후퇴' 선언, 송 대표의 쇄신안은 모두 연쇄 쇄신 움직임으로 기세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 같은 움직임에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관건은 7인회의 선언이 86그룹을 포함한 당내 주류 전반을 대상으로 한 연쇄 쇄신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86세대 맏형 격인 우상호 의원은 송 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도 지난해 했던 불출마 약속을 지키겠다며 "이걸 다른 동료에게 강요하거나 확산시키는 게 목표는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586 선배님! 말을 꺼내셨으면 실행하셔야죠!"라며 "이런 정치 물려주실 겁니까"라고 비판했다. 말뿐인 용퇴론이 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쇄신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효과를 거두려면 당내 인사들이 얼마나 이 같은 결단에 동참하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쇄신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상징적인 인물이 물러나야 추가 선언의 효과가 있다"며 "7인회는 인지도나 상징성 측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과거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권노갑 등 동교동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이른바 3철(양정철·전해철·이호철)의 퇴진 선언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여러 쇄신안에 대해 "코앞의 대선을 앞두고 2년이나 남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맥락이 없어 보인다"며 "그렇다 보니 (이 후보 지지율 견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가 쇄신이 안 되서인지, 여러 의혹 때문인지, 전략 부재 때문인지 종합적으로 보고 처방이 나와야 하고 그 처방에 따라 후속조치가 나와야 빛을 발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내에서도 확산이 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는 TV토론?..."지지후보 더 믿는 확증편향 강화"

한편, 설 연휴 기간 실시 예정이었던 윤 후보와의 양자 TV토론이 무산되면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던 이 후보 측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청구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때문이다.

이번 TV토론은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간 직접적인 첫 대면 토론으로 유권자들이 두 후보를 직접 비교해 볼 기회로 인식됐다. 이에 따라 이 후보 측은 이번 양자토론을 통해 여러 정책과 후보 자질 검증에서 윤 후보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계산이었지만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추석 연휴 방송사 주최의 후보자 토론 개최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방송3사는 안철수, 심상정 후보를 포함한 4자 토론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우선 방송 중계를 하지 않는 제3의 장소에서 이 후보와의 양자토론을 역제안하고 민주당도 받아들였지만 방송 토론이 아니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TV토론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마지막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지지 후보가 있는 응답자(822명) 중 TV토론 결과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33%였다. 지지후보가 없는 응답자(178명)의 55%는 TV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토론과 관련해 이준한 교수는 "과거 선거 토론을 볼때 유권자들은 토론 이후 지지후보를 더 믿게 되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후보는 더 아니다고 굳히는 확증편향이 강화하는 효과가 컸다"며 "토론 중 후보자 중 누구 하나가 실언을 하면 나락으로 빠질 수 있지만 각 후보가 상당히 조심해서 훈련하고 있을 것이어서 그럴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