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에서 세번째)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연합뉴스 제공)
4자 필승론에 빠져 ‘자강론’과 ‘독자완주론’만 외치는 비합리적 상황
이준석의 단일화 반대론은 감정싸움 이상의 이해관계가 배경
후보단일화는 결국 윤석열-안철수가 직접 풀어야 할 문제
지난 27일로 예정됐던 후보단일화 논의 토론회가 파행을 빚는 일이 있었다. 당초 시민단체 ‘통합과 전환’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 김동철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지역화합본부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이신범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하는 단일화 논의 토론회를 준비했다. 이 토론회 개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양측의 선긋기가 이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의 의사와 관계없는 개인 자격 참여”라며 “김동철 전 의원은 당을 대표해 토론하거나 제안할 위치, ‘윤석열 측’이라고 불릴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강조했다. 안 후보도 “형식상 참여는 하지만 그쪽 이야기를 듣는 수준일 것”이라며 단일화 논의에 관심 갖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결국 곤혹스러운 입장이 된 두 토론자가 불참을 통보하면서 토론회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이 해프닝은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한 최근 양측의 기류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야권의 진리처럼 여겨졌던 후보단일화론이 약화되고, 그 대신 후보단일화는 필요 없다는 ‘4자 필승론’이 득세하는 분위기로 급변한 것이다. 똑같이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윤석열과 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으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필패한다는 것이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졌던 판단이었다.

특히 안 후보 지지율이 10%대로 들어서면서부터는 윤-안의 단일화 여부가 이번 대선 승부를 가르는 열쇠처럼 거론되기도 했다. 윤석열이 이재명에게 역전당해 뒤지고 있던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후보단일화는 윤석열 지지율을 당선권으로 반등시킬 마지막 비상구처럼 여겨진 것이 사실이었다. 윤석열 지지율 하락이 계속된다면 본선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경우의 수까지도 거론됐다.

그러던 단일화 얘기가 어느 사이에 급변하는 기류를 맞고 있다. 윤석열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단일화를 하지 않은 4자 구도에서도 이재명을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면서부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1~22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한 주 전보다 2.4%포인트 상승한 43.8%로 오차 범위 밖의 선두를 차지했다. 이 후보는 2.4%포인트 하락한 33.8%로, 두 후보 간 격차는 10%포인트에 달했다. 11.6% 지지율을 기록한 안 후보와의 단일화 없는 다자 구도에서도 윤 후보가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림1]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6~22일 엿새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30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 셋째 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윤 후보 42%, 이 후보 36.7%, 안 후보 10%, 심상정 정의당 후보 2.5%로 조사됐다. 윤 후보의 오름폭이 더 큰 결과, 이 후보와의 격차는 일주일 전 3.9%포인트에서 5.2%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반면 안 후보는 일주일전 대비 2.9%포인트 떨어져 5주 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2]

윤 후보 지지율이 최근 들어 이 후보와의 격차를 벌린 데는 김건희 씨를 겨냥한 집중적인 네거티브에 대한 역풍의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리얼미터의 지난 16~21일 조사를 보면 2030 여성층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30대 여성 지지율이 전주 대비 9%포인트 뛰어오른 45.6%를 기록했고, ‘안티 페미니즘’ 기조로 약세를 보일 것 같았던 20대 여성층에서도 28.6%를 기록해 이 후보(28.2%)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질렀다.

민주당 측의 김건희 때리기 집중 공세 속에서, 오히려 윤 후보의 취약층이었던 2030 여성들의 지지율 상승이 나타난 현상은 과도한 ‘김건희 네거티브’에 대한 반발 여론의 결과로 해석된다. 사적 대화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그 내용들을 놓고 인격권을 침해하는 공격을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 무속에 빠진 사람으로 몰아가는 광경을 보면서 2030 여성들도 ‘후보도 아닌 배우자 한 사람을 놓고 지나치다’는 정서를 갖게 되었을 법 하다.

민주당의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도 ‘김건희 씨 녹취록 공개’ 뒤 지지율 추이에 대해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면서 “윤 후보의 20~30대 청년들 지지율 상승에 거꾸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면도 없지 않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네거티브에 승부를 건 ‘생태탕 선거’를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아 참패했던 민주당이었음에도, 1년도 되지 않아 그 교훈을 망각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지지율이 상승해 다자 구도에서도 40%를 넘어서게 되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철수와의 단일화가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 선봉에 이 대표가 있다. 그는 “조사 지표를 보면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안철수 후보가 가진 지지율 대부분이 우리 (윤석열) 후보에게 이전되지는 않는다”면서 “산술적인 합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이재명 후보에게도 그만큼 지지율이 가게 된다면 단일화 효과는 없는 것”이라면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안 후보를 향한 이 대표의 독설을 듣다 보면 후보단일화는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듯하다. “단일화 관심 없다는 분이 온종일 단일화 이야기만 하시는데, 머릿속이 단일화로 가득하신 것 같습니다. 어차피 3달쯤 뒤에는 서울시장 나오신다고 또 단일화하자고 하실텐데, 그때도 단일화 없습니다.”

안철수가 속으로는 단일화 제의를 원하고 있겠지만 우리는 관심이 없고, 결국 이번에도 실패해서 다가오는 서울시장 선거에 또 나올 것이라는 조롱의 얘기들이다. 이쯤 되면 설혹 안철수가 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있었던들,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서라도 독자 완주의 길을 택할 법도 하다. 물론 그 상황은 윤석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준석은 안철수를 왜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것일까. 이준석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에게 패했다. 2018년에 재보궐선거가 있게 돼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공천신청을 했지만 공천관리위원회 심사 관문을 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안 후보에 대한 감정의 골은 깊게 파이게 됐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서는 당초 합의했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합당 협상이 있었지만, 양 측 감정싸움만 반복되다가 결국 결렬된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이준석은 안철수를 겨냥해 “예스냐 노냐 답만 하라”는 등 시종 빈정대고 조롱하는 말들을 계속해 협상 상대의 반발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그런 광경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합당의 권유란 게 ‘예스까 노까(예스냐 노냐), 어차피 너는 딱히 갈 데가 없으니 꿇고 들어오라’는 윽박에 가까웠으니, 결렬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평할 정도였다.

안철수와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이준석의 강경한 입장에는 감정싸움 이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윤석열이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안철수가 어떤 식으로든 차기 공동정부의 지분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은 안철수가 공동정부의 주역이 돼 정치적 재기를 이룰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안철수는 그것을 발판으로 2027년을 향한 꿈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안철수를 그토록 싫어할 뿐 아니라, 자신이 윤석열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이 돼 미래를 기약하고 싶은 이준석으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림일 것이다. 그냥 놔두면 고사할 안철수를 국민의힘이 살려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준석의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이준석은 안철수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선제적 발언들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국민의당 안철수·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아직까지 안철수를 대하는 윤석열의 결은 달라 보인다. 그는 아직까지 안철수를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고 있다. 그동안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면 “출마 후 당선을 위해 뛰고 있는 안 후보에게 단일화 운운이 예의가 아니다”, “선거 캠페인 중에 단일화 얘기를 하는 건 정치 도리상 맞지 않는 일”이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안 후보에 대해 조롱과 독설의 언어들을 쏟아내는 이 대표와는 달리 윤석열이 안철수를 비판하거나 비하한 적은 없었다. 경쟁자라기보다는 장차 후보단일화를 해야 할 것을 염두에 두고 안 후보를 자극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도, 앞으로 단일화의 필요성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굳이 안철수를 자극하는 발언은 피하는 모습이다.

사실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은 윤석열의 몫이다. 아무리 이준석이 반대하고 당내 일각에서 4자 필승론이 고개를 든다 해도, 윤 후보가 지금은 앞서고 있지만 단일화 없이 3월 9일을 맞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자신이 결단하는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보다 안전한 승리의 길을 찾고 싶은 윤석열의 입장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이해관계의 셈법이 이준석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이준석과는 달리, 윤석열의 입장에서야 굳이 안철수를 그토록 비토해야 할 이유가 없다. 어쩌면 안철수와의 공동정부라는 그림이 국민의힘 지지층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더 큰 기반으로 확정하는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할 법하다.

따라서 이준석의 말만 갖고, 윤석열까지 후보단일화에 대한 의지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속단이다. 더욱이 일주일 만에도 출렁이곤 하는 이번 대선은 대단히 가변성이 높은 판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지지율이 앞선다고 해도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이번 대선의 특징이기도 하다.

안심할 수 있는 정권교체를 위해 안철수와 단일화하고 함께 가야 한다는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말은 그런 점을 고려한 의견일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안철수 대표 끌어안아서 함께 가야 한다’ 이런 얘기 저에게 굉장히 많이 하신다”면서 “왜냐하면 그만큼 절실하고 완벽하고 완전한 정권교체를 하고 싶은 거지, 마음을 졸이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인 것이다”라고 여전히 안철수와의 단일화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서울시당은 ‘서울시 유권자 정치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 보고서’라는 보고서에서 “이재명 후보의 자력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고, 단일화시 필패 구도”라는 판단을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실 윤석열의 입장에서는 안철수 지지율이 몇%가 되든, 단일화 노력을 기울여 최대한의 득표를 하려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대선 승리를 위해 정체성도 전혀 다른 보수정객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손을 잡는 DJP연합을 했었다. 하물며 정체성에서 그다지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은 안철수와의 연합을 윤석열이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물론 윤석열이 제의한다고 해서 안철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일 단일화 환경은 아니게 됐다. 최소한 안철수가 수용가능한, 공동정부에 대한 합의 위에서 이뤄지는 단일화 제안이 돼야 현실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안철수 후보도 단일화는 없다고 못을 박는 상황이 됐다. 한때 후보단일화에 대해 “국민의 절대다수가 그걸 원하신다면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던 그였지만, 점차 단일화는 없다, 단일화가 있다면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뿐이라는 말로 굳어졌다.

안 후보는 지지율이 하락 조짐을 보이는 최근 들어서도 “저는 전혀 단일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하고 있다. 심지어 물밑 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 본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제가 나서서 막아야죠. 제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일들은 캠프 차원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단일화 협상을 위한 전략적 부인이 아니라, 진짜로 독자 완주를 결심한 것 같은 분위기가 전해진다. “정권교체가 되느냐 마느냐의 가장 큰 책임은 제1야당에 있다”는 그의 말은 설혹 단일화 없이 선거를 치러 이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국민의힘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석열에게 안전한 당선을 보장할 단일화를 건너뛰는 선택이 비합리적 선택이듯이, 안철수에게도 단일화 거부는 합리적인 선택이 되기 어렵다.

윤석열과 안철수,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를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정권교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두 후보가 함께 할 수 있느냐 여부는 세력 간 협치가 가능한가라는 차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권교체 여론이 우위에 있는 대선이라고는 하지만, 윤석열이나 안철수 모두 수권세력으로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신인인 윤석열은 잇따른 말실수가 거듭되면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낳아왔다. 안보 문제를 비롯해 국정 각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만약 독단적인 생각을 고집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면 그 후과가 간단하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였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이념적 편가르기에 갇혀 좌파, 우파만 따지는 정치인들이 많고 밥그릇 싸움이 우선인 세력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도 수권능력에 대한 불신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석 짜리 정당의 후보가 설혹 기적같이 정권을 잡은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내각 구성도 하기 어렵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안철수는 10년 동안 정치를 해왔지만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평판이 따라다니고 있다.

국가경영을 하기 이전에 사람경영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함께했던 사람들의 마음도 얻지 못했던 정치인이, 어떻게 나라를 책임질 정도로 사람들을 모으고 이끌 수 있을지를 보이는 것이 선결 과제가 돼버렸다.

윤석열과 안철수 제각기 이런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기에,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같이하는 두 사람이 손을 잡는 것은 자신들의 한정된 기반을 확장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후보단일화 효과는 그 과정이 아름답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가 됐을 때 양쪽 지지층이 온전하게 결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차이가 있게 된다.

그러나 단일화를 하지 않는 것에 비해 단일화를 하는 것이 정권교체를 위해 몇 배 안전한 길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윤석열이 단일후보가 됐을 때 안철수 지지층 가운데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는 층이 상당히 나온다 하더라도, 단일화의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그런 안전한 길을 놔두고 단일화가 필요 없다거나 독자 완주하겠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은, 결국 권력을 나누기가 싫고 독점하겠다는 얘기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동정부니 뭐니 벌여서 자신들의 권력을 누구와 나누기 싫다는 권력독식 욕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우리끼리 하겠다’는 이러한 발상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고 범했던 오류와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야권을 중심으로 해 탄핵세력의 연대를 통한 협치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만약 탄핵연대 세력이 함께 하는 협치가 이뤄졌다면 문재인 정부는 보다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에 고무된 문재인 정부는, 굳이 다른 세력들과 협치할 필요 없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오만에 갇혀 결국 자기들만의 길을 갔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기반을 협소하게 고착화시키고 자기 진영만의 정권으로 한계 짓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 윤석열에게 중요한 것은 안철수라는 개인이 아니라, 그를 지지하고 있는 10% 이상의 중도층이다. 그 층은 여전히 국민의힘을 싫어하기도 하고 윤석열에 대해 비호감의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집권하는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그런 중도층까지 지지 기반으로 넓히는 일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국회의석의 절대 다수를 민주당이 갖고 있는 환경에서, 단지 자기들 지지층만 갖고 국정을 운영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따른다.

지금 눈앞의 여론조사 결과만 갖고, 안철수와의 단일화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이 대표 등의 생각은 그래서 근시안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4자 구도에서도 윤석열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 해도, 오히려 그럴수록 안철수와의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 안전한 정권교체도 이루고 차기 집권세력의 기반도 확장하는 것이 정도다. 대선 결과에 다소 위험이 따른다 해도 안철수에게 지분을 넘겨줄 수는 없다는 생각은, 자기 이해관계에 갇혀 큰 것을 보지 못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도 그런 것일 게다.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지난 21~22일 양일간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 후보 단일화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한 이들은 50.6%, ‘반대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39.2%로 나타났다.

특히 윤 후보 지지층은 86.6%, 안 후보 지지층의 62.8%가 단일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렇다면 단일화에 부정적인 기류를 드러내고 있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자기들 지지층 요구와도 상충되는 것이다.

윤석열과 안철수의 후보단일화 여부는 결국 설 연휴가 지난 이후에야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가 끝나고 나면 후보등록일까지 열흘간의 시간이 남는다. 만약 단일화를 하려면 그 기간 동안 제의와 협상과 단일후보 선출의 과정이 숨 가쁘게 돌아가야 한다. 물론 두 사람이 일단 후보등록을 마친 이후에 단일화 논의도 가능은 하지만, 일단 후보등록이 있고 나면 단일화 합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만약 설 연휴 직후의 여론조사들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계속 상승세를 나타낸다면 국민의힘 쪽에서는 단일화 불필요론이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독자 완주를 공언해 왔던 안철수 후보가 먼저 단일화 제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윤 후보가 다자구도에서 다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 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다시 후보단일화론이 힘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이 후보와 민주당 쪽에서는 부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없는 대선을 간절히 원할 것이다.

후보단일화라는 안전함뿐 아니라 명분과 실리를 안겨주는 길을 굳이 마다하고, ‘자강론’과 ‘독자완주론’만이 득세하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비합리적 상황이다. 그런 비합리적 상황에서 득을 보는 사람은 윤석열도 안철수도 아니고, 국민들은 더욱 아니며, 아마도 다른 누구들일 것이다. 결국은 누구에게든 휘둘리지 말고 윤석열과 안철수 두 사람이 직접 풀어야 할 문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