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G전자모바일사업 5분기 연속 적자 "태블릿 PC 새프로젝트 준비중"급여 20% ↓ … 명퇴설 '술렁'밥솥이어 정수기 사업도 실패 증권가 "올 순이익 적자 예상"

LG전자의 위기설이 증폭되면서 여러 추측과 분석이 분분하다. LG 전자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감원·인력 재편성 등 구조조정을 단행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LG전자는 공식적으로 시중의 소문이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시중에 LG 전자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에 'LG전자의 굴욕', 'LG전자 인력 감축설', 'LG전자 스마트 기기 사업 적신호' 등의 기사가 뜨고, 재계 안팎에는 'LG전자 급여 실수령액 감소' 'LG전자 스마트폰 개발 인력 충원 보류' '한 연구원이 구본준 부회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등의 이야기가 돌면서 'LG전자 추락'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LG전자는 공식적으로 이 같은 이야기들을 부인한다. 하지만 LG전자를 떠난 직원들 사이에선 "LG전자가 (지금은 물러난) 남용 부회장 때부터 예전의 LG가 아니었다. 앞날도 불투명하다"는 확신에 찬 정황 증거들이 나돈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3일 LG전자의 신용등급 Baa2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LG전자의 4분기 실적을 확인한 뒤 등급 하향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휴대폰 사업 존재감은 어디로

위기설의 근원은 휴대폰 사업부분이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부는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디스도 부정적 전망에 대한 근거로 'LG전자의 휴대전화 산업부문 경쟁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약해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LG전자는 폴더형 휴대폰인 '피처폰'에서 애플사가 주도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대응을 잘못했거나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는 당시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남용 부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진다. 전임 김쌍수 부회장의 불도저식 상품개발 경영이 남용 부회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내실 경영'을 명분으로 한 과도한 비용 절감 정책으로 퇴색되고, 결과적으로 상품개발에 뒤쳐졌다는 것이다.

LG전자에 20여년을 근무한 S씨는 "상품 트렌드가 바뀔 때에는 공격적인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제, "남 부회장은 가는 곳마다 내실경영을 내세우는데,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쓴 내실 경영은 약이 아니라 독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남 부회장 시절에 도입된 최저입찰제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생명으로 휴대폰 사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베끼기에 급급한 조직으로 만들었다고 그는 비판했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 취임과 함께 경직화된 체질을 개선하고, 시대흐름에 맞는 창의적인 '스마트폰 연구'에 적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번 뒤쳐지자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태블릿PC사업도 고전 중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이나 삼성전자에 밀려 자존심이 크게 상했지만, 새로운 시장인 태블릿 PC분야에서는 기존의 PC기술력을 응용해 '고 품질 고 사양'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태블릿 PC시장 흐름은 기대에 못 미친다.

우선 LG전자는 지난 5월 첫 태블릿 PC 인 '옵티머스 패드'를 생산했다가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 국내 출시를 포기했다. 옵티머스 패드로는 애플의 '아이패드'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연말께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초고속의 LTE(롱텀 에볼루션) 태블릿 PC '익스프레스'의 일정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재 LG전자의 분위기로 볼 때 신제품 출시가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LG전자는 태블릿 PC프로젝트 전문 연구 인력을 일부 스마트 폰 개발업무로 전환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은 태블릿 PC 사업에서 손 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태블릿PC사업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LG전자의 휴대폰이나 태블릿PC사업 축소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번 브랜드 이미지에서 삼성전자 등에게 밀린 LG전자는 그동안 강자 위치를 굳혀온 다른 가전 제품 분야에서도 위기감이 높다. 특히 젊은층이 선호하는 스마트폰 등에서 뒤쳐진 브랜드 인지도가 다른 제품 분야에서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LG전자는 3DTV 등으로 새롭게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무디스의 아나리사 디치아라 선임연구원은 "LG전자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과 3DTV시장 점유율 확대에 의존할 텐데, 두 부문의 성과가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LG전자가 4분기 이후 신용등급이 하향조정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는 괜찮을까? 사내도 위기감

LG전자 내부 분위기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MC(Mobile Communication) 사업본부 인력을 대폭 감축한다" "간부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곧 받을 것이다" "휴대폰 사업을 접을 지도 모른다"는 등의 루머까지 난무하면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LG전자 직원들이 올 상반기에 받은 급여가 전년 동기대비 최고 2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서 수익을 못내는 바람에 성과급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009년의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평균 300% 안팎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LG전자의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파다하게 퍼져있으며 올해 영업이익은 3,500억 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정도 영업이익이면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전자가 새로운 사업이라고 강조한 정수기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정수기 시장에서 3년 내 1위 달성을 목표로 사내 TF팀을 가동하며 사업을 준비한 뒤 2009년 4월 국내 정수기 시장 진출을 선언, 웅진코웨이, 교원L&C, 동양매직 등 기존 정수기업체들을 긴장케 했다.

그러나 정수기업계에 따르면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LG전자의 정수기 판매대수는 6만6,000여 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2~3위권 업체인 동양매직과 교원L&C가 같은 기간 각각 26만여 대, 15만여 대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실적이다. 1위 업체인 웅진코웨이는 같은 기간 101만대를 팔아 치웠다. LG전자가 정수기 사업에서의 철수를 은밀히 조율 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는 한때 밥솥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쓰라린 추억'을 갖고 있다. LG전자의 정수기 사업을 '제 2의 밥솥'으로 표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삼성전자-LG전자 공정위, 담합혐의 조사

LG전자에 악재가 겹쳤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항 전망만으로도 '죽을 맛'인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혐의까지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LCD TV와 같은 평판 TV, 노트북 PC 등을 판매하면서 가격을 담합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13일 중구 남대문로5가 서울스퀘어빌딩에 있는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에 조사관을 파견해 제품 판매 과정에서의 담합 등 불공정 혐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불공정거래행위 혐의에 대해 해당업체들이 강력하게 부인하자 재조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8월 담합행위 건을 전원회의에 회부한 바 있다. 공정위는 두 회사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전원회의에 다시 이 문제를 회부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초ㆍ중ㆍ고교 등 공공기관에 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작년 10월에 공정위로부터 거액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윤지환기자 jjh@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