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0만원 벌려다 빚만 수백만원

"해외라서 소문 안난다"
유흥업종사자 · 대학생 등 20대 초반~40대 유혹
항공료 · 성형수술비 등 떠안아 눈덩이 이자에 인터넷 노출 후 우울증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일본원정녀’ 동영상에 등장한 성매매 여성들과 이들을 일본 성매매 업소에 취업시킨 알선 브로커가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찰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일본인 업주 스즈키(45․여) 등 2명에 대해서는 일본 경찰에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한 달에 3000만원을 벌 수 있는데다 해외라서 소문도 안 난다”고 유혹해 국내 여성들의 일본 성매매 업소 취업을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여성은 모두 16명. 이들 여성들은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으로 유흥업 종사자, 이혼녀 등이 대다수이며, 대학생과 대학원생도 2명 포함돼 있었다.

유흥업계 한 정보통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원정 성매매는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국내의 극심한 불경기가 성매매 여성들의 눈을 해외로 돌리게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 남성들의 지갑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 계속 한국에 남아 있어봐야 손해만 나기 때문에 차라리 해외에 있는 남성들의 주머니를 노리자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이 원정국으로 각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환율이 높아 한국에서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 비자가 3개월로 비교적 길뿐 아니라 거리상으로 가까워 심리적 부담감이 적다. 무엇보다 신분이 노출될 염려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해외여행을 하는 기분을 즐기면서 일본어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이것이 국내 화류계 여성들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하는 이유다.

게다가 화류계는 젊음을 파는 ‘한철 장사’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성매매 여성들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자연스레 해외로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꿈이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브로커들과 업주들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떼 가는 데다 환율의 차이로 인해 버는 만큼 쓰게 되기 때문이다.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나갈 땐 하나 같이 한몫 단단히 챙겨오겠다고 벼른다”며 “그들 중에서 성공했다는 얘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오히려 대부분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성매매 여성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하루 3~5차례 성매매에 시달려야 했지만 애초 약속 받은 ‘월 3000만원 수익’을 얻기는커녕 항공료와 숙박비, 성형수술비, 휴대전화 사용료, 홍보용으로 찍은 반나체 사진 촬영비 등으로 낸 선불금에 월 10%의 이자가 붙으면서 500만~1000만원의 빚을 떠안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브로커인 이들이 챙긴 돈만 1억원에 달했다. 업주의 호주머니엔 10억원이 넘는 돈이 흘러 들어갔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브로커와 업주가 모두 챙긴 셈이었다. 뿐만 아니라 업주가 손님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콘돔 사용을 금지시켜 성병까지 걸린 채 귀국한 여성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신분 노출이 안 된다고 안심하고 있던 원정 성매매 여성들의 안일한 생각에 일침을 가했다. 한 일본인 성매수 남성이 몰래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것. 확인된 것만 20여편에 달하는 이 동영상에 출연하는 일본인 남성의 얼굴은 확실히 모자이크 처리돼 있는 반면, 한국인 여성들의 얼굴은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말 그대로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때문에 이들이 입을 정신적 피해와 상처, 충격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심한 경우 향후 이들은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실제, 이번에 검거된 한 여성의 경우 지난 8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우연히 자신의 성매매 영상을 발견했고, 이후 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겪으면서 정신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결국 몸은 몸대로 버리고 빚만 떠안게 된 데다 신상까지 노출돼 버린 처지가 됐다. 이 같은 실정임에도 원정 성매매 여성들은 현지에서 활발한 영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을 태운 비행기는 아직도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악덕 브로커들과 무관치 않다. 이들은 군침 도는 제안을 담은 메일을 20대 여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식으로 여성들을 끌어 모은 뒤 성형수술비 등을 가장한 사채로 발목을 잡아 제 배를 불린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해외 원정 성매매를 뿌리 뽑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정 성매매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선 국내서 활동하는 브로커들의 단속이 선행돼야 한다.



정준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