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3)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그룹 후계자라는 건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스티브 잡스 추도식 참석을 위한 미국 방문을 계기로 이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많다. 차제에 삼성의 후계구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사장과 비슷한 연배의 정용진(43) 신세계 부회장, 정의선(41)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은 그룹 내에서 이미 확고한 후계구도를 구축했다.

지난 17일 거행된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는 40여 명만이 참석했고, 아시아인 중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 사장 2명뿐이었다. 세계 IT업계에서 이 사장의 위상이 확인된 셈이다.

그간 이 사장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조금은 소극적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극도로 자제해 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공식석상에서 취재진의 질문에는 “회장님께 여쭤보라”는 답이 많았다.

이 사장은 그러나 잡스 추도식에 참석하고 귀국한 19일 기자들의 질문에 비교적 상세하게 답했다. 어조도 단호하고 힘이 있었다.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해결사’ 임무를 안고 팀 쿡 애플 CEO를 만났을 것이고, 알려진 것 이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손에 쥐고 돌아온 것 같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이 사장은 쿡과 2, 3시간에 걸친 회동에서 확실한 소득을 챙겼다. 삼성전자는 2014년까지 애플에 부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최소 3년간은 ‘든든한’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이 사장의 부상(浮上)은 연말로 예정된 삼성그룹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계열사별로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 중인 삼성은 조만간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이 사장은 후계구도를 본격화함과 동시에 그룹 내에서 다시 한 번 위상을 확인하게 된다. 최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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