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제치고 세계 4위美 도로 10% 점유, 작년 中 70만대나 판매정몽구 회장 품질경영에 폭스바겐도 "현대처럼!"

디트로이드 모터쇼 - 현대차 쿠페 벨로스타.
현대자동차그룹이 21세기에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 3월 당시 연매출이 18조원인 세계 11위 자동차업체였다. 당시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현대자동차의 미래는 어두웠다. 자동차업계에는 '빅 5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망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돌았기 때문.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눈부시게 성장했다.

분가 당시 약 36조원이었던 그룹 자산은 무려 115조원으로 늘어났다. 5위였던 재계 서열은 삼성그룹에 이어 2위로 올라섰고, 자동차 업계 순위는 세계 11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외형이 커지다보니 임직원수도 10년 만에 9만 8,000명에서 17만 7,000명으로 늘었다.

1. 세계를 누비는 현대차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현대와 기아 자동차가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에 생산 능력 세계 10위(257만대)였지만 10년 만에 574만대를 판매해 미국 포드(520만대)를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에서만 56만 7,901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영은 중국 시장 진출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대 속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발전 속도는 빨랐다.

2002년 10월 1공장을 건설하며 중국대륙에 첫발을 내디딘 현대차는 5만여 대를 판매하는 13위의 중소업체로 시작해, 채 6년이 지나지 않아 생산규모를 60만 대로 확대하며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선두 자동차회사로 입지를 굳건히 했다. 2010년에는 연산 40만 대 규모로 북경 현대 3공장을 착공했고, 작년에 무려 70만대 이상을 판매해 해외 단일 시장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2002년 11월 첫 모델인 소형차 '천리마'(국내명 엑센트)의 양산을 개시한이래 2007년 12월 연산 30만 대 규모의 중국2공장을 완공, 중국 공장을 슬로바키아공장과 더불어 기아차 글로벌경영의 구심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향후 현대차 중국 제 3공장까지 완공되면 현대∙기아차는 현대차 100만 대, 기아차 43만 대 등 중국에서 연간 143만 대의 생산 및 판매 능력을 갖추게 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 격전장인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된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10만 7,426대를 판매해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10% 돌파에 성공, 10.1%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쏘나타 2만 2,754대, K5(현지 판매명 옵티마) 7,401대 등 총 3만 185대가 판매되면서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중형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19%)를 기록했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2009년 북미 시장에서 '북미 올해의 자동차'가 됐다. 아시아권 고급차로는 최초였다. 올해 5월엔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이 일본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렉서스를 앞섰다.

명차의 고향으로 손꼽히는 유럽 시장에서도 현대와 기아차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현대와 기아 자동차는 까다로운 유럽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고자 연구ㆍ디자인ㆍ생산ㆍ판매ㆍ서비스를 일원화했다. 기아차는 2006년 슬로바키아 공장을 완공하면서, 현대차는 2008년 체코 공장을 지으면서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가동했다. 유럽 현지에서 생산된 i30, 벤가, 씨드 등은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신흥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인도와 러시아 공장을 통해 현지 시장을 공략했고, 남미 시장을 겨냥해 브라질에도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2. 품질 경영으로 글로벌 도약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도약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해 온 품질 최우선 경영의 결실이다.

최근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세계 3위인 폭스바겐 마틴 빈터콘 회장은 i30을 유심히 살펴본 뒤 "현대차는 가능한데 우리는 왜 안되나"라며 임원을 질책했다. 빈터콘 회장은 지난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경쟁자는 도요타가 아니라 현대차다. 최근 비약적인 품질 향상은 놀라울 정도다"고 말하며 현대자동차를 경계했다. 빈터콘 회장의 말은 달라진 현대자동차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품질경영'은 정몽구 회장이 펼쳐 온 경영철학의 기본이며,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각오로 지난 10년 동안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혁신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 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09년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현대차가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런 성과들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결과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현대와 기아 자동차의 변신을 자동차 역사상 가장 놀라운 기적이라고 칭찬했다. 미국 자동차전문지 카앤드드라이버는 지난해 11월 "갑자기 학생이 선생님이 됐다(The student has suddenly become the teacher)는 제목 아래 소나타의 품질 경쟁력을 칭찬하면서 소나타를 '올해 최고의 차 TOP 10'에 포함시켰다.

현대차는 올해 가솔린 하이브리드차를 독자개발했고, 최근엔 세계 최초로 10단 기어 개발을 시작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를 조용히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