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안철수 3차 대전은?서울시장 선거 타격에도 朴, 여전한 영향력 발휘, 내년 총선이 시금석 될듯安, 권력의지 굳지 않아도 바람 게속되면 결심할수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다시 '박근혜 대 안철수' 다. 10‧26 재‧보선이 끝나고 그 후폭풍으로 정치권 빅뱅이 예상되는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새롭게 격돌하는 양상이다.

우선 여야의 불가피한 변화에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은 각각 상수적 존재로 자리한다. 여권은 박 전 대표의 거취에 따라 당 구조가 바뀌고, 대야 전략도 달라지게 된다. 야권 역시 안 원장의 행보에 맞춰 재편의 방향과 형태가 직접 영향을 받는다.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은 승패의 핵심축이다. 두 사람의 위상과 역할에 따라 양대 선거가 판가름 날 수 있다. 10‧26 재‧보선은 끝났지만 '박근혜 대 안철수' 의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이 전쟁의 결과에 따라 정치는 물론 한국의 미래까지 좌우될 수 있기에 '박근혜-안철수' 승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9월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은 일거에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2년 넘게 견고하게 이어온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흔들어 놓았다. 내년 대선을 가정한 일부 여론조사에선 안 원장의 지지율이 박 전 대표에 앞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1차 '박근혜 대 안철수' 전은 안 원장의 승리로 귀결된 모양새였다.

일각에서 지나가는 바람으로 치부하던 안풍은 이번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또 다시 위력을 입증했다. 안 원장이 지지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박 전 대표의 지원을 받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꺾음으로써 '박근혜 대세론'을 다시 흔들어 놓은 것.

안철수 교수
특히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이 참여해 '박근혜-안철수' 대선 전초전으로 비유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박빙승부로 진행되다 막판 안 원장이 박 후보 캠프를 방문해 지지를 표명, 박 후보가 7% 포인트 넘는 표차로 당선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2차 '박근혜 대 안철수'전도 안 원장의 승리로 끝난 셈이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 안철수' 대결로 부각된 구도는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인가?

여기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과 이를 대체할 '대안론'이 어떻게 귀결되느냐 하는 것과 '안풍' 의 위력이 대선까지 지속될 것인지, 과연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그리고 야권의 재편과 대선주자들과의 관계 설정 등이 관건이다.

우선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선 견해가 갈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라며 "친이계가 박 전 대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전망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박근혜 대세론'이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며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한나라당이나 범보수세력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끝났다고 얘기하려면 뭔가 다른 대안을 갖고 있어야 되는데 대안이 없다"며 "서울시장 선거와 동시에, 또는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박근혜 1위, 안철수 2위, 문재인 3위 등 이렇게 나온다.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가 끝났다든지, 대세론이 이미 무너졌다든지 하는 것은 예단"이라고 반박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제 '박근혜 대세론'이 아니라 '박근혜 우세론'이라고 해야 맞다"고 했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지역에선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줬다"면서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에서 박 전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나오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이 '박근혜 대세론'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안풍'의 지속성 여부에 대해선 유창선 평론가는 "서울시장 선거의 시작과 마무리를 안철수 원장이 했고 승리했다"면서 "'박근혜-안철수' 구도가 대선까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이 새로운 시대정치의 '아이콘'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안풍'의 위력도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전 교수도 "기존 정치 프레임이 바뀌지 않는 한 '안풍'은 대선까지 계속 될 것"이라며 현재 정당들의 감동을 주는 '변신'에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고성국 박사는 "(서울시장)선거만 놓고 보면 '안풍'은 존재하는데 대선까지 계속될 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안 원장의 정서나 권력 의지가 확고하지 않아 대선 출마가 어려워 보인다는 게 고 박사의 설명이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선 유창선 평론가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보였다가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한 것이나 정치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 무엇보다 '안풍'의 위력이 건재할 것으로 볼 때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민전 교수는 "야권의 대선 후보는 '빅3'라 할 수 있는 손학규, 문재인, 안철수 세 사람 가운데 결정될 것으로 보는데 안철수 원장은 다른 후보들로는 안된다는 여론이 높고 '안풍'이 여전할 때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박원순 후보에게 전하는 편지를 들고 나오면서 정치인 안철수를 확인했다"면서 "2012년 대선에 관심이 있다면 내년 총선에 짧은 기간이라도 정치적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원장이 격돌한다면?

김민전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원장은 서로 상반된 장‧단점을 지녔다"고 평했다. 박 전 대표가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장점이 있는 반면 외연을 확대하는 데는 취약하다는 것. 반면 안 원장은 무당파 등 외연 확대엔 강하지만 세력을 결집하는 데는 약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대선의 변수로 '시대정신', '한국정서 패턴'(통합=승리, 분열=패배), '외연 확대' 등을 꼽았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면서 대선의 변수들에 부합하는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방송3사 여론조사… 박근혜 38.0%, - 안철수 37.8% 접전

방송3사의 내년 대선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 서울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원장이 교수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KBS‧SBS 등 방송 3사가 미디어리서치 등 3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26일 서울시장 보선 투표자 2,159명을 대상으로 투표소 출구 조사에서 내년 대선 가상 대결 조사를 함께 실시한 결과, 박 전 대표는 38.0%, 안 원장은 37.8%로 조사됐다. 이는 앞서 지난 18일 방송 3사가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1.6%포인트 오른 반면 안 교수는 6.4%포인트가 떨어진 수치다.

지역적으로 강남과 서초, 송파, 강동구가 속한 강남동 권역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42.1%로 안 교수를 크게 앞섰고, 연령별로는 40대 이하 저연령층에서 안 교수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았다.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는 박 전 대표가 우세했다.

박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박 전 대표가 19.1% 포인트 더 높게 나왔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대결에서도 박 전 대표가 15.5% 포인트 앞섰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