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 수출 늘려 최첨단 기업으로 도약글로벌 변악기 생산체제 中에 대규모 휠로더 공장 원격제어 스마트십 건조

현대중공업이 만든 악포 FPSO. 나이지리아 하코트 항구 남쪽 150km, 수심 1,500m에 위치한 악포 필드 해상에 설치돼 원유 생산 및 저장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회사를 넘어 세계 최고 중공업 기업을 꿈꾼다.

길이 310m, 폭 61m, 높이 31m 규모인 악포 FPSO는 원유 200만 배럴을 저장하면서 하루에 약 20만 배럴을 생산ㆍ정제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83년부터 세계 1위를 독식한 조선업계 절대 강자. 그러나 현대중공업을 배 만드는 회사로만 볼 순 없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외에 엔진, 해양, 플랜트, 전기전자, 건설장비, 친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갖춘 세계적인 종합중공업 회사다.

현대중공업은 2005년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뒤 5년 만인 지난해 매출 22조 4,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무려 3조 7,000억원으로 다른 회사와 비교하자면 사실상 그룹 규모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 등 계열사 매출을 합치면 50조원대다.

현대중공업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 수출액이 무려 19조 8,269억원으로 한국 기업 전체 수출액 가운데 4%에 이른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외국에서 돈을 벌어 한국을 살찌우는 전형적인 수출기업이자 글로벌 리더다.

1. 글로벌 시장 선도

현대중공업의 올해 목표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 이재성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혁신과 도전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고객 성향의 변화를 전망해 유망 사업을 발굴하고 지속 성장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대중공업은 선박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 이동식 발전설비 등 세계 무대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기술과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끊임없는 연구ㆍ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산업용 로봇과 건설장비 수출도 점점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세계 시장에서 9%를 점유한 세계 5위 로봇기업. 2014년까지 세계 3위에 진입하겠다는 목표 아래 산업용 로봇을 연간 4,000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6월에 준공했다. 이런 까닭에 한국에선 현대중공업하면 선박을 건조하는 회사로 널리 알려졌지만 외국에선 선박부터 발전소, 로봇까지 생산하는 최첨단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해양플랜트와 엔진기계, 전지전자 등의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끝에 총매출에서 조선 분야 매출은 35%대로 떨어졌다. 세계 1위 조선회사답게 지난해 조선 매출은 무려 7조 8,490억원이었지만 비조선 사업부문 매출이 4년 만에 세 배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2. 최첨단 공장 줄줄이

현대중공업은 미국 앨라배마주에 연간 생산규모 1만 4,000 MVA급 중대형 변압기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말 공장이 완공되면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울산 변압기 공장을 비롯해 유럽 불가리아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이르는 글로벌 변압기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생산규모도 연간 14만 MVA로 늘어나 세계 변압기 시장에서 3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건설장비 시장에서도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규모 휠로더 공장을 설립한다. 중국 산둥성 타이안에 휠로더를 연간 8,000대 정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자 4,8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에도 건설 장비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올해 신설한 그린에너지 사업본부는 풍력과 태양광 등 신ㆍ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넓히고 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2MW급 풍력 발전기를 생산할 공장을 설립할 예정. 그러나 미국에 건설하려던 세계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 사업은 무산됐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각국 정부 보조금이 줄어 태양광 사업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3. 세계 최고를 만든다

현대중공업은 83년 산업기술연구소를 시작으로 선박해양, 기계전기, 테크노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헝가리 기술센터까지 포함하면 전문 연구인력만 약 600명으로 각 사업부 소속 기술개발 전담인력 1,000여명과 함께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4월엔 중국 상하이에 현대중공업 글로벌 기술연구 센터를 설립해 중국 시장을 공략할 혁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최초 하이브리드 경비함도 현대중공업에서 만들어졌다. 현대중공업은 고속에선 디젤 엔진으로, 저속일 땐 전기모터로 항해하는 최첨단 3,000톤급 경비함을 건조해 올해 2월과 7월에 해양경찰에 인도했다. 세계 최초로 원격 제어ㆍ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십(Smart Ship)은 올해 3월에 건조돼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AP몰러에 인도됐다. 스마트십은 육상에서 위성을 통해 선박에 대한 각종 정보를 받아 원격 제어하는 최첨단 차세대 선박이다.

최근엔 자체 개발한 선박평형수(Ballast Water) 처리장치 에코밸러스트 상업화에 몰두하고 있다. 선박 균형 유지용 해양수 선박평형수는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어, 국제해사기구가 2012년부터 인도될 선박에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장착을 의무화시킬 예정이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시장 규모는 최대 30조원으로 예상돼 현대중공업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세계일류상품 무려 31개 '최다'

●현대중공업 경쟁력

현대중공업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세계일류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선정한 세계일류상품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무려 31개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선박, 디젤엔진,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15개 품목은 세계 시장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LG화학(15개)과 삼성전자(13개)는 각각 세계일류상품 생산 2위와 3위에 올랐다. 세계일류상품이란 세계 시장 점유율 5% 이상과 세계 5위 이상인 제품 가운데 연간 세계시장규모가 5,000만 달러 이상이거나 연간 수출 규모가 500만 달러 이상인 제품을 뜻한다.

현대중공업은 최초ㆍ최대ㆍ최고 기록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올해 1월 단일 조선소로는 세계 최초로 누적 선박 1,700척 인도 기록을 세웠고,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된 선박은 8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28년 연속 세계우수선박으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이 생산한 엔진기계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대형엔진 생산 누계 1억 마력을 돌파했다.

현대중공업은 꾸준한 기술 개발로 내년까지 세계일류상품을 39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