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 부실대응… 조현오 경찰청장 교체설 급부상

이명박 대통령과 조현오 경찰청장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6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사건 터질 때마다 부하 징계로 문제 해결해
일선 경찰관들 부담감 가중… 사건 현장에 적극성 실종

차기 청장 하마평에 11월 퇴임설 등 소문 무성
MB신임 두터워 의견분분

인천 조직폭력배 난투극 사건에 대한 파장이 확산되면서 조현오 경찰청장 교체설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청장 후임 후보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 청장 교체설이 나온 것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 논란이나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리더십 부재 논란 등이 터질 때 마다 권력 주변에서는 "조 청장에 대한 인사권자의 불만이 높아 오래지 않아 교체될 것"이라는 추측이 꾸준히 나왔다.

이번에는 그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권력 주변의 이야기다. 인천경찰청이 조폭 난투극을 미온적으로 대응해 비판이 일자 조 청장은 부랴부랴 관계자 징계 등 '긴급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조 청장의 강경대응은 후폭풍을 불렀다. 조 청장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뇌부에서 일선 지휘라인까지 책임을 물어 징계하면서도, 정작 최종 책임자인 자신에게는 관대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발생한 폭력조직간의 충돌 모습.
경찰 일부에서는 "조 청장의 '무관용 리더십'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비난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 청장의 리더십 부재

인천 조폭 난투극 사건 이후 공교롭게도 전국적으로 조폭 관련 사건들이 잇따라 터져 조 청장이 코너에 몰리는 인상이다. 경찰이 조폭에 멱살을 잡히는 등 경찰의 무력함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면서 조 청장의 지휘 책임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 청장이 이번에도 부하들을 징계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조 청장이 부임한 이후 조직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게 가장 큰 문제다. '찍히면 죽는다'는 공포감이 일선 경찰관들의 어깨를 짓눌러 사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뛸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청장의 교체설이 불거지면서 차기 청장 하마평도 심상찮게 나돈다.

차기 경찰청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사는 이강덕 경기지방경찰청장. 이 청장은 경찰 내부의 신망이 두터울 뿐 만아니라 정치권 등 외부의 시선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이 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출신이어서 오래 전부터 차기 경찰청장으로 꼽혀왔다. MB는 서울시장 시절부터 교류를 갖는 등 이 청장을 챙겼으며, 2007년 대선 때는 "MB가 당선되면 이강덕 차장(당시 경북지방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으로 유력하다"는 말이 나왔다.

조 청장이 물러난다면, 그 시기는 11월 하순쯤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조직개편이나 내년 총선 대선 일정을 볼 때 11월이 적당하다는 게 청와대 소식통의 이야기다.

언론 민감 조 청장 행보

한 소식통은 "신임 경찰청장이 주요 선거 전에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도 연말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조 청장을 교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는 '조 청장에 대한 MB의 신망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두텁다'는 이유를 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정원장과 더불어 조 청장에 대한 자질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바꾸지 않았다"며 "이는 그 만큼 신망이 두텁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 청장이 움직일 경우,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든가, 청와대 다른 보직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한다.

경찰 소식통은 "조 청장이 최근 들어 언론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언론에 신경 쓰는 것은 '조 청장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조 청장 교체설을 불러일으킨 인천 조폭 사건은 지난 9월 21일 인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폭력 조직원 130여명이 거리 한복판에서 유혈 난투극을 벌인 사건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한 명이 흉기에 찔리는 데도 이를 막지 못하는 등 사실상 패싸움을 방치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조 청장은 즉각 축소 허위 보고 관행을 문제 삼고 대상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축소·허위 보고 문제는 지난 8월 제주 강정마을에서 발생한 공권력 부재 현상 때도 문제가 됐다. 당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내 대형 크레인 조립을 저지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주민과 시민운동가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7시간 넘게 시위대에 포위되고 서귀포 경찰서 정문을 9시간 가량 폐쇄한 사실이 있었지만 이 역시 조 청장은 언론을 통해 접했다고 한다.

인천 조폭 난투극 출동 경찰 "목숨 걸고 싸웠다" 호소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가천길병원 인근에서 벌어진 조폭 난투극 사건과 관련,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 강력팀원인 전모 경위는 26일 경찰 내부망에 "언론 보도를 통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있다"며 조목조목 해명했다.

전 경위의 글에 따르면 남동서 강력3팀 팀원 5명은 사건 당일 상황실로부터 사건을 접수하고 장례식장으로 출동했다. 강력팀이 도착했을 때 주변은 평온한 상태로 별다른 조짐이 없었지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빈소 등을 상대로 탐문했고, 조폭 추종세력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경고했다.

전 경위가 남동서 형사과장에게 상황을 전파하고 상황실에 지원 요청을 하던 중 형사기동대 차량 뒤쪽 30여m 떨어진 곳에서 남자 2명이 뛰어 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형사들은 이들 2명을 붙잡았지만 이미 폭력배 한 명이 다른 폭력배를 흉기로 찌른 상태였고, 다시 한 번 찌르려고 하는 순간 전기충격기를 이용해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전 경위는 주장했다.

언론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폭력배를 제압한 상태에서 그 폭력배가 상대파 조직원을 흉기로 찌르게 방치했다고 보도,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전 경위는 또 경찰이 현장을 방치한 채 카메라로 촬영만 했다는 목격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에 공개된 CCTV 영상 중 형사기동대차 뒤에서 뛰어 다닌 사람들은 폭력배들이 아닌 강력팀원들 이었다"며 "자녀들이 '우리 아빠는 경찰인데 왜 조폭인 것처럼 나오냐'고 울어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그는 글 말미에 "우리는 조폭들 앞에서 결코 비굴하지 않았고 벌벌 떨지도 않았다"며 "목숨을 걸었던 자랑스러운 강력팀 형사였다"고 강조했다.



윤지환 기자 jjh@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