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8일 오전 SK그룹 본사 전격 압수수색SK측 “투자금 유용하지 않았다” 해명

검찰이 SK그룹에 대해 또 한번 칼끝을 겨냥하고 나섰다.

검찰은 SK그룹 오너일가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하고 8일 SK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000억원대 선물투자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하고, 이날 오전 6시30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SK그룹은 8년 전에도 검찰 수사로 그룹 오너 및 경영진이 대거 기소된 바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의 이날 전격 압수수색은 SK그룹 계열사들이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대표 김준홍)에 출자한 자금 가운데 500여억원이 자금세탁을 거쳐 최태원 회장의 선물투자에 동원된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K텔레콤과 SK C&C가 베넥스에 출자한 500여억원이 2008년 10월 투자처에 입금된 뒤, 수 차례의 계좌와 김 대표의 차명계좌 등 복잡한 돈세탁 과정을 거친 뒤 선물투자금에 활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선물투자는 최 회장 개인자금으로 한 것이어서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종전 SK측 공식 입장을 뒤집는 내용이다. 최 회장의 5,000억원대 선물투자 미스터리를 풀어줄 중요할 단서이지만, 검찰이 본격 수사를 미루고 있어 그 배경을 놓고 사정기관 주변에서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7일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최근 베넥스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과 SK C&C가 베넥스 창투조합에 출자한 500여억원이 2008년 10월 무렵 돈 세탁을 거쳐 김준홍(46ㆍ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재판 중) 베넥스 대표의 차명 계좌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김 대표의 차명 계좌에서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은 SK해운 고문 출신의 무속인 김원홍(50ㆍ해외 체류)씨 계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이 최 회장이 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했던 5,000억원 가운데 일부라고 보고 있다.

SK측은 또 SK가스, SK E&S, 부산도시가스 등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한 달 만에 500억원 상당을 다시 베넥스 계좌에 되돌려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베넥스 출자금 횡령 및 유용 사실을 숨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측은 이에 대해 "나중에 최 회장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500억원을 모두 변제했다"며 횡령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넥스는 2006년 10월 설립된 신생 창투사이지만 18개 SK 계열사가 2,800억원이나 투자해 SK의 위장계열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 회사 김 대표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금융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98년 SK그룹에 입사해 3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최 회장의 측근 출신이라는 점도 이런 의구심을 키웠다.

9월부터 베넥스와 최 회장 선물투자와의 연관성을 조사해왔던 검찰이 중요한 연결고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본격 수사에 나서지 않아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최태원 회장-김준홍 대표-김원홍씨' 3인의 밀접한 관계에 비춰 베넥스 자금 횡령ㆍ유용이 결국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위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최 회장이 SK 계열사가 베넥스에 출자하게 하고 베넥스 자금 500여억원을 자신의 선물투자에 동원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지면, 횡령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베넥스라는 제3의 회사를 중간 다리로 삼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SK 계열사 자금을 오너의 선물투자에 이용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2003년 SK분식회계 사건 당시에는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이 SK해운 자금 7,800억원을 들여 해외 선물투자에 나섰다가 90% 이상의 손해를 보고 구속된 적이 있다.

SK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3월30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가 증권거래법위반 혐의로 김준홍 베넥스 대표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것이 단초가 됐다. 당시 검찰은 김 대표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한 175억원 상당의 수표다발을 추적한 결과 이 중 172억여원이 최재원 SK 부회장의 자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SK 오너 일가의 수상한 자금거래 흔적을 발견한 검찰은 기존에 내사 중이던 최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 의혹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지난 8월 특수1부로 SK 관련 사건을 합치면서 사실상 본격 수사에 나섰다.

한편 SK그룹은 8일 "계열사들의 투자금을 최태원 회장이 유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SK는 계열사들이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2,8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투자금 일부가 총수 일가로 빼돌려진 정황을 잡고 수사해온 검찰이 이날 서린동 그룹 본사 내 SK 홀딩스와 SK가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데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SK 관계자는 "예전에도 그런 소문이 있었지만, 최 회장이 선물투자로 본 손해를 계열사들이 메우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지는 않았다"며 "앞으로 검찰 조사에 잘 응해서 의혹이 해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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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준기자 jo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