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신세계 롯데 명품, 베이커리, 광고, 의류 시장에서 각축전

장선윤 블리스 사장
재벌들의 영토 확장 욕심이 끝이 없다.

백화점과 공항 면세점에서 해외 명품 시장, 베이커리 시장, 광고 시장, 의류 시장 등에서 삼성 현대 신세계 롯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들이 딸들을 앞세워 '땅 따먹기'식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항 면세점과 백화점 명품 시장에서는 삼성과 롯데, 베이커리 시장에서는 삼성 현대 신세계 롯데, 광고 시장에서는 삼성과 현대, 수입의류 시장에서는 삼성과 신세계의 딸들이 '총성 없는 전쟁'중이다.

재벌가(家)의 딸들이라고 해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지만 손대기 쉬운 '우아하고 격조 높은' 사업에만 몰두하는 데다 골목 상권까지 침해한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는 못하다.

또 이들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보다 모기업의 안정적인 유통망을 이용해 해외 명품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만 주력한다는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달로와요
경제평론가로도 유명한 '시골 의사'박경철씨는 얼마 전 자신의 트위터에 "재벌가 딸들이 특수관계에 있는 호텔과 마트에서 독점 사업으로 돈을 번다면 사업 기회 유용이자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고 성토했다.

명품 시장, 삼성과 롯데의 혈투

지난해 이부진(41) 호텔신라 사장과 신영자(69) 롯데 면세점 사장은 세계적 명품인 루이비통 매장을 인천공항 면세점에 유치하기 위해 한바탕 '혈투'를 치렀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신 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다.

지난해 5월에는 AK면세점 인수를 놓고, 올해 3월에는 김포공항 상품 유치 입찰을 두고도 양측은 서로에게 칼을 겨눴다. AK 인수전에서는 롯데가 승리했고, 김포공항 입찰 경쟁에서는 양측이 사실상 비겼다.

그러나 루이비통 유치전은 이부진 사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 사장은 지난 9월 이브 카르셀 루이비통모네헤네시(LVMH) 회장과 함께 인천공항에서 화려한 개장식을 열었다. 국내 명품 시장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5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 꼬르소꼬모
베이커리, 삼성 현대 신세계 롯데의 4파전

연 2조5,000억원 규모의 베이커리 시장에서도 재벌가 딸들의 각축이 치열하다. 베이커리 시장은 파리바게트와 투레쥬르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지만, 재벌가는 백화점과 마트 등에서 '고급'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내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의 딸인 성이(49), 명이(47), 윤이(43)씨가 각각 전무로 있는 해비치호텔앤리조트는 베이커리 카페인 '오젠'을 제주 1호점에 이어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에 2호점을 열었다. '오젠'은 서울 압구정동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 사옥에 3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동딸인 정유경(39) 부사장은 '' '베키아 에 누보'라는 웨스틴조선호텔 베이커리의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은 빵과 커피 등을 파는 '아티제'를 운영하는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신영자 롯데 면세점 사장의 차녀인 장선윤(40) 블리스 사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 백화점 본점을 비롯해 전국 12개 롯데 백화점 매장에서 프랑스 베이커리 업체인 '포숑'을 운영하고 있다.

이서현(왼쪽) 제일기획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장 사장은 지난해 12월 설립된 '블리스' 지분 70%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포숑'의 서울 소공동 롯데 백화점 본점의 월평균 매출은 1억원 정도였으나, 지난 7월 재개장 후 2억원 이상으로 수입이 늘었다.

광고, 삼성 현대의 정면대결

광고 시장에서는 업계 1위인 제일기획에 2위 이노션이 도전장을 내민 모양새다. 한국광고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 대행사 순위에서 제일기획이 1위(2조9,199억원), 이노션이 2위(2조6,985억원)를 차지했다.

제일기획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이,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고문이 선봉에 서 있다. 정 고문은 이노션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 부사장은 회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부동의 1, 2위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은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덕분이다. 특히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물량을 도맡는 이노션은 설립 3년 만인 2008년부터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신영자 롯데면세점 사장
양사의 선두 경쟁이 거세지면서 중소 업체들은 생존 위협까지 받고 있다. 중소 업체들은 물량은 물론이고 인력 수급에도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제일기획은 올해 상반기에만 신입 및 경력사원 100명을, 이노션도 신입사원 등 80명을 충원했다.

수입의류, 범 삼성가의 '집안 경쟁'

제일모직은 2008년부터 해외 고급 패션 브랜드 수입에도 뛰어들었다. 10 꼬르스꼬모, 발렉스트라(이상 이탈리아), 이세이미야케(일본), 띠어리, 토리버치(이상 미국), 꼼데가르송(프랑스) 등이 제일모직에서 수입한 브랜드들이다.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은 제일모직 부사장도 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알렉산더왕, 코치, 센존, 3.1필립림(이상 미국)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이상 이탈리아) 등의 브랜드 수입에 적극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 자녀들의 사업은 대체로 '일감 몰아주기'의 한 방편"이라며 "재벌들이 기존의 튼실한 유통망을 이용해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고 있다. 이는 정부의 동반 성장 정책에도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유경 신세계 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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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