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지난 14일 채권단과 하이닉스반도체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한 지분인수계약 조인식을 가졌다. 연합뉴스
표류하던 하이닉스 반도체가 마침내 SK그룹 품에 안겼다. 하이닉스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임에 틀림없지만, '위험성' 때문에 지난 10년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채권단의 관리하에 놓여 있었다.

하이닉스 인수는 SK그룹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사업 구조도 다각화된 SK그룹은 '제2의 삼성전자', '제2의 애플'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금단의 사과' 차지한 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 14일 채권단과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본계약을 체결하며 제1대 주주로 등극했다. SK 측은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舊株) 4,425만주(6.4%)와 신주 1억185만주(14.7%)를 총 3조4,26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은 이달 중 정밀실사에 들어간 뒤 12월 가격조정 협상 과정을 거쳐 늦어도 내년 1분기 중에는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이미 수개월 동안 예비 실사를 진행하면서 하이닉스를 속속들이 파악한 터라 사실상 인수 절차는 마무리된 셈이다.

2001년 10월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하이닉스는 이로써 꼭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부침이 큰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금단의 사과'로 불리던 하이닉스는 3번의 실패 끝에 SK텔레콤의 품으로 들어갔다.

최태원 회장이 인수 진두지휘

SK의 하이닉스 인수를 지켜보는 재계의 시선은 온통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쏠렸다. 그동안 하이닉스를 향한 최 회장의 '애정'이 그만큼 각별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1.8㎓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9,950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아 부은 데 이어 내년에도 LTE 투자 등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두 사업에만 3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한 만큼, SK텔레콤이 오롯이 떠맡기에는 힘이 부친다. 이번 하이닉스 인수를 최 회장과 SK그룹 전체의 염원이 담긴 결정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관련 기사를 직접 챙기는 것은 물론, 인수 현장의 임직원과 통화도 자주 하는 등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심지어 최 회장은 자신의 선물 투자 손실 보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압수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SK그룹 수뇌부를 설득해 최종 인수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규모 확장·구조 개선 두토끼 잡아

하이닉스 인수로 SK그룹은 사업 규모 확장과 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기업집단 자산순위'에 따르면 SK그룹의 자산규모는 97조원으로 삼성그룹(230조9,000억원), 현대자동차그룹(126조7,000억원)에 이어 3번째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자산규모 17조 5,000억원의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SK그룹의 자산은 총 114조5,000억원으로 증가해 현대차그룹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이닉스 인수는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데만 머물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며 날 수 있는 날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SK그룹은 정유와 통신, 양 축으로 지탱돼 왔다.

하지만 통신 사업은 몇 차례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내수용기업'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SK그룹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떼기 위해 정유 사업의 수출 비중을 높였고, 실제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국제 원유가격에 따라 그룹 전체가 뒤흔들릴 수 있는 불안감 또한 동시에 늘어났다. 하이닉스 인수로 SK그룹은 그 같은 위험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휴대폰-LCD-반도체로 이뤄진 삼각형 구조를 구축한 삼성전자의 경우 국제 환경 및 투자 사이클의 변화 등으로 하나의 사업이 휘청거릴 때도 다른 사업이 이를 보완하며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SK그룹도 이제는 정유-통신-반도체의 삼각편대를 갖춤으로써 '제2의 삼성전자'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했다. 든든한 자금 지원을 받게 된 하이닉스가 통신사업과 연관성이 큰 비메모리반도체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면, 기존의 플랫폼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이룰 수 있다. SK그룹이 애플 못지않은 IT기업을 꿈꿀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이닉스 가세로 SK 계열사 순위 전면 개편될듯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SK그룹의 계열사 순위가 뒤바뀔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한 해 동안 12조9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텔레콤에 이어 4번째다. 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이 그동안 정유, 통신으로 대표됐던 SK그룹의 양대 축을 떠받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당기순이익으로는 하이닉스(2조6,479억원)가 선두다. 하이닉스 인수 이전까지 SK그룹 1위 자리를 고수했던 SK텔레콤(1조379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하이닉스가 부침이 많은 반도체 시장에서도 지난해 효율적으로 살림을 꾸려왔다는 의미다.

하이닉스는 17조5,843억원의 총자산규모로도 SK그룹 내에서 3위 자리를 차지한다. 하이닉스 위로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밖에 없다.

직원 수로도 하이닉스는 단연 1위다. 현재 SK그룹의 상장계열사 16개의 전체 직원 수는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2만2,000여명이다. 반면 하이닉스의 직원 수는 1만8,743명으로 지난해 SK그룹 매출 부문에서 상위를 차지한 SK이노베이션(1,494명), SK네트웍스(3,810명), SK텔레콤(4,592명)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덩치 큰 '막내'의 가세로 지형이 바뀌게 된 SK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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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