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하우스'라 불리는 불법 도박장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옆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바짝 붙어 있다. 지금 이 순간,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도심을 파고든 비밀 도박장을 잠입 취재했다.

지난 20일 오후 10시께 도박에 잔뼈가 굵은 박현준(33ㆍ가명)씨를 만났다. 그가 전해준 도박장은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박씨의 소개로 신분을 감춘 채 '하우스' 내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실내는 생각보다 밝았다.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전혀 음침하지 않았다. 다만 다소 휑한 느낌이 들었다. 40평은 족히 돼 보이는 실내에는 원탁 6개가 전부였다. 도박장 특성상 단속을 피해 자주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내부를 꾸며 놓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원탁을 둘러싸고 10명이 넘는 꾼들이 패를 돌리고 있었다. 이들이 피워대는 줄담배로 실내엔 연기가 가득했다.

꾼들은 포커, 바둑이, 섰다 등 종목을 가리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바카라다. 바카라는 두 장의 카드를 받고 숫자 합의 뒷자리가 큰 사람이 승리하는 단순한 게임으로, 승부가 순식간에 판가름난다는 점 때문에 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베팅 금액에 한계가 없다는 점도 메리트다.

테이블 위엔 뭉칫돈 대신 금·은·동색 코인이 사용됐다. 금색은 10만원, 은색은 5만원, 동색은 1만원권을 각각 대신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하루에 오가는 판돈은 얼마나 될까. 하우스장 안창현(43ㆍ가명)씨에 따르면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000만∼2,000만원 정도다. 액수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한다.

"어제는 따고 오늘은 잃는 게, 또 오늘은 잃고 내일은 따는 게 도박판입니다. 게다가 멤버가 고정적이에요. 오는 사람만 온다는 얘기죠. 결국 돈이 돌고 돌아 그 돈이 그 돈이에요."

안씨의 말대로라면 이곳에서 백날 패를 돌려 봤자 전혀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꾼들이 계속해서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까닭은 뭘까.

"여기에 돈 따러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에야 일확천금을 노리고 오죠. 그렇게 한두 번 출입하게 되면 빚을 지게 되고, 본전 생각에 발길을 끊지 못하는 겁니다. 나중엔 습관적으로 패를 잡게 됩니다. 중독이 되는 거죠."

이곳에서 꾼들이 잃고 따고를 반복하는 동안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하우스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자릿세 명목으로 시간당 '고리'를 받는다. 각 테이블에서 자체적으로 게임 승자의 일정액을 모아놨다가 불입하는 식이다.

안씨가 벌어들이는 돈은 하루에 보통 50만~60만원, 한 달로 계산하면 대략 1,700만원 가량이다. 여기에서 임대료와 손님들 식대, 간식비, 잔심부름꾼 용돈 등을 빼면 1,000만원 안팎이 안씨에게 떨어진다.

적지 않은 수입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단다. 수년간 하우스를 운영해 오면서 꾼들에게 떼인 돈만 수억에 달하는 데다 단속으로 날린 벌금과 임대료를 더하면 오히려 날린 돈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안씨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우스장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시계바늘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꾼들은 아랑곳 않았다. 대신 하나같이 패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이었다. 안씨에 따르면 판은 통상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진다.

아침식사를 한 뒤 헤어지고 저녁에 다시 모여 판을 벌이는 걸 반복한다. 이곳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직업 없이 물려받은 재산을 도박에 쏟아 붙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문득 속칭 '타짜'로 통하는 사기도박꾼들이 출입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안씨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우스에 타짜가 드나들기 시작하면 장사 말아먹기 십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우스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장사예요. 사기집단이 아닙니다.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장난을 치면 손님 다 떨어집니다. 가끔씩 멤버 중 외지인을 데려오기도 하는데 아예 판에 앉히질 않습니다. 타짜가 아닌가 해서요. 오면 경계부터 하죠. 어떤 업주들은 유명한 타짜들 리스트를 가지고 있기도 해요. 이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죠."

하우스 업주들도 제 나름대로의 '정도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 하우스가 합법은 아니다. 엄연한 불법이다. 국가에서 법률상 규정된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운영되는 사설 영업장은 모두 형법상 불법 사행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사실상 수사에 손을 놓고 있다. 도심 깊숙이 파고든 비밀 도박장을 찾기 힘들다는 게 경찰들의 고충이다. 결정적인 제보 없이는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꾼들은 오늘도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안고 도박장으로 발길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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