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두에 수출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국산 자동차는 대미 수출증대가 기대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협상타결 이후 4년 8개월을 끌어온 한미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FTA')이 지난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비준동의안 기습처리라며 강력 반발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분노를 뒤로하고 재계는 한미FTA에 따른 득실을 따지느라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자동차 부품 및 섬유산업 등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장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내년 경영계획을 일부 수정하며 한미FTA 대응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당초 내년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한미FTA 체결을 감안했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한미FTA의 비준안이 통과된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직접적인 수혜 대상으로 꼽히는 대기업들은 외부논평을 자제하는 등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5대그룹 내에서도 온도 차가 클 뿐 더러 자칫하다간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한미FTA가 사실상 타결된 이후 재계의 눈은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에 쏠렸다. 삼성의 경우 전자, IT를 비롯하여 조선, 화학, 건설, 종합상사 등 사실상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에 한미FTA를 통한 우리나라의 실제 득실을 살펴보는 지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비준안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TV화면에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주력인 전자산업의 경우 한미FTA 체결로 달라지는 부분은 별로 없을 전망이다.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이미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는 데다 1.5%의 관세가 없어지는 TV도 멕시코에서 현지 생산체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관세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측은 "관세철폐로 인한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교역량 증가로 인한 인프라 확충을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1위 조선국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중공업도 한미FTA 체결로 얻을 효과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단일시장이 형성돼 있는 데다 미국에서 발주하는 양 또한 미미해 관심 둘 만한 수준은 아니다.

종합상사인 삼성물산 또한 주요 거래처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남미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한미FTA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한미FTA의 최대 수혜를 받을 대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차이니 만큼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는 완성차와 자동차부품 산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지라 두 배 이상의 호재를 맞을 전망이다.

현대차, 기아차의 경우 내년부터 2015년까지는 기존 8%였던 관세가 4%로 줄어 경쟁사들에 비해 유리한 입지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후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면 판매량이 더욱 늘 것으로 예상돼 미국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고객 이벤트와 '통 큰' 광고 마케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5년 이후까지는 관세가 남아 있는 데다 현지 생산 비중 또한 높아 당장 수출 개선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표적인 수혜주로 언급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라고 전했다.

한미FTA 발효 시점부터 아예 관세가 없어지는 자동차부품 산업의 대표주자인 현대모비스는 큰 호기를 맞았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의 42.8%를 수출 판매로 올렸고 이중 4분의 1 이상을 북미완성차 법인에서 기록했다. 대미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주요 경쟁자인 일본, 중국 등을 제치고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예정이다.

SK

SK는 5대그룹 중 한미FTA의 수혜에서 가장 비켜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한마FTA가 주력인 정유, 통신업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할뿐더러 제약산업에서는 오히려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대미관계보다는 오히려 대중관계 쪽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SK인지라 이후 시작될 한중FTA를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SK에너지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원유 및 석유제품 물량이 거의 없는 데다 항공유 등 일부 대미 수출제품 또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로 외국인 지분투자율이 확대되면 국내 통신업계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49%로 제한됐던 통신사의 외국인투자지분율이 100%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KT와 함께 지배적 기간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여전히 지분제한 완화 대상에서 빠져 있어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제약산업을 포함하고 있는 SK케미칼은 한미FTA 체결로 오히려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신약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의무가 강화돼 복제 의약품인 '제네릭'의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향후 SK케미칼은 고부가가치 신약개발을 통해 미국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LG

삼성과 마찬가지로 그룹 매출의 상당 부분을 전자, IT부품 등이 차지하고 있는 LG는 한미FTA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받을 전망이다.

한미FTA가 시행되면 그동안 각각 1.5%, 5% 수준의 관세를 부과 받았던 가전제품, TV 등은 약간의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미 미국에 공급하는 휴대폰, TV, 백색가전, LCD패널 등 대부분의 제품을 무관세인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과 함께 제약산업에 진출해 있는 LG생명과학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LG생명과학의 제약산업은 특허 경쟁력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어 한미FTA 이후 전면 생산 중단에 직면할 수도 있다.

포스코

포스코의 주력인 철강산업은 2004년 우루과이라운드 관세협상 이후 이미 한미 양국 간 무관세로 거래돼왔던 데다 거래량도 많지 않아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포스코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감소와 원재료값 상승 등으로 실적악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원재료도 미국이 아닌 호주, 브라질에서 얻는 등 한미FTA 효과조차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지라도 자동차나 가전 등 수요산업의 물량이 증가하면 간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불확실성 해소는 큰 수익

이처럼 현대차를 제외한 5대그룹 대부분이 이번 한미FTA 체결로 받는 직접적인 수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재계에서 한미FTA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5대그룹은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가 제거된 것 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5대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비준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벌써 끝냈어야 하는 내년 계획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었다"라며 "이제 약간의 수정을 거친 사업계획이 나오면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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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