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인하 여론에도 과다 수수료로 역풍그린마켓선 낚시성 텔레마케팅에 고객 “속았다” 분통

2011프로야구 메인 스폰서를 자처하며 카드업계의 선두권 진입을 위해 안간힘을 쓴 롯데카드가 다시 ‘말짱 도루묵’이 될 위기에 처했다. 롯데백화점과 마트, 세븐일레븐 등 막강한 유통조직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보수적인 마케팅으로 만년 하위권에 처졌던 롯데카드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으나 전략및 전술 부족, 고객및 가맹점 마음 잡기 실패 등으로 다시 주저 앉을 형편이다.

롯데카드가 변신을 시도한 것은 지난해 초. 전년도 경영실적 결산및 신년 경영전략 계획 발표서 ‘다른 분야와 달리 카드는 왜 이 정도밖에 못하느냐’는 그룹 최고 경영진의 강한 질책에 카드 경영진은 ‘공격적인 마케팅’이라는 칼을 뽑았다고 한다.

롯데카드는 우선 혁신적인 카드를 계속 선보이는 H카드사의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해 젊은 취향의 ‘디시(DC)스마트 카드’를 선보였다. 과감한 광고 컨셉트와 ‘할인(DC) 가능한’곳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켜 젊은 고객을 모으려는 시도였다. 또 올해에는 ‘제한없이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는 벡스카드를 내놓는 등 맞춤형 카드를 잇따라 출시한 뒤 광고 물량을 쏟아부었다.

특히 카드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내놓고 2011년 프로야구 메인스폰서를 맡았다.

그러나 롯데카드는 그동안 돈을 쏟아부은 만큼 영업 성과를 거두지도 못한 채, 카드 마케팅의 두 축인 고객과 가맹점으로부터 외면만 당하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카드는 최근 한국외식업중앙회의가 개최한 10만인 결의대회 등 가맹점 협회들의 집단 항의 집회에서 가장 높은 수수료율로 주 타깃이 됐다. 신용카드의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카드가 외식업을 비롯해 이ㆍ미용실, 학원 등 서민업종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바가지 수수료를 물려 원성을 산 것이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가 지난달 31일 공시한 신용카드 수수료 자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 45개 업종 중 절반이 넘는 무려 23개 업종에서 수수료 상위 1,2위를 기록했다. 특히 롯데카드는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이ㆍ미용실(3.5%)과 노래방(3.5%), 교육기관(3.5%), 학원(3.5%) 등에 가장 높은 수수료를 책정했다.

오는 30일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필두로 중소 자영업자들이 생존권 보장을요구하며 동맹 휴업에 돌입하기로 했는데, 대부분 서민용 카드 가맹업체들이어서 롯데카드가 또다시 ‘악덕 카드’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도 롯데카드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서울 노원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경옥(41)씨는 “KB국민카드는 수수료가 2.99%인데, 롯데카드는 3.5%나 된다”며 “손님이 롯데카드를 내면 조심스럽게 다른 카드가 없느냐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면 수수료를 너무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도 “지난달 (한국외식업중앙회)10만인 결의대회에 참석해 롯데카드가 2.7%의 높은 수수료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알고 가능하면 롯데카드를 안받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김모씨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의 경우, 다른 카드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2.59%라고 한다.

롯데카드는 또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영세가맹점에게도 2.1%의 카드 수수료를 요구, 가장 높은 수수료를 물렸다. 전통시장가맹점에도 1.8%의 수수료를 적용해 삼성카드와 하나SK카드와 함께 가장 높았다.

롯데카드를 외면하는 것은 가맹점만이 아니다. 롯데카드를 오랫동안 사용해온 고객마저도 잇딴 ‘낚시성 텔레마케팅’에 실망해 “카드를 잘라 버리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 센터와 각종 포털 게시판 등에는 지난해 말부터 ‘롯데카드가 그린마켓 서비스를 이용해 낚시성 영업을 하고 있으며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고객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롯데카드가 그린마켓 오픈 기념이라며 현미 찹쌀을 보내려고 하는데 주소지가 맞는 지 확인전화를 했다라고 말해 당연히 사은품인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적립 포인트가 차감되고 부족 분은 카드대금에서 결제돼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롯데카드가 지난 2009년부터 선보인 그린마켓은 지역특산 농산물을 생산하는 단위농협 또는 공인기관의 품질인증을 받은 친환경 상품 생산자 등과 직접 제휴해 먹거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피해자들은 기존회원을 상대로 영업을 할 경우 결제에 필요한 카드정보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롯데카드가 ‘그린마켓 사용’에 대한 사기성 동의를 얻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텔레마케터들은 고객에게 ‘카드를 많이 이용해 주셔서’ ‘고객 감사 차원에서’라고 말하고 난 뒤 포인트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사은품으로 착각하고 농산물을 배송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피해자 A씨는 “명색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카드회사가 힘없는 소비자를 상대로 이런 기가 막힌 사기행각까지 펼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롯데카드를 비난했다. 그는 “롯데카드가 최근 전화를 걸어와 그린마켓이라며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현미와 잡곡이 공짜입니다’라고 소개해 ‘예’라고 대답했더니, 며칠 뒤 집으로 현미와 잡곡이 담긴 택배가 왔다”며 “그런데 다음달에 청구된 카드내역에 현미와 잡곡이 포인트로 결제된 것이어서 ‘사은품을 보내준다는 것을 승낙한 것이지 카드결제와 포인트 사용을 승낙한 것은 아니다’며 롯데카드에 환불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고객 불만에 대해 롯데카드측은 사과 한마디 없이“원치 않는 구매를 했을 경우 환불을 해주고 있다”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또 서민용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타 카드보다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용카드의 가맹점별 수수료는 회사별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피해갔다.

김노형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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