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 건 명품 아웃렛 전쟁, 승자는 누가 될까

롯데 신동빈 회장
이번에는 2라운드다. 1라운드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치러졌다면 2라운드는 '링'이 경기 파주로 옮겨졌다. '대표선수'는 정용진(43)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신동빈(56) 롯데그룹 회장이다. 정 부회장과 신 회장은 2라운드를 직접 진두 지휘하고 있다.

'포춘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인 신세계와 롯데가 파주 명품 아웃렛(Out let) 시장에서 사운(社運)을 걸고 격돌 중이다. 양사는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에 세계적 명품 루이비통 유치를 놓고 일합(一合)을 겨뤘으며, 결과는 루이비통을 품은 신세계의 완승으로 끝났다.

아웃렛 전쟁에서 먼저 진지를 구축한 쪽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2007년 6월 경기 여주에 첫 매장을 열었고, 올해 3월에는 자회사인 신세계첼시가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2번째 프리미엄 아웃렛을 개장했다.

2008년 12월 김해관광단지에 아웃렛을 연 롯데는 국내 최대규모인 영업면적만 3만5,428㎡(약 1만717평)에 이르는 파주 아웃렛을 2일 개장하고, 신세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롯데 아웃렛은 신세계 아웃렛에서 불과 6㎞ 떨어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에 자리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향해 선전포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롯데는 국내 백화점 업계 1위다. 따라서 롯데는 단순히 명품보다는'백화점형 아웃렛'으로 승부하고 있다. 롯데는 백화점 내 브랜드나 기획전에서 활용했던 제품들을 아웃렛에서 보다 싸게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규모 면에서 구매력이 탁월하다"며 "특히 국내 A급 브랜드를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게 신세계에 비해 강점이다. 롯데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인 나이스크랍, 훌라, 타스타스 등의 명품을 40~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총 4개 블록에 지하 3층, 지상 3층으로 지어지는 롯데 파주 아웃렛은 지하층은 주차장, 지상 1~2층은 판매시설로 꾸몄다. 1~2층에는 국내외 프리미엄 브랜드만 170여 개 들어서 있다.

지상 3층에는 롯데시네마,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크리스피크림도넛, 엔제리너스커피, 나뚜르 등 쇼핑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과 레스토랑이 입점한다.

롯데 관계자는 신세계 아웃렛이 명품 매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게 아니다"고 말한다. 롯데 관계자는 "첼시 입장에서 보면 신세계 아웃렛은 세계 각국에 있는 여러 매장 중 하나일 뿐"이라며 "신세계 아웃렛에 샤넬, 에르메스 같은 주요 명품이 빠져 있는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세계, 첼시활용 방어태세

지난해 신세계의 여주 아웃렛을 방문한 고객은 350만 명, 매출액은 2,800억원이었다. 신세계는 파주 아웃렛의 경우 개장 첫해인 올해 매출액이 2,24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5개 업체가 들어와 있는 파주 아웃렛은 가족단위 쇼핑객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주 아웃렛과 비교하면 주방용품, 생활용품 등의 입점 비율이 높다. 신세계는 주변에 일산 등 신도시를 겨냥해 테팔, 코렐, 노리다케 등을 유치했다.

롯데의 주장대로 신세계의 파주 아웃렛에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반 아웃렛과 큰 차이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세계는 이에 대해 "여주와 파주의 프리미엄 아웃렛 매장을 구성할 당시 브랜드 차별화를 시도했다"며 "강남권과 강북권의 상권을 고려한 전략이었다"고 설명한다.

파주 신세계첼시 프리미엄 아웃렛
롯데의 선전포고에 신세계는 든든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 신세계는 합작 파트너인 첼시를 활용해 명품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최근 질샌더, 켈빈클라인 컬렉션, 토리버치, 엘리타하리 등 20여 개의 명품 브랜드를 들여왔다. 신세계는 롯데가 "명품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기 없는 것들도 많아 경쟁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고 맞불을 놓는다.

롯데·신세계 이어 현대까지?

롯데와 신세계의 아웃렛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언제까지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양측의 치열한 싸움이 오랫동안 계속될 거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의 신성장동력으로 아웃렛 사업을 선정하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롯데는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위해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인터넷쇼핑몰 등 계열사들간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파주 아웃렛 전경
시장을 선점한 신세계는 아웃렛 사업에서 보다 확실하게 승리하기 위해 미국 첼시와 굳게 손잡고 있다. 신세계는 파주뿐 아니라 앞으로는 전국 각지에서 벌어질 '국지전'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롯데도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는 신세계의 여주 아웃렛에서 30㎞ 정도 떨어진 경기 이천에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고, 2013년 상반기 개장을 준비 중이다.

롯데가 프리미엄 아웃렛 3호점 부지로 이천을 택한 것은 신세계와 정면승부하기 좋은 데다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 충청 등지의 고객들까지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롯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신세계는 여전히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신세계는 "롯데가 추진하는 아웃렛과 신세계 아웃렛은 상품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며 "여주 아웃렛의 경우 이미 고정 마니아들이 생긴 만큼 (롯데가 이천에 아웃렛을 설립한다 해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 신세계와 함께 백화점 빅 3 중 하나인 현대도 명품 아웃렛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말부터 명품 아웃렛 부지를 수도권에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닻'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럴 경우 '아웃렛 대전(大戰)'은 백화점 전쟁에 이어 대한민국 유통시장의 지형을 바꿀 복병이 될 수도 있다. 재계와 업계의 관심이 아웃렛 대전으로 쏠리고 있다.

국내 명품시장 커지면서 '신성장동력' 육성

왜 아웃렛이 인기인가

신세계와 롯데는 아웃렛 시장의 매력으로 크게 3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명품 시장의 규모다. 국내 5대 백화점을 기준으로 명품 매출은 2007년 1조2,550억원, 2008년 1조6,150억원, 2009년 2조100억원, 2010년 2조3,000억원이었고 올해는 2조7,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올해를 기준으로 면세점과 일반매장 등을 더하면 명품 시장의 총 규모는 5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둘째, 위험 부담이 적고 마진율이 높은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백화점 개장에 들어가는 비용의 3분의 1 정도만 있으면 아웃렛을 만들 수 있고, 검증된 브랜드 도입을 통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셋째, 기업 입장에서는 부동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아웃렛 사업의 장점이다. 웬만한 도시에는 이미 주요 백화점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아웃렛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다.

'패션저널'의 강두석 편집장은 "웬만한 도시에는 백화점이 들어설 부지도 없다"며 "아웃렛은 대개 도심 외곽에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동산 자산 확보 차원에서도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와 롯데는 아웃렛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절대 경쟁업체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오너의 특명이 내려진 것은 아웃렛 시장이 사운을 건 전쟁이라는 의미다.

사실 '파주 대전'에서는 롯데가 기선을 잡고도 주도권을 빼앗겼다. 롯데는 2008년 1월 파주 통일동산 부지를 놓고 소유주인 부동산개발업체 CIC랜드와 장기 임대계약을 한 뒤 정식 매매계약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협상이 더뎌지자 신세계가 롯데를 제치고 땅 매입을 요청했고, 롯데가 제시한 금액보다 비싼 평당 120만원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 롯데는 신세계보다 3.5배 비싼 평당 422만원에 부지를 매입하면서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파주 아웃렛 경쟁에서는 한 발 늦었지만 롯데는 자신감에 차 있다. 롯데는 2008년 12월 개장한 김해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주로 명품을 판매하는 김해 아웃렛의 지난해 매출은 1,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의 신장세를 보였다. 롯데는 김해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파주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신세계의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 개장에 앞서 강필서 점장은 "신세계의 상품 구성은 롯데와는 많이 다르다. 명품 위주로 구성된 신세계 프리미엄 아웃렛은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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