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지난 2일 정부과천청사 기자실에서 5일자로 전기요금을 평균 4.5%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또 올랐다. 지난 8월 전기료가 4.9%(가정용 2%, 산업용 6.1% 등)가 오른 데 이어 12월 들어 평균 4.5%가 추가 인상됐다. 주택용과 전통시장용, 농사용은 동결됐지만, 산업용과 교육용 등이 인상돼 전체적인 물가인상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료가 한 해에 두 번 인상된 것은 1974년, 1979~81년에 이어 올해가 5번째. 그러나 1979~81년의 경우 중동의 오일쇼크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만큼 4개월 만에 9.4%가 인상된 올해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등은 "그간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석유류 소비가 전기로 바뀌는 에너지 소비 왜곡현상이 심화됐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값싼 전기료가 계속되는 한 전력 대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료가 오르자 각종 공공요금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하수도 요금을 내년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부산시는 내년 5월부터 상수도 요금을 12.5% 올릴 계획이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지난달 26일 일반버스 요금(교통카드 기준)을 900원에서 1,000원으로, 부산도시철도는 이달부터 이달 들어 990원에서 1,100원(1구간 교통카드 기준)으로 올랐다. 그 밖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런저런 명분을 들어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했거나 검토 중이다.

9·15 정전 사태가 발생한 다음달인 지난 9월 16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실에서 직원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기료 올리면 덜 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2일 '9ㆍ15 정전 대란'과 관련해서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9월 15일 오후 전국 각지에서는 무려 5시간 동안 정전이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전력수급 정책에 실패한 정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의 안이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 장관은 2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전력 비상상황 모의훈련에 참가한 뒤 "9월 정전은 이 자리에 있는 전력 관계기관의 공동책임이다. 오늘 훈련처럼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대책회의에서 지경부와 한전 등은 동계전력 비상수급기간(12월 5일~2월 29일)에 대비해 1,000㎾ 이상 전력 사용 업체가 토요일에 근무할 경우 최대부하 전기요금을 30% 깎아주기로 했다. 반면 전기를 아끼지 않는 기업은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간의 경우 절전 실천방법이 담긴 매뉴얼을 제작해 반상회, 아파트 관리사무소, 주민자치센터,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배포한다. 또 난방기 세탁기 다리미 등 발열제품은 저녁 피크 시간대 사용을 피할 것과 내복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정부와 전력거래소의 전력수급 정책 실패에 따른 미봉책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기를 '물 쓰듯' 쓴 소비자들의 잘못도 없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을 기업과 민간에 떠넘기려는 지경부와 한전의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정희정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를 사용했던 기업들에 한해 전기료를 올리는 것은 옳은 처사"라면서도 "전기료 인상을 빌미로 각종 요금까지 인상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 인상당 4,000억원 수익

전기료가 1% 인상되면 한전의 영업이익은 4,000억원 정도 증가한다는 게 민간 연구소들의 분석이다. 이달 전기료 인상폭이 평균 4.5%인 만큼 한전의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8월 인상분(4.9%)과 이달 인상분을 합치면 한전의 영업이익 개선효과는 3조7,600억원에 이른다. 3조7,000억원은 올해 예상되는 적자(약 2조원)를 만회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한전은 당초 전기료를 10%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산업용과 교육용을 중심으로 4~5% 인상하는 수정안을 지난달 29일 의결했고, 인상폭은 4.5%로 최종 결정됐다.

범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식경제부가 전기요금을 평균 4.5% 인상한 만큼, 한전의 내년 순이익은 7,437억원으로 2008년 적자전환 이후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육계는 전기료 인상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충북 교총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한 해 두 차례 전기료를 인상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기료가 학교공공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한정된 학교 운영비에서 고정비용이 상승하게 된 만큼 그 피해는 모두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전기료 인상에 의한 수요 억제가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일자 한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정책이자 수요를 억제하는 여러 대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2013년까지는 (추가로 완공되는 발전소가 없기 때문에) 전력난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상전 요금, 원가회수율 낮아 많이 팔수록 손해

● 정부·한전 연내 전기료 인상 강행 속사정은?

정부도 한전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에 이어 4달 만에 전기료 인상을 결정하기까지 고심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전이 연내 인상을 밀어붙였던 이유는 뭘까.

전기료 원가회수율은 2007년 93.7%, 2008년 77.7%, 2009년 91.5%, 2010년 90.2%로 10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으로서는 전기를 많이 팔수록 손해인 셈이다.

설상가상 올 겨울 전력수요 증가율은 공급증가율을 웃도는 5.3%(390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제적인 수단 없이는 안정 수준의 예비전력(400만㎾)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정부와 한전의 판단이다.

정부는 12월에 전기료를 인상하면서 가정용과 농업용은 동결했다. 민심을 고려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당국은 전기료를 올릴 때마다 민간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왔다.

최대전력 피크가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많다는 사실도 전기료 인상을 부추겼다. 최대전력 피크는 2009년 6,321만㎾였으나 이듬해 1월에는 6,896만㎾였고, 올해 1월에는 7,461만㎾로 하계 시즌(7,219만㎾)보다 많았다. 또 내년 1월에는 최대전력 피크가 7,853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에 국민적 관심을 끌 만한 '정치적 이슈'가 없다는 점도 전기료 전격 인상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에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잇달아 치러지지만, 올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마무리된 만큼 더 이상 민심의 '눈치'를 볼 일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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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