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상 최대규모 승진인사 단행연령·직급·학력 등 파괴 참신한 인물 발탁 중점윤장현 상무 3년 앞당겨… 마케팅 전문 심수옥 전무 그룹 최초 女 부사장으로

심수옥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 "역량 갖춘 참신한 인물이라면 연령이나 연차는 상관없다"

재계가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를 집단 보이콧했다. 현정부 들어 처음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동반성장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초과이익공유제를 통과시키려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와 관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3월 12일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하는 '이익공유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재계가 정부를 향해 대립각을 세운 지난 13일, 삼성은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선전한 데 대한 자축연이나 다름없었다.

삼성은 2012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48명, 전무 127명, 상무 326명 등 총 501명에 대한 승진인사 발령을 냈다. 지난해 409명과 비교하면 11명이 많은 사상 최대다.

삼성은 "미래 경영을 이끌어갈 역량을 갖춘 참신한 인물은 연령과 학력, 직급, 연차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발탁해 삼성의 차세대 리더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며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해 과감하게 인적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도 대세는 발탁 인사

삼성에서 발탁 인사는 승진 연한을 1년 앞둔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승진자 501명 중 77명이 발탁 인사에 해당한다. "역량을 갖춘 인물이라면 연차에 관계없이 육성할 것"이라는 그룹의 인사 방침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2년 이상 승진 연한을 앞당긴 대발탁자 중 단연 눈길을 끄는 인사는 윤장현 삼성전자 상무다. 윤 신임상무는 승진 연한을 무려 3년이나 앞당기며 상무 '배지'를 달았다. 윤 상무는 휴대폰 개발에 공이 크다.

R&D와 마케팅이 과반 점유

연구개발(R&D) 분야 인사들도 콧노래를 불렀다. 신임 임원 중 89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지난해보다는 12명이 줄기는 했지만 전체 승진자 중 27%(2위)나 차지했다.

기발한 영업과 마케팅으로 시장을 개척한 인사들에게도 상이 주어졌다. 영업마케팅 인력 중 승진자는 92명으로 전체의 28%(1위)를 점유했다. 연구개발과 영업마케팅 인사들만 합쳐도 전체 승진자의 절반이 넘는다.

날개 단 전자계열

계열사별로 보면 '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가 48명의 부사장 승진자 중 18명을 배출했고, 삼성물산은 6명, 삼성전기 4명,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3명, 삼성LED 2명 순이다. 또 전무는 전체 승진자 127명 중 삼성전자 62명, 삼성중공업ㆍ삼성물산 10명, 삼성생명 6명, 삼성엔지니어링 5명, 삼성SDI 4명 등이다.

삼성전자 승진자 가운데 갤럭시S와 갤럭시탭 시리즈 등의 모델을 개발한 조승환 부사장과 시스템LSI 사업 기반을 다진 이윤태 부사장, 메모리사업부의 정태성 부사장 등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 154조원-영업이익 17조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올해도 '150조-15조'의 경영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풍은 계속

기대를 모았던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건희 회장의 '예고'대로 여풍(女風)은 거셌다. 부사장 1명, 상무 8명 등 총 9명이 승진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해에는 부사장 1명, 전무 1명, 상무 5명 등 총 7명이 여성 임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마케팅 전문가인 심수옥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라는 명찰을 달았다. 그런가 하면 김지영(39) 제일모직 상무는 최연소 여성 임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김기선, 송효정, 이선영 삼성전자 부장, 홍혜진 삼성SDS 부장과 박경희 삼성증권 부장, 오혜원 제일기획 부장, 김정미 제일모직 부장도 각각 '임원 배지'를 거머쥐었다. 특히 김기선, 김정미, 오혜원 상무는 대졸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임원에 올랐다.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 화려한 복귀… 이학수, 고문서도 물러나

이학수(65) 삼성물산 고문과 김인주(53) 삼성카드 고문은 삼성을 쥐락펴락했던 인물들이다.

두 사람은 10년 이상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이끌어 온, 이 회장에게 두둑한 신임을 받은 '왕의 남자'들이다. 이 고문은 전략기획실장, 김 고문은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손발을 맞췄다.

그런 두 사람이지만 2008년 4월 삼성 특별검사 수사가 진행될 때 함께 옷을 벗었다. 지난해 인사에서도 둘은 고문으로 좌천되면서 현장 컴백에 실패했다. 삼성과 인연도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인사에서 김인주 고문은 삼성선물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반면 이학수 고문은 12월 31일자를 끝으로 삼성물산 고문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이와 관련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순수하게 실용적인 접근에서 이뤄진 인사"라며 "그룹 내에서 김인주 사장만한 재무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아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전격 발탁이 반드시 '능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김 사장은 편법승계 논란 속에서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재용 사장에게 배정함으로써, 이재용 사장에게 경영권 승계의 터전을 마련해 줬다.

흥미로운 것은 김인주 사장이 이끌게 될 삼성선물의 모회사인 삼성증권의 CEO(최고경영자)가 김석 사장이라는 점이다. 김석 사장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직 시 김인주 사장을 수하에 두고 있었다.

삼성으로서는 이학수 고문과 함께 불명예 퇴진했던 김인주 사장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긴 했으나, '옛 상사'였던 김석 사장 아래 둠으로써 견제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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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