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T, 포스코 수장들의 연임이 눈앞에 보이고 있다. 이미 연임의사를 밝힌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 CEO추천위원회를 통해 단독으로 추대될 예정이고 이석채 KT 회장은 주주총회의 의결만 남았다. 연임까지의 9부능선을 넘었음에도 주위에서는 여전히 남아있는 장애물들을 염려하고 있다. 연임 이후 다가올 정치적 외풍까지 감안한다면 두 회장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닌 상황이다.

이석채 회장 사실상 연임 확정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석채, 정준양 회장의 연임은 거의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사소한 절차가 남아 있지만 현직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업은 두 사람인지라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회장의 KT회장 연임은 사실상 확정됐다. KT CEO추천위원회는 21일 내년 2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사외이사 7명과 사내이사 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추천위는 대부분 이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데다 그간 중요한 결정이 있었을 때 이 회장의 뜻을 거슬렀던 적이 없다. 내년 3월 주주총회의 의결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형식적인 선임절차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KT 주주총회에서 위원회의 결정이 바뀐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결정난 것과 다름없다.

추천위는 “이 회장의 지난 3년간 이룬 경영혁신 및 사업 성과와 향후 3년간의 경영계획을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앞으로 KT를 성공적으로 이끌 최적의 인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이 회장은 2015년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르면 내주쯤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연임 이후를 확실히 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준양 회장도 연임 눈앞에

정준양 회장도 연임의 구부능선을 넘어섰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이사회 회장인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에게 연임의사를 밝히고 지난 3년간의 경영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정관에 따라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이사회 의장), 한준호 전 한전 사장, 이영선 한림대 총장, 이창희 서울대 교수,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박상길 변호사,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대표 등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정 회장에 대한 자격심사를 진행, 추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만 남았다.

KT와 마찬가지로 포스코의 사외이사들 또한 거수기라 불릴 만큼 반대의견을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 정 회장의 연임도 거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8년부터 올해까지 포스코 이사회 전체 심의안건 348건 중 수정되거나 부결된 건은 단 6건이었다. 더구나 CEO 연임에 대해 회사 밖에 있는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 까닭에 이번에도 정 회장의 연임의사는 존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남아있는 걸림돌

연임이 거의 확정된 이석채, 정준양 회장이지만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적악화, 내부불만, 주주불만 등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연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악화된 실적과 주파수 전략의 실패다. 이 회장은 취임 초기 합병, 아이폰 도입 등 혁신적인 정책을 편 끝에 높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3분기 KT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2%, 12.6% 감소한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KT의 근본인 유선사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해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1.8GHz 주파수를 SK텔레콤에 빼앗긴 탓에 4G LTE의 진입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 것도 문제다. 주파수 전략 실패로 KT는 통신3사 중 LTE 서비스를 하지 않는 유일한 회사로 전락했다. 특히 LTE로의 진입을 위해 무리하게 시도하던 2G 서비스 종료 문제는 법정이슈로까지 치닫고 있어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이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높다. KT새노조와 KT노동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14일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열고 이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 회장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고객의 권리를 무시하면서 KT를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다”라며 “이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함께 광범위한 연임반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에 대한 일반 직원들의 태도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낙하산 인사를 지속적으로 해온 점, 인원감축을 하면서도 자신을 비롯한 경영진의 연봉은 대폭 올려받은 점 등의 이유 때문이다.

정 회장의 가장 큰 부담은 무리한 M&A(인수합병)로 주주들의 인심을 잃었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등 굵직한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의사를 밝혀왔고 실제로 지난해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규모는 크지만 실제로 포스코와 사업 연관성이 거의 없는 M&A에 관심을 둠으로써 주주들을 불안하게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도 지난 1년간 기대했던 사업간 시너지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영업이익률 등의 주요 지표가 오히려 저하돼 날 선 비판을 받았다.

1년짜리 회장설, 도대체 왜?

일각에서는 이석채, 정준양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1년이 채 못 갈 것이란 전망까지 하고 있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잇달아 있는지라 외풍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공민기업의 특성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됐던 두 회사인지라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예측은 과거 두 사람이 KT, 포스코의 수장에 오르는 과정 탓에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남중수 전 KT 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KT를 맡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웠던 까닭에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 속에서 KT의 수장으로 올라선 것이다. 남 전 사장 또한 연임에 성공한 직후 정권이 바뀌며 자리를 내놓았던 터라 이 회장도 비슷한 궤적을 밟는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정 회장 또한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상황에서 포스코를 맡게 됐다. 포스코는 역대 6명의 회장 모두 정권교체를 전후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던 전력이 있다. 특히 그동안 정치적 외풍을 그나마 막아줬던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없어진 지금 정 회장이 연임 이후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 이력

1994~1995 재정경제원 차관

1994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1996~1997 대통령실 경제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1996 제2대 정보통신부 장관

1998~2000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 NTT 초빙교수

2003~2008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2009.01~2009.03 KT 대표이사 사장

2009.03~ KT 대표이사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이력

1975 포항종합제철 입사

2002~2003 포항종합제철 EU사무소장

2003~2004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소장

2004~2006.02 포스코 광양제철소장 전무이사

2006.02~2007 포스코 생산기술부문 대표이사 부사장

2007~2008.11 포스코 생산기술부문 대표이사 사장

2008.11~2009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

2009.03~ 포스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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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