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19일 정오 조선중앙TV가 전한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에 국내 경제는 요동쳤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63.03포인트(3.43%)나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16원 넘게 폭등했다. 특히 남북경협주, 방위산업주 등 북한관련주들과 안철수주, 박근혜주 등 대권주자 테마주들이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증시는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예전 모습을 찾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북한의 후계구도가 안정될 때까지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방위산업주 오르고 남북경협주 떨어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소식이 들려온 후 가장 요동친 것은 북한관련주였다. 방위산업주는 일제히 급등한 반면 남북경협주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방산장비 제조사인 스페코는 19일 2,035원으로 시작했지만 김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들린 직후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2,3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상한가인 2,700원으로 장을 연 뒤 그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

군사용 전술통신장비업체인 휴니드의 주가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19일 2,900원으로 장을 시작한 휴니드는 이날 3,335원으로 마감했고 20일에는 전일 대비 14.99% 오른 3,835원에 거래됐다.

초정밀분야 방산산업체인 퍼스텍과 방산용 전원공급기를 제조하는 빅텍도 19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20일에는 각각 12.44%, 14.93% 급등했다.

반면,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로 꼽히는 이화전기의 주가는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 이후 급락했다. 전날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에 급등하며 570원으로 시작한 이화전기는 결국 525원으로 장 종료했고 이튿날에는 511원까지 떨어졌다.

남•북•러 송유관 관련주로 꼽히는 동양철관 또한 오전 한때 14.84%까지 올랐다가 김 국방위원장 사망소식 직후 -8.45%의 급전직하를 경험했다. 이후 대기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결국 4.79% 오른 채로 마감했지만 앞으로도 북한관련 소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줬다.

박근혜주 오르고 안철수주 떨어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은 정치권이었다. 내년에 총선, 대선이 잇달아 잡혀 있는 터라 북한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여야 모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정국이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정치인 테마주에 쏠렸다. 특히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테마주는 개인이 주로 매매하는 코스닥시장 내 거래대금 상위 종목을 휩쓸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박근혜주와 안철수주는 완전히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박근혜주가 급락장 속에서 선방한 반면, 북풍을 우려한 안철수주는 폭락했다.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으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차기 대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 때문으로 해석된다.

저출산대책을 강조하는 박 비대위원장의 대표적 테마주로 꼽히는 아가방컴퍼니는 19일 일보다 6.85%(1,250원) 급등한 1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가방컴퍼니는 이날 거래대금 3,852억원을 기록하며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대금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매일유업도 확실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있던 19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21,1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보령메디앙스도 소폭 반등하며 3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박 비대위원장 친인척들이 연관된 회사의 주식들도 대부분 올랐다. 대유에이텍의 경우 19일 전 거래일 대비 14.8% 오른 3,135원에 장을 마쳤고 이튿날에는 3,605원까지 올랐다. 대유신소재의 경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유에이텍과 대유신소제는 박 비대위원장 이복언니의 딸과 사위가 대주주로 있어 대표적인 박근혜주 중 하나로 꼽힌다. 박 비대위원장 사촌의 남편이 대표이사로 있는 동양물산도 19일 2만7,2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3.0% 오른 수치를 기록했다.

동생인 박지만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EG는 박 비대위원장 친인척관련주 중 이례적으로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나설 것이란 소식에 이미 지난 9일부터 5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이다.

박근혜주가 대부분 상승한 데 반해 대표적인 안철수주로 꼽히는 안철수연구소는 하락 반전했다. 14만1,500으로 상승 출발했던 안철수연구소는 장중 9%까지 하락했다가 낙폭을 축소했지만 결국 12만8,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안철수연구소와 공동연구협약을 맺은 이후 안철수주에 편입된 클루넷도 4,390원에 장을 시작했지만 19일 하루 동안 12.3%나 폭락했다. 안 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KT뮤직의 주가도 하락했다. 19일 2,735원으로 시작된 KT뮤직 주가는 2,415원까지 떨어졌다.

잠잠해졌지만 아직 불안요소 잔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 이후 며칠이 지나며 요동치던 북한관련주 및 대권주자 테마주들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상태다. 김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에 따른 주식시장 낙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다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면서 큰 혼란 없이 권력이 이양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관계자들은 "휴전국가의 특성상 대북 리스크는 언제든지 같은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경험한 것처럼 대북관계의 변화가 국내 증시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 달리 김정은의 후계구도가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북한 내부 사정상 중국의 인정만으로 체제가 안정되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승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는 상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발생했던 대북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로 증시가 요동치는 폭과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북한의 정세변화에 따른 추가 하락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핫이슈] 김정일 살해 가능성까지… 격랑의 한반도 어디로?
▶ MB와 측근들 줄줄이 비리 의혹… 이제 시작일 뿐?
▶ [핫이슈] 또다른 남자와도… '방송인 A양 동영상'의 모든 것
▶ 앗! 정말?… 몰랐던 '선수'남녀의 연애비법 엿보기
▶ 불륜·헐뜯기 행각도… 스타들의 이혼결별 속사정
▶ 아니! 이런 짓도… 아나운서·MC 비화 엿보기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