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한 해로 만들고자 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로 던진 화두다. 정 회장의 공언대로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은 승승장구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첫발을 디딘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월간 점유율 10%를 넘어섰고 유럽에서도 5%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그 어느 때보다 보폭을 넓혔다. 장사도 효율적으로 했다. 업계에 의하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GM, 포드,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자들은 이제 더이상 현대자동차를 '싼 맛에 사는 차'로 보고 있지 않다. 재계는 현대차그룹이 낸 성과의 중심으로 정몽구 회장을 지목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 거인으로

올해를 열흘 남짓 남긴 22일 해외로부터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1949년 발간된 미국 최고 발행부수의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트렌드가 최근 발표한 '2012년 파워리스트'(자동차산업의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정몽구 회장이 2위에 선정됐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5위였던 정 회장의 순위 상승에 대해 모터트렌드는 "현대차그룹은 과거 수년간 정몽구 회장이 세운 모든 목표를 달성해왔다"며 "도요타부터 폭스바겐, 포드, GM에 이르기까지 경쟁업체들은 가격이 아닌 디자인과 성능으로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신 모델에 대해 가장 먼저 물어본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어 "현재 소나타는 수요를 쫓아가지 못해 공급 부족인 상황이며, 2012년 전망도 탁월하다"고 내다보면서 "정몽구 회장의 포부는 경쟁업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지난 11월에도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가 선정한 '자동차 업계 아시아 최고의 CEO'로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정 회장의 진가를 해외에서 더 크게 인정하는 모양새다.

국내 1등 CEO도 눈앞에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순이익 면에서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을 넘어섰다. 금융업계는 올해 현대차그룹의 연간 순이익 규모가 삼성그룹을 넘어설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 8개 상장사의 올해 추정 순이익은 18조473억원으로 집계됐다. 12개 상장사에서 17조7,534억원을 낼 것으로 보이는 삼성그룹에 3,000억원 가량 앞선 수치다. 현대차그룹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그룹에 앞선 것은 2000년 범현대가의 분리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위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업군의 다변화도 이루고 있다. 올해 현대건설과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은 이제 자동차 이외에도 건설, 철강, 금융 등을 포함하면서 그룹의 외연을 넓혔다. 현대차그룹의 뚜렷한 성장은 '국내1위 =삼성'을 의심하지 않았던 이들마저 이건희 회장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정 회장을 꼽게 만들고 있다.

재계의 만년 2인자였지만 올 들어 이건희 회장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선 정몽구 회장을 보며 많은 이들은 선친인 정주영 전 회장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고 있다. 재계 맏형이었던 현대그룹 시절이 재현될지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안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2000년 모그룹인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와 그룹 승계를 둘러싼 '왕자의 난'을 겪으며 재계 1위 자리를 삼성그룹에 내줬다. 와해된 현대가의 장자였던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만을 가지고 사실상 좌천되다시피 떨어져 나왔다. 하지만 계열분리 당시 재계 5위에 불과했던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강한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 2005년 2위로 올라섰고 마침내 삼성그룹을 눈앞에 두게 됐다. 5,000억원의 사재출연을 통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마련, 재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일깨운 것도 정 회장의 위상을 높였다. 그간 소원했던 범현대가들이 정 회장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모아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품질경영과 현장경영

정 회장을 표현하는 뚝심의 리더십은 품질경영, 현장경영이라는 두 가지로 완성된다. 현대자동차라고 하면 품질경영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정 회장은 품질경영에 온 힘을 쏟았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을 맡은 직후 미국을 방문한 정 회장은 현장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 차를 보는 눈이 국내와는 다른 수준에 와있던 미국의 소비자들인지라 현대차그룹은 수많은 리콜요청을 받았고 그만큼 평판은 떨어졌다. 이에 정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품질총괄본부를 발족, 매달 품질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생산라인을 중단시키기도 하고 신차 출시 일정을 미루는 것도 다반사였다. 2003년 오피러스 수출을 앞두고 남양연구소를 찾아 직접 운전한 끝에 미세한 소음을 확인한 정 회장이 수출계획을 늦추고 저소음 엔진을 장착하도록 한 일화는 유명하다. 품질경영에 올인한 결과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도 좋아졌다. 미국 J.D 파워의 신차품질조사결과에 따르면 2002년과 2003년 신차판매 100대당 품질불만 건수가 각각 156, 143건에 달했던 현대차그룹은 2004년 이후 평균불만지수를 밑돌게 됐다.

현장경영 또한 정 회장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큰 요인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소신을 지닌 정 회장은 남양기술연구소, 미국 현지공장 등 현장에 수시로 찾아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회사의 향후 방향을 구상한다. 정 회장이 현장을 중시하니 임원, 간부들은 피곤하다. 실제로 정 회장은 2007년 제철소 공사현장을 둘러보다 안전 관리감독이 철저하지 않다는 이유로 즉각 임원에 대한 인사조치를 결정했다. 올해 현대차그룹이 최대 실적을 거둔 데는 정 회장의 품질경영, 현장경영이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시 한 번 고삐를 죄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거둔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을 향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정 회장은 12일 직접 주재한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라"고 강한 톤으로 주문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잘해왔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질문하며 "세계 경제 추이를 볼 때 어느 누구도 미래를 자신할 수 없으니 상황을 직시하고 긴장을 늦추지 마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미국, 유럽의 내년 경제전망이 어둡다. 유럽시장의 경우, 재정위기로 차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미국의 더블딥(경기 재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입차의 시장잠식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럽차들의 약진으로 수입차 시장이 연간 10만대를 돌파했을뿐더러 내년부터는 한미FTA의 수혜를 통한 미국차, 미국산 일본차들도 대거 들어올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례없는 최대 성적을 거둔 현대차그룹이었지만 내년에도 그럴 수 있으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몽구 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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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