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 변호사 자격증 취소 누락 배경은?민원 발생하자 법무부·변협 서둘러 봉합… '소관 아니다' '누락' 변명평소 법무장관 친분 과시, 최근까지 활동 정황 드러나

'법무부 잘못이냐, 변협 잘못이냐?' 범법을 저지른 변호사 등록 취소가 누락되자 그의 배경에 법조계 실력자가 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현역병이 휴가를 넉 달쯤 사용하려면 국방부 장관 아들 친구쯤은 돼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난 국정조사에서 가수 성시경이 이상희 전 국방장관의 아들 친구라는 이유로 포상휴가를 무려 117일이나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세간에 떠도는 말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등록 취소를 막으려면 어느 정도 배경이 있어야 할까? 최근 서초동을 중심으로 '법무장관과 친한 변호사라면 가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평소 법무부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걸로 알려진 변호사에게 결격 사유가 발생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변호사 등록이 취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이었던 최모 변호사는 2009년 대법원에서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변호사법 제5조(변호사의 결격사유) 2항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刑)을 받은 자는 집행유예가 끝난 뒤 2년 동안 변호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최근까지 변호사 자격을 유지해 왔다.

법무부 검찰국 법무과는 지난달 23일 "왜 최 변호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 취소 명령을 내리지 않았느냐"는 민원을 받고서야 서둘러 대한변협에 통보했다. 변호사법 제19조(등록취소명령)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변협에 결격 사유를 가진 변호사의 등록 취소를 명령해야 한다. 법무부로부터 통보를 받은 변협은 지난 16일 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뒤늦게 최 변호사의 등록 취소를 결의했다.

한 법조인은 "힘있는 변호사라면 간혹 이렇게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민원인은 "최 변호사가 평소 법무부 전 장관과 검찰 수뇌부 등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법무부와 검찰, 그리고 변협의 비호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겠느냐"며 혀를 찼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수년 전부터 변호사가 법을 위반해 형사 처벌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검찰청 공판부가 매월 법무부 장관에게 비리 변호사 관련 정보를 보고한다"고 귀띔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법무부가 몰랐을 리가 없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변협이 2년 이상 특정 변호사의 등록 취소를 누락하고, 법무부가 이를 파악하지 못한 이유가 소문처럼 법조계 실력자와의 친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범법 행위를 저지른 변호사를 관리ㆍ감독하는데 구멍이 생긴 건 확실하다.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법무부 담당자는 이와 관련, "변호사 등록 취소 업무는 대한변호사협회 소관이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법무과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미 재판이 시작할 무렵 변협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등록ㆍ취소 업무를 주관하는 변협 회원과장은 22일 "등록 취소 누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이후 다른 관계자가 "해당 사건이 누락된 건 맞고 현재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최 변호사는 변호사 등록 취소 기간이 2년 이상 줄어드는 이익을 누렸다. 이런 까닭에 참여연대는 오래 전부터 정부와 변협에 변호사 징계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이진영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사건 관계인이나 수임 의뢰인의 피해를 막으려면 변호사 징계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의 우려대로 최 변호사가 최근까지 변호사로 활동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동아제약 강문석 전 대표이사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대표를 고소했던 한 사업가는 "지난 6월 최 변호사를 강문석 전 대표를 대리할 고문 변호사로 소개받았고 변호사 명함까지 받았다"며 "그 고문 변호사에게 변호사 자격이 취소돼야 할 결격사유가 있다는 게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이 사업가는 "최 변호사가 M&A(기업 인수 합병) 계약서를 직접 썼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변호사로 알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현재 휴업 중이고 법률 자문을 한 적이 없다. 강문석 전 대표에게 고문 변호사는 따로 있다. 나는 경영 자문을 맡았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물론 최 변호사가 법률 자문이 아닌 경영 자문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 변호사가 법률 자문을 했더라도 변호사 등록이 취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변호사 업무가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결국 범법을 저지른 변호사 관리에 소홀했던 변협과 법무부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비리 변호사 징계 여부는 변협 소식지인 '인권과 정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변호사가 아닌 이상 특정 변호사의 비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셈이다.

참여연대 이진영 간사는 "변협이 문제가 있는 변호사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 동안 수 차례 변협에 징계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소득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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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