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에서 가정부로 전락한 뒤 자살하자 공포확산

강남경찰서 관계자들이 2008년 11월 강남의 귀족계 '다복회' 사건과 관련해 계주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압수한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고액 계모임인 일명 '귀족계'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귀족계는 1인당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고액을 납입하기 때문에 계가 깨질 경우 피해액은 천문학적이다. 피해 액수가 크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받는 충격도 상상을 초월한다.

귀족계의 계원들은 자신이 가입한 계가 잘못될 경우 가정이 파탄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잠적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까지 있다.

강남 귀족계원들이 최근 자주 들려오는 '의문사' 소문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고 한다.

소문의 내막은 이렇다.

얼마 전 ○○○계 모임에서 큰소리가 났다. 이 계모임의 계원인 김모씨(50대 여성 추정)가 곗돈을 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곗돈을 못내게 되자 다른 계원들이 큰 소리로 다그친 것. 김모씨는 최근의 경기 불황으로 돈줄이 막히자 계원들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양해를 구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특히 이 계모임의 계주인 이모씨(50대 남성 추정)는 자칫하면 ○○○계가 깨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 김모씨를 세게 다그쳤다. 실제로 억대 곗돈을 납입했던 김모씨가 돈을 내지 못할 경우 누군가가 대납하지 않으면 ○○○계가 깨질 수 밖에 없다. 계주로서는 억지로라도 돈을 내게 하는 방법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특히 김모씨는 이미 곗돈을 타간 상태라, 위기감은 더욱 심했다.

김모씨는 급전이라도 구해보기 위해 여러 군데 수소문해 봤지만 주변 인물들이 대부분 "나도 요즘 힘들어서 빌려줄 돈이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김모씨가 끝내 두 손을 들자, 계주는 "돈을 내지 못하면 계가 깨질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 책임을 모두 당신이 떠안아야 한다. 일단은 내가 부족한 곗돈을 채워 넣을 테니 그 돈을 빨리 갚아라"고 대안을 내놨다. 그러면서 "돈을 갚을 때까지 몸으로 때워라"고 요구했다. 몸으로 때우는 일은 바로 계주의 집 가정부가 되라는 것. 심한 모욕감을 안겨줘 빨리 돈을 갚도록 한 계책이기도 했다.

모욕감 못이기고 끝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김모씨는 가정부가 됐다. 억대의 돈을 주무르던 귀족계모임 사모님에서 하루아침에 가정부로 되고 보니, 김모씨에게는 하루하루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집안일도 서투른 데다 계주가 안겨주는 모욕감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이모씨는 과거 계주와 계원의 관계를 주인과 가정부의 수직관계로 바꿨다. 완전 복종을 요구한 것이다.

김모씨를 더욱 절망케 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 돈을 구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살아야 뭐하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는 시간이 늘고, 자포자기 순간도 때때로 찾아왔다.

그런 와중에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김모씨가 집안 일을 하던 중 그릇을 깬 것이다. 현장을 목격한 계주 이씨는 김씨에게 "거머리처럼 빌붙어 사는 주제에 일이라도 똑바로 해야 할 것 아니냐. 그렇게 할 거면 차라리 나가 죽어라"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그날 밤 김모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다름 아닌 계주 이씨였다. 김모씨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데다, ○○○계의 앞날도 더욱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이씨와 함께 김모씨의 자살 소식에 놀란 사람은 계원 최모씨였다. 그는 이씨와 함께 사실상 ○○○계를 이끌어온 사람인데, 죽은 김모씨를 몸으로 때우게 하는(가정부)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었다. 최모씨도 두어차례 이씨 집에 들러 김모씨의 가정부 생활을 살펴보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김모씨의 자살로 끝났다면 강남 귀족계원들이 몸을 사릴 일은 아니다. 돈이 없어 자살하는 사건이 어찌 귀족계원뿐이겠는가?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한 일련의 미스터리한 사건. 김모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계주 이씨의 행동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장례식장을 다녀온 그날부터 환청과 환상에 시달리는 듯 가족을 대상으로 행패를 부렸다. 아무것도 없는 방 한쪽 구석을 쳐다보면서 "네(김모씨 추정)가 여기 왜 있느냐. 날 따라 온 것이냐"며 가족들에게 "저기 김씨가 있으니 어서 내?아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또 잠들 자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집안 곳곳을 서성거렸다. 가족들에게는 "김씨가 계속 나를 불러 잠을 못 자겠다. 집안 어디에 숨어있는 김씨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정신분열 상태를 보였다. 그리고 그도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모씨에게도 미스터리한 일이 일어났다. 김모씨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길에 심장마비 증세로 돌연사했다. 사인은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추정할 뿐이다.

또 죽은 김모씨에게 급전을 빌려준 뒤 안 갚는다며 못살게 군 사채업자는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라고 한다.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계의 한 계원은 "이씨와 최씨가 죽은 김씨에게 내심 연정을 품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모씨가 가정부로 들어간 것도 의도적인 덫일 가능성도 있다.

이 일련의 사건을 조사한 경찰측은 각각 별도의 사건으로 처리했으며 특이할 만한 의심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규제대책 마련 시급하다

이런 사건은 강남 귀족계에서 벌어지는 '요지경'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는 강남지역 일부에서는 나온다. 이미 지난 2009년 발생한 '다복회' 사건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뒤이어 '한마음회', '모나리자회' 사건 등이 터지면서 강남 지역 일부 가정은 쑥대밭이 됐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 '전통'이랄 수 있는 사적인 계모임에 대한 규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귀족계에 대한 규제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귀족계에 거액을 부었다가 심각한 피해를 본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복구도 아직까지 요원하다. 계주를 비롯한 공범들이 이미 돈을 빼돌렸거나 탕진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잃어버린 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법적으로 계모임을 단속할 정확한 근거가 없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액을 날린 계원들 중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잃은 돈을 충당하기 위해 고리 사채를 끌어다 쓰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여 2차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김모씨가 자살한 뒤 그를 괴롭힌 계주와 또다른 계원이 죽은 것도 2차 피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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