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호남, 특히 광주에서는 ‘인물’이 중요하다. 누가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느냐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5대 총선부터 18대 총선만 보더라도 광주는 민주당(17대 때는 열린우리당)의 독무대였다. 단 한 차례, 단 한 석도 다른 당에 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총선은 좀 다를 것 같다.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 등과 연대할 경우 몇 석은 양보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야권 통합 과정에서 제기됐던 호남 현역의원 물갈이론도 변수다.

광주에서는 16대 때 6명 중 4명, 17대 때도 6명 중 4명이 교체됐고, 18대 때는 7명 중 5명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평균 물갈이 비율은 68.4%에 이른다.

광주에서는 어지간한 의정활동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 재공천을 받기 어렵다. 물론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면 아예 공천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광주에 다선 중진의원이 거의 없는 이유다.

6선 목전에 둔 김영진과 ‘박근혜의 입’ 이정현은

김영진(65) 의원은 5선 ‘계급장’이 돋보인다. 하지만 광주(서구 을)에서 당선된 것은 지난 18대 때가 처음이다. 김 의원은 성실한 의정활동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호평을 받지만,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경우 고령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진보정당과 연대할 경우 양보 1순위로 서구 을이 될 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채일병 전 의원, 오병윤 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정남준 전 행정안전부 차관, 이상갑 변호사 등이 밭갈이에 여념이 없다.

서구 을 출마 결심을 굳힌‘박근혜의 입’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비례대표)도 흥미롭다. 당락을 떠나 이 의원의 득표율은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득표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참여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낸 조영택 의원(서구 갑),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인 장병완 의원(남구), 정세균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강기정 의원(북구 갑), 북구청장을 지낸 김재균 의원(북구 을), 손학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김동철 의원(광산구 갑), 건설교통부 장관 출신 이용섭 의원(광산구 을), 율사(律士) 출신 박주선 의원(동구) 등도 “한 번 더”를 외치고 있지만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다.

특히 북구 을의 경우 광주고검장을 역임한 임내현 변호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최경환씨 등이 공천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전남>

광주 못지않게 전남도 당내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통합당 공천=당선’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변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18대를 기준으로 전체 12석 가운데 3석이 무소속의 차지였던 만큼, 이번에도 민주통합당이 야권의 맏형으로서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지난해 4ㆍ27 재보선 때도 민주당은 야권 연대를 고리로 민주노동당에 길을 터줬고, 그 결과 순천에서 김선동 의원이 금배지를 달았다.

전남 역시 의정활동이 우수했던 현역들이라 할지라도 공천을 장담할 수는 없다. 지역민들에게 ‘스타’로 통했던 단체장 출신들이 대거 총선에 뛰어들면서 말 그대로 ‘공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맹주’ 박지원에게 도전장 낸 새내기 배종호

민주통합당의 정치적 상징인 목포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당대표에 도전하고 있는 박 원내대표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새내기의 도전을 받고 있다. 뉴욕특파원을 지낸 배종호 전 KBS 기자가 예비후보로 등록, 박 의원과 한판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김선동 의원의 지역구인 순천은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김 의원이 야권의 단일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노관규 전 순천시장과 싸워야 한다. 민선 3선에 빛나는 노 전 시장은 무소속으로도 승산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허상만 전 농림부장관 등도 다크호스다.

광양도 거물들이 대거 출전하는 지역이다.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은 우윤근 의원의 상대로 김승규 전 국정원장, 이승재 전 해양경찰청장, 정봉채 전 전남경찰청장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김효석 의원이 수도권으로 옮김에 따라 공석이 된 담양ㆍ곡성ㆍ구례에는 이개호 전 전남도 행정부지사, 고현석 전 곡성군수 등이 공천을 노리고 있다.

김영록 의원의 해남 완도 진도에서는 박광온 전 MBC 보도국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이낙연 의원의 함평 영광 장성에서는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출마를 선언했다.

<전북>

15~18대 총선에서 광주가 68.4%, 전남이 58%의 현역 물갈이 비율을 기록했던 비해 전북은 42%에 그쳤다. 정동영 정세균 강봉균 이강래 조배숙 의원 등 5명이 3선 이상인 것도 이런 통계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대선 예비주자로 분류되는 정세균 의원이 일찌감치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구를 떠났고, 전주 덕진구의 정동영 의원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수도권 출전을 권유 받고 있다. 대선 예비주자라는 위상에 걸맞은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정동영 의원마저 상경한다면 전북의 공천 지형은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정세균의 빈자리는 누가 메울까

정세균 의원이 떠난 진안ㆍ무주ㆍ장수ㆍ임실은 전북 내 최대 격전지다. 아직 예비후보 등록기간이지만, 벌써 8, 9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채수찬 전 의원, 이명노 전 서울지방국토청장, 박민수 안호영 최성칠 변호사 등이 ‘포스트 정세균’을 자처하고 나섰다.

정동영 의원이 떠날 경우를 대비해서 한나라당에서는 전희재 전 전북부지사와 최안식 전주대 교수, 민주통합당에서는 김성주 도의원, 치과의사 황인택씨 등이 ‘워밍업’에 들어갔다.

여성의원으로는 보기 드물게 지역구(익산시 을) 3선에 빛나는 조배숙 의원도 거센 저항을 뚫어야 한다. 최재승 전 의원과 박경철 익산시민연합 대표 등이 공천장을 향해 뛰고 있다.

이강래(남원ㆍ순창) 강봉균(군산) 의원도 ‘안정권’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 의원은 이용호 전 총리실 공보비서관 등과의 ‘예선전’을 통과해야 한다. 강 의원은 신영대 전 청와대 행정관, 김윤태 고려대 교수, 탤런트 김성환씨 등의 도전과 직면해 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