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소임 다하면 회사로 돌아갈 것, 정치에는 관심 없다”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준석(27)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이 위원은 젊은 나이, 화려한 경력, 거침없는 말투와 소신 있는 행동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은다.

서울과학고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컴퓨터공학과로 이어지는 '초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 위원은 1년 전부터 서울 서초동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24일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부름'을 받고 난파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에 승선했다.

이 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을 치웠고, 얼마 전 '119 장난전화' 소동에 휘말렸던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풀려 보이는 분"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 자신을 비판한 전여옥 의원을 향해서는 "변절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채 서른 살도 안 된 이 위원의 등장에 대한민국은 화들짝 놀랐다. 이 위원이 기성 정치의 낡은 틀을 깨는 데 앞장서 줄 거라는 기대가 크다. 그렇다고 모든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경력, 학력, 병역 등을 문제 삼으며 이 위원에게 비판의 칼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위원은 "적어도 나이 뒤에 숨어서 한나라당의 얼굴마담 노릇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은 정책이지 정치가 아니다. 비상대책위원으로서 소임이 끝나면 다시 벤치기업가로 돌아갈 것"이라며 정치와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요즘 이 위원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각종 언론 인터뷰, 회사 운영 등으로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 위원의 휴대폰에 걸려 오는 전화는 하루에 300통이나 된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일쑤이다 보니 실제 받는 전화는 150통 정도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의 젊은 '구원투수'인 이준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지난 2일 오후 광화문 근처 카페에서 만나 그의 비전과 포부를 들어 봤다. 인터뷰 중에도 이 위원의 휴대폰에는 '불'이 났다. 인터뷰 요청, 한나라당 관계자의 문의, 회사 직원들의 '보고' 등이 쇄도했다.

-현실 정치에 참여해 본 소감은 어떤가요.

"정치를 한다기보다 정책을 만든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저는 애초부터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고,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해 보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여론을 수렴해서 정책을 잘 만들어야 정치도 잘되지 않겠습니까?"

-비상대책위원 활동이 정치 입문으로 이어질 거라는 예상도 있는데.

"(손사래를 치며) 정치는 속도감이 없어서 재미없어요. 저한테는 회사를 운영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정치는 오늘 뭘 했다고 해서 내일 당장 어떤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만드는 걸 좋아하는 제 성격상 정치랑은 안 맞는 것 같아요. 정치는 안 할 겁니다."

-한나라당이 왜 이 위원을 불렀다고 생각하나요.

"과거 우리나라 정당사(史)를 보면 위기에 몰린 쪽이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그게 결국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됐고요. 한나라당도 잘못한 게 많으니까 국민들에게 비판을 받았겠죠.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는 말을 실감하는지.

"예전에 하버드대학교 붙었을 때도 한국일보에 기사가 실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다 반짝입니다. 다만 이번에 다른 것은 저에 대한 검증이 많이 들어온다는 거죠. 아마도 제가 정치를 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겠죠. 하지만 저는 정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언론에서 이 위원에게 온갖 현안들에 대해 너무 많은 '답'을 요구한다는 느낌도 있는데.

"그 정도로 국민들이 다이내믹한 것들을 요구한다는 거죠. 또 그런 다이내믹한 것들이 정치에 반영돼야 하고요. 신중함과 신속함 둘 다 중요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에 더 필요한 것은 신속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국민들을 설득시키려는 노력은 많이 했지만 앞으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합니다.

-한나라당에 들어와 보니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실제 들어와 보니) 밖에서 봤던 한나라당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상당부분 맞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한나라당은 버퍼링 걸렸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위기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고 느꼈습니다.

-이 위원이 한나라당에 주문하려는 것은 무엇인지.

"한나라당은 변명이 많았어요. 어떤 의혹이 생길 때 국민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했고, 실제로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주장을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들 사이에는 '꼭 한나라당의 방식대로 이해해야 돼?'라는 반문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죠."

-좋아하는 정치인이나, 존경하는 정치인은 있나요.

"송구스럽지만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당장 한나라당으로 범위를 좁히면 IT 정책 등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의원들이 많지 않아요. 그것은 아마도 (제가 원하는) 속도에 못 맞춰가기 때문일 겁니다.

-이 위원의 나이에 대해 문제를 삼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제 서른 살도 안 된 친구가 알면 얼마나 알겠냐는 거죠.

"어리다는 이유로 나이 뒤에 숨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또 어리다는 이유로 트집잡기 식의 검증도 솔직히 난감합니다. 만일 똑 같은 이준석에게 40대 때 이런 일이 맡겨졌다면 굉장히 조심스러워졌을 거예요. 공천을 받기 위해서 몸을 사리고 실리적이었을 테고…. 그냥 지금 있는 것들이 좋습니다."

-강용석 의원처럼 이 위원의 경력 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외부인사들이 공천 심사 같은 것을 맡을 때 공정성 시비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외부인사의 학력, 병역을 놓고 가혹한 검증이 있었나 싶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기 힘든 길을 제가 걸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저 친구에게) 뭔가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할 겁니다. 행운이 세 번 연속되면 사기라는 말도 있잖아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던데.

"박 위원장님과는 딱 두 번 만났습니다. 한 번은 제가 대학생일 때인데 저희 학교에 강연하러 오셔서 15초 정도 악수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제가 교육봉사단체에 있을 때 방문해서 교육정책 등에 대해 물으신 적이 있어요. 박 위원장님은 제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설마 악수할 때 저한테 감명받으셨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제 정책에 공감하셨던 거겠죠."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과 이 위원의 부친이 친구라는 것 때문에 구설에 올랐잖아요?

"행운이 계속되면 사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경제정책에 관심이 많아서 (2004년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에 전화를 걸어 '방학 때 석 달 정도 인턴으로 일하고 싶다'고 물었습니다.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근무가 확정되고 나서 아버지께 말씀 드렸더니 '사실 그 사람 내 친구야'라고 하시더군요. 당연히 오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근무할 때 유 의원님은 거의 못 뵀어요. 워낙 바쁘시잖아요."

-이 위원이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시각이 있는데요.

"저는 공천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정당에서 공천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큰 권한 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그것을 위해 당권 싸움도 하는 건데. 만일 계속해서 (공천에 관여한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공천 기준을 만들거나 공천자를 확정할 때 당사 밖에서 손들고 있는 모습을 인증샷으로 찍겠습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수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디도스 수사 자체는 합리적으로, 기술적으로 보면 어렵지 않고 명확합니다. 그래서 국민검증위원회가 필요한 겁니다. 검찰이 수사를 한다지만 국민적인 의혹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디도스 수사에서 핵심은 윗선의 개입이 있었냐는 거겠죠. 그런 것들을 검증위원회에서 검증한다면 그게 바로 한나라당의 당론이 됩니다.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이후 한나라당이 변하고 있다고 느끼나요.

"예전에 한나라당은 '법대로'였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식이었죠. 하지만 자신의 보좌관이 디도스 사건에 연루된 최구식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은 큰 변화입니다. 적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거죠. 한나라당은 변하고 있습니다.

-비상대책위원 중 이 위원이 최연소입니다. 회의 때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아니요. 전혀 없습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저는 나이 뒤에 숨는 일이 없을 겁니다. 그 부분은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위원 중 최연장자가 72세인 김종인 위원이신데, 그분은 거의 제 할아버지뻘입니다. 그렇지만 저한테 하대하시지도 않고요. 논리에서 꺾이지 않는다면 저는 제 정책을 끝까지 펼칠 겁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 한나라당은 이준석이 얼굴마담이 아니고, 들러리도 아니라는 걸 보여 주려고 할 겁니다. 사실 그 부분에서는 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요. 한나라당이 아닌 통합진보당에서는 20대 당직자도 많고, 젊은 의원들도 많아요. 소신 있게 제 정책을 주장할 겁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떠나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작년 1월부터 벤처기업을 차리고 직원 7, 8명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되고 나니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아니냐' '너희 집 돈이 많냐'는 등 의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는 지난해 8월 법인등록을 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IT기업입니다. 집에 돈도 많지 않고요. 비상대책위원회 업무를 마치고 나면 회사 업무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안철수 교수와 자주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제2의 안철수라는 말도 있지만 안철수 이미지에 편승한다는 말도 있죠.(웃음) 아마도 저랑 안 교수님의 학벌이나 하는 일이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세상이 (사람들을) 너무 큰 틀에서 엮으려다 보니 그런 말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안 교수님은 기본기술 쪽이라면 저는 응용기술이고, 서로 다른 점도 많아요."

-'내게는 행운이 많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가장 큰 행운은 서울과학고등학교 입학이고요. 두 번째는 하버드대에서 배운 격렬한 토론과 시간관리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자신감입니다. 그 자신감이 없었다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인터뷰가 갈무리돼 갈 즈음 이 위원은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며 벽시계를 힐끔 봤다. 이 위원은 지금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본업은 벤처기업가다.

이 위원은 "비상대책위원이 된 이후 바빠진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요즘엔 잠은 집에서 8시간씩 충분히 잔다"며 "벤처기업에 전념할 때는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잔 적도 부지기수였다"며 멋쩍어했다.

이 위원은 '소임'을 다하면 회사를 멋지게 키워보겠다고 다짐한 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수행원을 배정하려 하지만, 이 위원은 그냥 혼자가 편하다고 했다.

●이준석 위원은 누구

과학고 2년만에 졸업… 벤처기업 운영

이준석 위원은 2003년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한 뒤 그해 3월 KAIST에 입학해 한 달 만에 미국 하버드대에 합격했다. 이 위원은 2억원에 이르는 수업료는 한국장학재단 장학금으로 해결했다.

2007년 귀국한 이 위원은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병역특례)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1월에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얻어 ㈜클라세스튜디오라는 벤처기업을 열었다. 이 위원은 "중고생 시험문제를 모아 이를 데이터 베이스(DB)로 만들어서 스마트폰 등에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또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무료 과외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24일 박근혜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돼 교육, IT 등의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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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