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욱 매일유업 사장
연말 분위기에 들뜰 수 있는 12월, 하지만 지난해 식음료업계에 연말 파티는 없었다.

식음료업계 대표 CEO들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줄줄이 경질되며 그 배경에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측에서 밝힌 사유는 건강 등 일신상의 사유이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실적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경질당한 CEO들이 몸담고 있던 회사들의 실적이 크리 나쁘지 않았던 탓에 실제 내막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보수적인 식음료업계에서 활약하던 대표적인 영입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내부 문제가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해석하고 있다.

사태 총대 멘

지난해 말 식음료업계 CEO 경질 릴레이의 첫 주자는 매일유업의 최동욱 사장이었다.

박성칠 대상 사장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매일유업은 이사회를 열고 최 사장 사퇴에 따라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이창근 전 CJ프레시웨이 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김정완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이뤄 회사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공동대표였던 최 사장은 고문으로 추대될 예정이다.

당시 매일유업 측 발표에 따르면 최 사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표를 냈다. 그러나 업계 내외에서는 최 사장이 2011년 매일유업의 매출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3사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247억원)의 40% 수준인 100억4,000만원에 그쳤다. 2011년 추정 영업이익 또한 130억원 내외로 201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도 크게 떨어졌다. 매일유업의 제품군 중 이익률이 가장 높은 분유의 점유율은 35% 수준에서 22%까지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한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2011년 매일유업의 실적부진은 최 사장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분유파동 등 각종 외부요인에 의한 부진을 대표이사 혼자서 어떻게 만회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전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초 분유 '프리미엄 명작 플러스-2'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며 안정성 논란을 일으켰고, 중국 수출 분유에서도 아질산염이 나와 폐기처분 하는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우유사업에서도 포르말린사료 우유 파문, 원유가격 인상 등 악재가 계속됐다. 이후 최 사장은 전체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중국 내 아동복 사업을 강화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김의열 CJ푸드빌 사장
최 사장은 이미 지난해 4월 연달아 불거지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본부장, 부문장급 임원 48명 전원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던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의 깊은 신뢰와 지지로 '재신임' 받았던 최 사장이 사태가 모두 마무리된 연말에 다시 한 번 사퇴의사를 밝혔다는 것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최고실적 내고 떠난

대상의 박성칠 사장도 2011년 연말에 물러났다.

대상은 명형섭 식품사업총괄 전무를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고 지난해 12월 19일 밝혔다. 올해 3월까지 대상은 박 사장이 대외업무를 맡고 기타 전반적인 경영은 명 신임사장이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명 신임사장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식음료업계에서는 올해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박 사장의 퇴진에 대한 발표가 너무 빨랐던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사장이 3년간의 임기를 마친 이후, 한 차례 정도는 더 연임할 것을 예상했던 터라 더욱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상윤 농심 부회장
2007년부터 대상의 고문으로 재직하다가 2009년 CEO에 오른 박 사장은 지난해 식음료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서도 홀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대상을 이끌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던 대상의 실적은 박 사장을 영입한 2009년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2008년 9,203억원이었던 대상의 매출은 2009년에는 1조90억원, 2010년에는 1조2,02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4억원에서 534억원, 724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의 매출 및 영업이익은 1조3,700억원, 92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박 사장은 식음료업계의 명예직인 식품기업수출협의회 회장에 선임되는 등 왕성한 경영활동을 벌여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 사장의 영입으로 당시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던 대상에 활력이 가득 찼다고 입을 모은다. 10년 이상 삼성전자에서 경영혁신을 맡아왔던 박 사장이 대상의 체질을 바꿔놓았다는 내용이다. 높은 평가만큼이나 박 사장의 예상 외 빠른 퇴진은 충격을 줬다. 특히, 지난해 중반 LG전자의 영입설까지 나돌았지만 이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박 사장이었던 터라 더욱 그렇다.

연임 2달만에…

지난해 말 식음료업계 CEO 경질 한파의 최정점을 이룬 사건은 의 퇴진이었다.

지난해 12월 28일 CJ푸드빌은 김의열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직무대행은 지주회사인 CJ의 허민회 사업총괄 부사장이 맡게 됐다.

김 사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원인으로 실적부진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식음료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CJ푸드빌의 사업들이 순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식사업 부문과 프랜차이즈사업 부문의 비중이 거의 비등하게 나뉘어 있는 CJ푸드빌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6,489억원 7,38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5,72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망을 밝게 했다.

김 사장이 주력한 각 사업들도 승승장구했다. 뚜레쥬르의 경우 새로운 BI(Brand Identity)를 적용, 홈메이드 스타일 정통 베이커리로 변신하며 선전했고 리뉴얼한 빕스 또한 뚜렷한 매출신장세를 이뤘다.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와 비빔밥전문점 비비고 등 총 14개의 CJ푸드빌 브랜드들은 지난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크게 높였다.

CJ푸드빌의 수장을 맡은 지 불과 1년 1개월 만에 사퇴가 결정된 데다, 유임 결정 두 달 만에 이뤄진 것도 의혹을 자아냈다. 김 사장은 CJ그룹에서 실적부진 계열사 대표를 대폭 교체한 지난 10월 정기인사에서 유임된 바 있다.

업계 최장수 CEO였던 이상윤 부회장

식음료업계 CEO들을 대상으로 한 2011년말 한파의 끝은 이 차지했다.

농심은 기존의 신동원, 이상윤 공동대표체제에서 신동원, 박준 대표 체제로 변경된다고 지난해 12월 29일 밝혔다. 올해부터 이 부회장은 직함은 유지하되 상근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발표 당시 농심 측은 "2015년 매출 4조원의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 해외사업에 정통한 전문가가 필요했다"며 "국제사업총괄 사장을 맡아온 박준 대표이사가 적임자"라고 전했다. 그러나 식음료업계 관계자들은 석연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92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농심 대표이사로 있다가 지주회사인 농심 홀딩스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장은 2010년 3월 삼성SDI 출신의 전문경영인 손욱 전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신춘호 농심 회장의 강력한 권고로 다시 농심을 맡게 됐다. 71년 입사 이후 40년간 농심에 근무한 이 부회장은 창립 초기부터 보필해온 신 회장으로부터의 지대한 신임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꼬꼬면, 나가사키 짬뽕 등 하얀 국물 라면들을 내세운 경쟁업체들의 도전이 강했지만 농심은 여전히 70% 내외의 막대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라며 "단순히 실적부진으로 업계 최장수 CEO가 경질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농심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1조8,456억원, 1조8,952억원의 매출신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051억원에서 1,072억원으로 늘었다. 금융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 매출 및 영업이익도 약 2조원, 1,200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 해외사업 매출 목표인 4억4,000만달러도 달성했다. 하얀 국물 열풍 이후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65%를 상회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농심의 아성이 쉽게 흔들리진 않을 전망이다.

해외시장에서는 더욱 잘나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하얀 국물 라면에 밀리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 신라면의 경우 해외매출 비중이 30%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이 부회장의 퇴진이 단순히 실적부진이나 해외영업 약화로 읽히기 어려운 이유다.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은?

지난해 연말 사임한 식음료업계 CEO들의 퇴진 사유가 단순히 실적부진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업계 내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실적부진을 꼽을 수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매일유업 이외의 세 업체는 오히려 매출이 소폭이나마 증가했고 매일유업 또한 CEO로서는 손쓸 수 없는 외부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내내 계속된 불황 및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가격통제정책까지 감안한다면 네 업체 모두 양호한 성적표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사퇴한 CEO들이 대부분 외부영입인사라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실제로 을 제외한 세 사람은 모두 기업 외부에서 영입된 CEO였다.

최동욱 매일유업 전 사장의 경우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두산과 LG텔레콤 등에서 경영전략, 마케팅 부문 임원을 역임한 경영컨설턴트 출신이었다. 박성칠 대상 전 사장 또한 창립 53년 동안 대상이 외부에서 처음으로 영입한 최고경영자였다. 김의열 CJ푸드빌 전 사장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경영학 전공 후 국내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며 해외마케팅 업무를 맡아왔으며 시세이도 사장, 샘표식품 마케팅본부장, 동부한농 부사장을 지낸 마케팅 전문가다. 당시 김 사장의 영입은 순혈주의를 고집해온 CJ에서는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경질된 식음료업계 CEO들이 막막한 시장 상황의 돌파구를 위해 준비된 '구원투수'들이었다는 사실은 두 가지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성적을 위해 스카우트한 전문경영인인만큼 실적상승이 오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언제든지 내칠 수 있는 패라는 점과 기존 임원들과의 마찰이 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높은 실적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동시에 토종 임원들도 견제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퇴진한 CEO들 자리에 새롭게 들어서는 신임 사장들에는 기업 내에 오랫동안 자리를 잡아왔던 인사들이 많다. 허민회 CJ푸드빌 운영총괄책임자는 CJ투자증권, 제일제당 등을 거쳤고 명형섭 대상 사장도 30년 가까이 대상에서 근무한 '대상맨'이다. 박준 농심 사장 또한 1981년 농심에 입사해 해외사업을 전담해왔다. 반면, 이창근 매일유업 사장은 풀무원, 푸드머스, CJ프레시웨이 등에 몸담아왔던 외부영입 CEO인지라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2분기 곡물가 안정되면 실적 나아질듯
총·대선 등 앞둔 정부 물가안정책 부담

● 식음료업계 올핸 살 만해질까?

지난해 내내 식음료업계를 괴롭혔던 최대 화두는 '가격통제'였다. 원재료값 및 유가 상승에 따라 가격을 올리려 했던 식음료업체들은 서민 물가 안정이란 명목으로 계속되는 정부의 가격통제정책에 시달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유, 고추장, 치즈 등을 생산하는 식음료업체들을 가격담합행위로 적발, 과징금 폭탄을 안겼고 지식경제부는 오픈프라이스로 기업들을 압박했다. 주류가격인상안을 처리하지 않은 국세청 때문에 오비맥주는 가격인상발표를 두 번이나 철회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식음료업계는 곡물가 상승, 정부가격통제 등에 위협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밀, 옥수수 등의 파종시기인 2분기 이후 국제 곡물가와 환율 등이 안정되면 식음료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또한 나아질 예정이다.

다만 총•대선을 앞둔 정부가 올해도 강력한 물가안정책을 펴는 것은 부담이다. 정부는 현재 물가감시조사 품목으로 밀가루, 설탕, 식용유, 라면, 빵을 선정해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 원가압박을 받는 식음료업계는 올해 대대적인 가격인상을 할 전망이다. 식음료업계는 설 물가 안정대책이 강화되는 1월과 총선을 준비하는 2, 3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동안 보류해왔던 가격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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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