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시대의 막이 올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44) 삼성전자 사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42)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의 장남인 정용진(44)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은 부친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구광모(34) LG전자 차장, 김동관(29) 한화 회장실 차장 등은 경륜이 부족하다 보니 아직까지 경영 전면에는 나서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부친의 지휘봉을 물려받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할아버지인 창업 1세대가 유에서 무를 창조했고, 아버지인 2세대가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 3세대는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명을 안고 있다.

주간한국은 '3세 경영시대'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요 기업들의 오너 3세들의 성장과정, 경영 스타일, 생활, 비전과 포부 등을 해부한다. 이들 오너 3세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실질적인 그룹의 간판으로 떠올랐고, 올해는 준비된 역량을 바탕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삼성가(家)의 적자(嫡子) 이재용

1968년생인 이재용 사장은 서울 경기초등학교-청운중학교-경복고등학교-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왔다. 이 사장이 여느 재벌가 자녀들처럼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것은 고(故)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영향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공부가 먼저"라는 게 고 이병철 회장 부자의 지론이다. 이 사장은 대학에서 사학을 공부한 뒤 부친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미국에서 경영학을 배웠다. 이 사장은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사장은 2001년부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발령을 받은 이 사장은 "삼성이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경영전략을 마련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삼성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2010년 기준 195억 달러로, 전세계 기업들 중 19위다. 이 사장의 힘만으로 이뤄낸 결과는 아니겠지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사실상 이어받은 이 사장이 적어도 밑거름이 됐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일이다.

실패에서 배운 겸손

이 사장은 성공보다 실패를 먼저 경험했다. 2000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 사장은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지원을 받은 이 사장은 자본금 100억원 규모로 'e삼성'을 설립했다.

하지만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e삼성'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e삼성은' 삼성이 손댄 사업 중 몇 안 되는 '실패 리스트'에 올랐다. 이때부터 이 사장에겐 '실패'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이 사장은 겸손을 배웠다. 이 사장은 늘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서 인사한다. 또 늘 상대를 배려한다. 지난해 1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규 임원들의 축하 만찬회장에서 이 사장은 "승진하지 못한 분들의 마음도 헤아려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 사장은 2008년에 두 번째 큰 시련을 겪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면서 특별검사제도까지 도입됐고, 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백의종군' 의사를 밝힌 뒤 브라질 러시아 인도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순환근무를 했다. 애플 IBM AT&T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의 고위 관계자들, 앨 고어 전 미 부통령,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등 정치인들과 교분을 쌓은 것도 이때다.

지난해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추도식 때 이 사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팀 쿡 애플 CEO와 오랜 시간 독대할 수 있었던 것도 순환근무 때 맺은 인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장이 쿡 CEO를 만난 뒤 악화일로를 걷기만 하던 삼성과 애플의 관계는 한풀 누그러졌다.

스포츠광 이재용 "규칙대로"

이 사장은 스포츠를 정말 좋아한다. 광(狂)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아들의 손을 잡고 야구장이나 농구장을 직접 찾아 삼성을 응원하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 사장은 골프 실력도 상당하다. 핸디캡은 싱글이라고 한다. 이 사장은 지난해 1월 영국왕립골프협회의 정회원이 됐다. 현재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1,000여명인데 한국인 회원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이 사장 2명뿐이다.

골프장에서 이 사장의 인간적인 단면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사장은 모든 규칙을 제대로 지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그냥 조용히 골프를 즐길 뿐이다. '모범생' 이미지 그대로다.

후계 체제는 완성, 미션은 '존경받는 삼성'

삼성그룹은 2010년 11월 조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2년 7개월 만에 전략기획실을 부활시켰다. 삼성의 전략기획실 부활은 이재용 후계 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삼성은 지난달 말 단행한 2012년도 인사에서는 김인주 삼성물산 고문을 삼성선물 사장으로 복귀시켰다. 김 사장은 이학수 전 고문과 함께 삼성의 컨트롤 타워였던 구조조정본부를 쥐락펴락했던 인물이다.

일련의 인사들은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김인주 사장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구축해 이재용 사장 체제를 떠받들게 하려는 이건희 회장의 포석으로 보인다.

이 사장 앞에 멍석은 이미 다 깔렸다. 남은 일은 깔린 멍석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는 것뿐이다. 쓰라린 실패를 경험하고 혹독한 수업을 받은 이 사장이기에 능히 '역량'을 발휘하고도 남을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삼성의 간판' 이재용 사장에게는 글로벌 도약과 함께 또 하나의 미션이 있다. 바로 '존경받는 삼성'을 만드는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부러움을 받는' 기업이나 기업가는 많지만 '존경받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가'는 드물다. 이 사장에 대한 사회적 미션이 '존경'인 이유다.

*다음주 '3세 경영시대' <2편>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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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