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롯데 '남성 명품 편집매장' 맞대결신세계 강남점 6층 전체에 '전용관'최고급 의류·가방까지 '원스톱 쇼핑' 지원롯데 2010년 첫 오픈 한달만에 매출 140% ↑

패션에 눈 뜬 남성들이 백화점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알아차린 신세계 백화점은 2011년 10월 강남점 6층에 남성전문 패션관을 마련했다. 이곳의 특징은 다양한 의류와 소품을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는 편집매장 형태로 꾸며졌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남성 전문 편집매장을 운영한 롯데백화점도 매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포춘코리아 신년호는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백화점들의 동태를 분석했다.

명품브랜드 입점 '패션 천국'

포춘코리아에 따르면 패션을 좋아하는 남성들에게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은 천국이다. 6층 전체(4,800㎡ㆍ약 1,450평)가 남성 상품만으로 깔려 있다. 까다로운 남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최고급 상품과 인테리어로 원스톱 쇼핑을 즐길 수 있게 꾸몄다. 신세계는 이곳을 '신세계 멘즈관'이라고 부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6층에 오르면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먼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조르지오 아르마니 블랙 라벨과 랄프로렌 블랙ㆍ블루 라벨이 시선을 잡아 끈다. 구찌와 버버리, 돌체앤가바나, 이브 생 로랑, 토즈, 로로피아나 6개 브랜드가 국내 최초로 남성용 단독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남성 전문 패션관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의류부터 가방, 벨트, 라이터, 안경까지 남성 패션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는 편집매장이라는 점이다. 편집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6층 가운데를 차지한 멘즈컬렉션이다. 이곳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에서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고급 의류 브랜드를 모은 클래식 브랜드존과 최신 트렌드를 담은 컨템포러리 브랜드존, 셔츠부터 구두까지 취급하는 멘즈퍼니싱 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 다른 편집매장인 맨온더분, 분더숍에선 의류는 물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특히 신발, 문구, 전자제품, 음반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이는 편집매장 맨온더분은 국내외 트렌드를 선도하는 40여 개 브랜드와 컬렉션 가치를 지닌 한정판 상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말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상품이 많아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들을 구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요. 인테리어도 6개월마다 바꿀 예정입니다."

카페 등 편의공간도 마련

포춘코리아는 "예전에도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백화점 1개 층을 남성 전문관으로 꾸민 것은 신세계가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측은 일본의 이세탄 멘즈관, 프랑스의 라파예트 옴므 등 세계적인 백화점 남성관을 넘어서기 위해 2년여 동안 준비했다고 말한다. 김우열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장의 설명이다. "남성패션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남성전용 쇼핑관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신세계는 2010년 1단계로 330㎡(100 평) 규모의 편집매장 신세계 멘즈 컬렉션을 개설했어요. 2단계로 6층 전체를 남성전용관으로 연 것입니다. 기존 백화점 남성층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시켜 한 층에서 토탈 라이프스타일 코디네이션이 가능하도록 한 거죠."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남성 패션관은 규모로 따지면 국내 최대다. 6층 이외에도 5층 매장의 70% 정도를 일반 남성복 전문매장으로 운영해 고가부터 일반 패션의류까지 한 곳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꾸몄다. 남성을 위한 쇼핑공간으론 국내에서 따라올 백화점이 없다.

쇼핑하다 지친 남성들을 위해 편의공간도 잊지 않고 마련했다. 버버리 매장 앞쪽으로 조선호텔에서 운영하는 카페 '베키아 에 누보'가 들어서 있다. 커피에서 음료, 케이크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돼 있다. 카페 중앙에 설치한 스크린과 테이블 옆에 마련된 서적, 안락한 소파는 쇼핑 후 휴식을 즐기기에 충분할 만큼 넉넉한 여유를 제공해준다.

김우열 신세계 강남점장은 말한다. "패션뿐만 아니라 현대적 감각의 라이프스타일, 문화, 음악이 공존하는 그야말로 백화점의 '핫플레이스' 가 될 것입니다. 패션 지향형 남성들을 위한 쇼핑 커뮤니티 구성과 마일리지 클럽 등을 추진하기 위해 현재 준비를 하고 있어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6층 남성구두매장.
포춘코리아는 남성 전문 편집매장을 가장 먼저 마련한 곳은 롯데백화점이라고 밝혔다. 다른 백화점들이 본격적으로 남성만을 위한 편집매장을 오픈한 것은 2010년부터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 소공동 본점 에비뉴엘 2층에 편집매장 '슈와다담 Choix d`Adamㆍ아담의 선택'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구두, 가방, 시계, 넥타이, 장갑, 모자, 시가 용품 등 남성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잡화를 판매한다. 입점한 브랜드도 주로 수입 브랜드다. 독일 여행가방 리모와 영국 수제화 크로켓앤존스, 시가용품 다비도프, 명품 만년필 한정판으로 구성된 펜숍, 샘소나이트 고급 라인인 샘소나이트 블랙라벨과 명품 넥타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슈와다담은 매장을 연 이래 매년 20%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력·스타일 갖춘 중년 증가

2010년 3월에는 소공동 본점에 남성용 편집매장 다비드 컬렉션을 열었다. 던힐, 겐조 등 해외 직수입 브랜드와 닥스, 카운테스마라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패션 브랜드 10여 개를 함께 구성했다. 매장에 들어서면 셔츠용 명품 커프스 단추부터 책상용 문구 등 남자들을 위한 액세서리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남성들의 씀씀이가 커짐에 따라, 다비드 컬렉션은 이탈리아 비즈니스 문구 브랜드 캄포마르지오를 추가해 노원점ㆍ청량리점ㆍ일산점 등으로 매장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잠실점에는 2010년 8월 이탈리아 직수입 남성의류 편집매장 '팝 에디션POP Edition'을 열었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지에서 현지 유명 브랜드를 직수입해 정장은 150만∼250만 원, 구두는 30만∼70만 원대에 판매한다. 포춘코리아는 이 매장이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직수입 브랜드 평균매출 대비 14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매장 차별화 전략을 통해 2010년 롯데백화점 남성부문 매출은 전년에 비해 26.2% 성장했다. 박상영 롯데백화점 남성 상품기획팀장은 말한다. "트렌디한 패션을 추구하는 남성들이 각광받는 분위기가 형성돼 남성의류 등을 취급하는 편집매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요. 이에 따라 관련 매장을 확대하고 우수 브랜드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멘즈 컬렉션은 110평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남성만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백화점 편집매장의 인기가 거세지고 있다. 매월 최대 40% 가량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남성전용 편집매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20대 쇼핑감각을 갖춘 구매력 있는 30~50대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경제력과 스타일을 갖춘 이들을 부르는 '신인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자신만의 패션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로엘족LOELㆍLife of Open-mind Entertainment and Luxury', 아저씨라 불리기를 거부하고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을 추구하는 '노무족NOMUㆍNo More Uncle', 가정에선 편안한 아버지로 사회에선 멋진 패션 신사로 변신하는 '신레옹족'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일본의 중년잡지 레옹에서 이 말이 나왔다.

고가정장 한번에 2~3벌 구입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섬유패션산업동향'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의류시장 규모는 12조 4,300억 원이었다. 이 중 남성복이 차지하는 비율은 53.7%. 이는 패션의류 시장을 주도하는 10~55세 남성인구가 여성인구보다 많은 데다가 패션에 대한 관심 증대로 보다 차별화된 패션에 대한 남성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포춘코리아는 신세계 백화점 멘즈컬렉션에서 만난 판매 직원의 말을 통해 차별화된 패션을 찾는 남성의 수요 증가 현상을 보여줬다. "보통 정장 한 벌이 150만~400만 원대입니다. 결코 싸지 않은 정장을 한 번에 2~3벌씩 구입하는 중장년 남성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60대 아버지와 20~30대 아들이 함께 와 쇼핑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요. 여러 곳을 돌아보기 싫어하는 남자들에겐 한곳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편집매장이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실제 신세계 남성 편집매장에선 말쑥한 차림의 50~60대 신사들이 여기저기서 제품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07년 23%에 머물렀던 남성 구매 비중이 2011년(1~9월 누계) 30.2%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30%선을 돌파했다. 남성 중 가장 구매력이 높은 연령층은 30대로 2011년 9월까지 전체 매출 중 9.8%(2007년 6.8%)를 기록했다. 40대는 5.8%에서 7.8% 로, 50대는 5.8%에서 7.2%로 각각 매출 비율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남성 전문관이 문을 열면서 수입 남성 의류 매출이 62%,남성 명품 매출이 36% 상승했다고 밝혔다.롯데백화점은 본점 구매고객 중 특히 40~50대 남성의 구매액 비중이 2008년 16.3%에서 2010년 22.2%로 늘었다.

트랜디 편집매장 맨온더분 매장.
남성고객의 파워는 백화점 조직도 변화시키고 있다. 백화점들이 선보이는 남성 전용 편집매장의 특징은 바로 직접 구매를 한다는 것이다. 고가 명품 브랜드가 이미 매장을 백화점 내에 갖추고 있는 데다 특정 품목을 타 브랜드와 섞어 파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상품을 직접 사와야 한다. 때문에 상품기획자(MD)들이 해외로 나가 직접 구매해오는 아이템들로 매장이 채워지게 된다. 백화점들이 최근 전문 MD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자체 인테리어 담당을 채용하는 등 조직을 확대하는 이유다. 신세계 상품본부 이혜원 부장은 말한다. "유명 명품 브랜드는 다른 백화점에도 많이 있지만, 고객들은 이미 그런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멘즈컬렉션에 오면 '보지 못하던 옷이 있네'라는 재미를 느끼게 되죠. 이것이 편집매장의 장점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판매망을 가진 대형 명품 브랜드 외에도 소규모 공방의 장인 브랜드나 고급 브랜드에 납품하는 제조업체를 찾는 게 중요해요."

백화점들이 상품에서 더 이상 차별화할 게 없다는 판단이 들자 이번에 토털 쇼핑을 제공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분석도 있다. 임태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말한다. "최근 편집매장은 좀 더 세분화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신세계 백화점 남성 전용관처럼 이종 상품을 한 가게에서 파는 멀티카테고리숍과 ABC마트처럼 여러 브랜드의 신발을 비교해볼 수있는 멀티브랜드숍이 그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번 방문해서 다양한 물품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쇼핑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고,업체 입장에선 단일 브랜드를 팔 때보다 유리한 끼워팔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매장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포춘코리아는 백화점이 편집매장에게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소개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편집매장들은 방문객들의 눈에 잘 띄는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위치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사람들은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우선정면을 보고 이어 왼쪽으로 도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 근처 매장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출이 높죠. 백화점이 자체 운영하는 편집매장에 유리한 위치를 내줘서 매출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패션컨설턴트 박정인씨는 남성 편집매장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요즘엔 SNS 등을 타고 전 세계 패션 흐름이 실시간으로 퍼지죠. 남보다 빨리 트랜디한 패션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편집매장은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죠."

백화점 업계는 패션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편집매장은 다양한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물론 현재 국내 백화점들이 선보이고 있는 남성 전용 매장은 매우 초보적인 형태다.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은 아예 남성관으로 빌딩 하나가 따로 있을 정도다. 앞으로 국내 양대 백화점이 어떤 전략으로 남성 편집매장에서 승부를 낼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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