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42)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국내 대기업 오너 3세들 중 최고의 '명함'을 자랑한다. 오너 3세 라이벌인 정용진(44) 신세계그룹 부회장보다는 부회장 승진이 빨랐고, 이재용(44) 삼성전자 사장보다는 '체급'이 높다.

그럼에도 정 부회장에게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친인 정몽구 회장이 아직까지 '운전석'에 앉아 있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정 부회장의 후계구도가 확고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권 승계만을 위한 지분 확보라면 굳이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품질의' 기아자동차에 '디자인'을 덧칠한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오너 3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지난해 추정 순이익(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18조473억원으로, 17조7,535억원을 기록한 삼성그룹을 제쳤다.

순이익 등의 산정 방식을 놓고 다소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2000년 범 현대가에서 분리된 이후 현대자동차그룹(8개사)이 삼성그룹(12개사)을 추월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밥상머리 교육' 효과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여러 평가 중 공통된 것이 하나 있다. "젊은 사람이 무척 예의 바르다." 올해 만 42세인 정 부회장은 사내에서 나이 많은 임직원들에게 늘 예의를 갖춘다. 또 자신보다 나이 어린 부하직원에게도 하대를 하지 않는다.

정 부회장은 어려서부터 서울 청운동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집 식당에서 어른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말 그대로 '밥상머리 교육'을 받은 것이다.

또 할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이나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아내 사랑은 각별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고 변중석 여사에 대해 "존경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정 부회장은 그런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정 부회장의 사생활과 관련한 루머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여느 재벌 자녀들처럼 정 부회장을 둘러싼 이혼이나 별거 등 유쾌하지 않은 소문이 없는 것도 유교적 성장과정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착실히 밟은 후계자 수업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정 부회장은 199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MBA에 진학했다. 정 부회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경영학을 배운 것은 할아버지의 권유 때문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글로벌 시대이니만큼 영어는 능통하게 해야 한다"며 손자에게 미국에서 공부할 것을 권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 유학 중에 평생의 반려자인 정지선씨(정도원 삼표 회장 장녀)도 만났으니, 그야말로 1석2조였다.

1997년 8월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정 부회장은 곧바로 한국으로 오지 않고 일본 이토추 상사 뉴욕지사에 취직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기업들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한 공부 차원이었다.

1999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도 정 부회장은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갔다. 입사와 동시에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는 다른 재벌가 자녀들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다.

정 부회장이 처음 맡은 일은 자재본부 구매실장. 정 부회장의 직급은 이사대우였지만, 회사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자리였다. "부품을 제대로 알아야 자동차도 안다"는 정 명예회장의 지론을 충실히 따른 것이었다.

이후로도 정 부회장은 현대차 영업지원사업부장,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등을 거쳐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올랐고, 2009년 8월에는 현대차 부회장에 취임했다.

꿈의 1천만대 생산 야망

경영 일선에 나선 뒤 "디자인 기아"를 외친 정 부회장은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담당 부사장에 앉혔다. 디자인 경영에 성공한 기아는 201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에서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자동차 업계의 기린아로 우뚝 섰다.

'디자인 기아'에 고무된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에는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영입했다. 기아차에 이어 현대차도 '디자인 경영'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슈라이어는 아우디, 채프먼은 BMW 출신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 제2공장, 슬로바키아 공장, 미국 조지아 공장 등 건립도 추진하며 글로벌 경영의 터전을 마련했다. 또 정 부회장 개인적으로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1월 2조1,688억원이던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연말에 2조8,500억원으로 7,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정 부회장은 주식 부호 전체 3위, 오너 3세 중에는 1위로 뛰어올랐다.

4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아직까지 그룹의 운전대는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이 잡고 있지만 정 부회장이 '열쇠'를 물려받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6.8% 성장한 700만 대로 잡았다. 현대ㆍ기아차의 지난 3년간 판매 증가율이 평균 16%였던 만큼 무난한 목표 달성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꿈의' 1,000만 대 생산과 판매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리고 그 몫은 정몽구 회장이 아닌 정의선 부회장이 감당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개발과 시장 선도도 정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글로벌 톱 5'를 지키고 있는 현대차의 미래는 정 부회장의 두 어깨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너 3세로 떠오른 정 부회장이 글로벌 넘버원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다음주 '재계 3세 CEO가 뛴다' <3편>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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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