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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후군'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다

●저장강박 증후군, 슈퍼직장인 증후군, 스마일 증후군…
물건을 그저 버리지 못해 쌓아만 두고…
일에 빠져 살아도 성취감 얻지 못하고…
웃음 잃어선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고…

스트레스·우울증·얼굴근육경련 등
치명적인 합병증 유발해 죽음으로까지
'마음의 병' 치부하지 말고 상담·치료를


'하나의 공통된 질환 장애 등으로 이뤄지는 일군의 증상'을 뜻하는 증후군. 그 종류도, 증상도 다양하다.

지능과 언어 발달 상태는 정상이지만 행동 양상은 자폐증과 비슷해 사회생활에 문제를 겪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이미 널리 알려진 증후군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물체가 작거나 크게, 혹은 왜곡되거나 멀어 보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라든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실감하기 위해 손목을 긋는 등 자해를 반복하는 '리스트컷 증후근'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증후군도 있다.

통상 증후군들은 희귀한 병의 일종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증후군도 많다. 배우 홍지민이 한 TV 프로에 출연, 진단을 받으면서 알려진 '저장강박증후군'이 대표적인 예다.

저장강박증이란 사용 유무를 떠나 어떤 물건이든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며, 이러한 행동에 강박증세를 보이는 증후군이다. 심할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정혜경(30ㆍ여ㆍ가명)씨도 저장강박증후군을 앓고 있다. 정씨의 서랍엔 중학생 시절 입던 옷가지들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버리지 못할 뿐이다. 옷만이 아니다. 작은 물건 하나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때문에 수납장은 이미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하다. 싱크대에 딸린 조미료용 수납장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사용하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버릴 수가 없어요.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기가 수십 번인데 쉽지가 않네요. 처분하지 못한 물건들 방 이곳 저곳에 쌓아 놓다 보니 15평은 족히 되는 방에 발 디딜 틈이 없어요.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곤 책상과 침대가 전부에요."

이 증후군은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뿐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다. 이른바 '촌년병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신효선(27ㆍ여ㆍ가명)씨도 비슷한 케이스다.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셔도 좀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남자친구 앞에만 서면 얼굴에 새빨개져요. 자연스레 '볼터치'니, '홍당무'니 하는 별명도 얻었죠. 민망할 따름입니다."

이 같은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들은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반면, 크고 작은 지장을 초래하는 증후군들도 있다. '슈퍼직장인 증후군'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에 매달리는 '일중독증'의 일종으로 직장인들이 흔히 겪게 되는 증후군이다.

'워커홀릭'과 구분되는 점은 차이 불안과 공포가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4년째 IT업계에 종사 중이라는 김도훈(31ㆍ가명)씨는 슈퍼직장인 증후군으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누가 내 자릴 꿰차고 들어올지 불안해요. 그러다 보니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요. 자연스레 퇴근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죠. 집사람은 집에 신경 좀 쓰라고 난린데…. 어쩌겠어요. 일을 마쳐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퇴근할 수가 없어요."

슈퍼직장인 증후군을 앓는 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일에 빠져 성취감이나 만족도가 높은 워커홀릭과 달리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슈퍼직장인 증후군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만성피로 증후군이 그 중 하나. 김씨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자는 것 같아요. 주중엔 피로에 찌들어 지내죠. 주말에 잠을 자도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아요. 그대로 월요일이 출근해서 금요일까지 일하고 주말에 자고 다시 출근하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주로 찾아오는 증후군도 있다. '스마일 증후군'이 바로 그것. 이른바 '숨겨진 우울증'이라 불리는 이 증후군은 우울증을 동반, 심한 경우 자살까지 생각하게 될 정도라고 한다. 서비스직에 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홍수정(29ㆍ여ㆍ가명)씨는 '스마일 증후군'으로 고통 받았던 과거를 털어놨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면서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면 어떤 일이 있어도 웃음을 잃어선 안돼요. 하루에 수십 번씩 얼굴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건 예사죠. 웃는 것만큼 힘든 게 없구나 싶더라고요. 특히 진상 손님들 앞에서 웃고 있노라면 이렇게 살아 뭐하냐는 생각까지 들어요."

이런 증후군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정신가출 증후군'에 걸리기도 한다. 직장생활 15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손원진(44ㆍ가명)씨는 요새 모든 걸 버리고 홀연히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어느 순간 일이고 가족이고 팽개치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어지더라고요. 최근에는 그런 생각을 하는 빈도도 잦아지는 것 같아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리려고 남몰래 준비했던 적도 있어요. 몇 달 전부터는 사직서를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녀요. 당장 직장을 그만둘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면 언제든 힘든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위안이 돼요."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증후군이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는 자칫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증후군도 있다. 단지 '마음의 병' 정도로 치부하고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행여 증후군이 의심될 경우 상담 등을 통해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습 불가능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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