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삼성그룹 회장
'이번 설 연휴에는 방콕(방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는 뜻)하겠습니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서 빈둥대기만 하는 방콕족의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평소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업무에 매진하는 5대그룹 총수들의 설 연휴 계획이다. 대부분 양력설을 쇠는 총수들은 이번 설 연휴 동안 가족들과 함께 집에 머물며 고즈넉하게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일본출장후 조용한 설맞이

지난해 집에 머물면서 독서와 함께 신년 경영구상을 가다듬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도 마찬가지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장님께서는) 이번 설 연휴에 특별한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라며 "일본출장에서 언제 돌아올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귀국 이후 집에서 조용히 연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지난 9일 생일을 맞아 경영진과 신년만찬회를 갖고 다음날 바로 출국한 이 회장은 12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2'에 참관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 공식적인 일정 없이 일본 주요 경제단체 대표, 협력사 관계자 등을 만나며 올 한해 경영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한국에 언제 돌아올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늦어도 설 연휴 도중에는 돌아오지 않겠냐는 것이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정몽구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대학생 학자금 지원 통큰선물

설날을 맞아 깜짝 선물을 준비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 설 연휴에도 집에서 조용히 올해 경영계획을 구상하며 보낼 계획이다. 그룹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빅5에 오르는 등 큰 성과를 보였지만 자동차산업의 위기 징후가 뚜렷한 올해를 더욱 긴장하며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지난 17일, 정 회장은 대학생 1만3,000명에게 학자금 지원이라는 설 선물을 공개했다. 대출이자의 0~3%를 대신 내주는 본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저소득층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종합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준비됐다. 만 35세 이하의 대학생 중 형편이 어려워 소속 학교의 추천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최태원- 매년 참가 '다보스포럼' 준비

지난 설 연휴를 해외에서 경영활동을 하면서 보낸 또한 올해는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자택에서 설 연휴를 맞이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이후 2주 동안 브라질과 호주를 돌며 철광석과 석탄 광산 등을 둘러보는 등 글로벌 자원 경영에 매진했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 회장은 올해 설 연휴 동안 장기화된 검찰 수사로 인한 그룹의 위기 타개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복안을 구상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1998년 이후 매년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다보스포럼 참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검찰의 불구속기소 이후 최 회장의 포럼 참석에 점차 무게가 쏠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구본무- 휘청이는 그룹 부활 고심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 설 연휴도 한남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유교적 가풍이 강한 LG가는 명절 때 온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양력설을 쇠는 까닭에 이번 연휴에는 비교적 조촐히 모일 가능성이 크다.

구 회장은 자택에 머물면서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자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휘청이는 LG그룹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찾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연초 신년사에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뼛속까지 바꿔야 한다"고 밝혔던 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연휴도 반납… 업무 매진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5대그룹 총수들 중 유일하게 음력설을 쇤다. 그러나 다른 총수들이 대부분 특별한 계획 없이 집에서 쉴 예정인데 반해 신 총괄회장은 설 당일만 가족들과 차례를 지내고 그 외의 연휴 기간에는 다른 때와 변함없이 계열사 CEO들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경영현안을 챙길 계획이다.

몇 안 되는 창업1세대 총수인 신 총괄회장은 92세의 고령에도 새해 벽두부터 현장경영에 나서며 노익장을 과시 중이다. 본래 홀수달은 한국, 짝수달은 일본에 머무르며 이른바 '셔틀경영'을 해왔던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10월에 한번 일본을 방문한 것 이외에는 한국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겸 숙소에 머물고 있는 신 총괄회장은 매일 한, 일 롯데그룹 계열사 CEO들로부터 경영현안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작년보다 12%↑ 투자

설 연휴 동안 푹 쉬며 재충전의 기회를 갖은 총수들은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구본무 회장을 제외한 총수들은 사상 최대 투자•고용 계획을 밝히며 올해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각각 47조8,000억원, 14조1,000억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12%, 15.6% 증가한 규모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의 투자 증가폭은 더욱 크다. 롯데그룹의 2012년 투자 규모는 6조7,3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나 늘었고 하이닉스 인수대금을 포함해 19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SK그룹의 투자규모는 지난 해의 두 배 이상(111% 증가)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해당 그룹들이 밝힌 고용 규모도 사상 최대다. 삼성, 롯데그룹의 고용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4%, 15% 늘어난 2만6,000명, 1만3,500명이다. 최대폭의 투자계획을 세운 SK그룹은 고용 규모 또한 전년대비 40% 증가했다. 현대차그룹도 대학생 인턴 1,000명을 포함한 7,500명의 고용을 기획하며 사상 최대임을 밝혔다.

5대그룹 중 LG그룹만 지난해에 비해 투자•고용 규모가 소폭 줄어들었다. LG그룹은 올 한해 총 16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에 비해 각각 15%, 12% 축소된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LG를 제외한 5대그룹이 저마다 최대 투자•고용 규모를 밝힌 것은 다분히 총•대선을 앞둔 정치권과 사회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라며 "실제로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 경기 흐름에 따라 실제 집행되는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라면서도 "일단 구체적인 규모를 밝힌 만큼 그에 상응하는 실적을 위해 당장 설 연휴 이후부터 집중 경영이 시작되지 않겠냐"라고 전망했다.

한편, 5대그룹의 투자 규모 104조1,300억원은 30대그룹의 전체 투자 규모 151조4,000억원의 68.8%를 차지한다. 6만9,000명의 5대그룹 고용 규모 또한 30대그룹 전체의 56.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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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