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묘하게 됐다.

2달 여 앞으로 다가온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전 대통령들의 대리전(代理戰) 양상을 띠게 됐다. ‘수성’에 나선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탈환’을 다짐하는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대표가 총선 지휘봉을 잡는다.

박 위원장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이고,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이었다. 따라서 올해 총선은 친박 대 친노의 싸움을 넘어 박정희 대 노무현의 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노무현을 넘어야 대선가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고, 한 대표는 박정희를 극복해야 정권 탈환의 숙원을 풀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정책이나 인물 대결 못지않게 전 대통령들의 바람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친노 그룹이 당 전면에 나섬에 따라 이번 총선은 표면상 박정희 대 노무현 대결로 압축되는 듯 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대선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친박은 비우고, 친노는 채우고

박근혜 위원장의 최대 지지기반은 대구와 경북(TK)이다. 18대 때 친이계(친이명박계)의 공천 학살 속에서도 친박계(친박근혜계)는 친박연대로 4명, 무소속으로 6명이 배지를 달았다. 그만큼 박 위원장의 그림지가 짙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19대 때는 입장이 뒤바뀌었다. 박 위원장이 전권을 쥐면서 친이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친박계는 실로 오랜만에 어깨를 폈다. 그렇다고 친박계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단기필마로 나서 금배지를 달았던 이해봉(4선) 의원이 얼마 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박 위원장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드리고 싶다”고 불출마의 변을 밝혔다.

친박계의 대표적인 중진인 이 의원은 박 위원장(대구 달성군)의 인접 지역구인 달서 을이 텃밭이다. 이 의원은 18대 때 ‘이해봉의 낙천, 박근혜의 눈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지역민에게 호소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연말에는 같은 친박계인 현기환 의원(부산 사하 갑)이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 현 의원은 “당의 쇄신과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해봉 의원은 박근혜 위원장과 ‘절친’이고, 현기환 의원도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 중 한 명이다. 박 위원장의 측근이라 할 두 의원의 용퇴는 친박계 중진들에게 ‘비우라’는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위원장의 ‘입’ 역할을 맡았던 이정현 의원(비례대표)은 당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사지(死地)인 광주 서구 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노란색 땅에 파란색 새싹 하나 키워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정부 들어 크게 움츠러들었던 친노는 야권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친노의 대표주자라 할 한명숙 전 총리가 당권을 잡고,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친노 그룹은 “총선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문 이사장(부산 사상구)은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부산 진을),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부산 북구ㆍ강서구 을)과 함께 부산의 ‘서부벨트’ 공략에 나선다.

부산 트리오 외에도 친노 그룹 중 총선을 준비하는 인사는 20명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에서는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이 사하 갑에, 박재호 전 국민체육진흥동간이사장이 남구 을에, 전재수 전 대통령 제2부속실장이 북구ㆍ강서구 갑에 출격한다.

또 유인태 전 정무수석(서울 도봉을), 전해철 전 민정수석(경기 안산 상록 갑), 박남춘 전 인사수석(인천 남동구 갑), 김종민 전 청와대 대변인(충남 논산),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용인 기흥구),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서울 관악 을) 등이 출전채비를 마쳤다.

친박 친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천개혁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올해 총선에서 최종 물갈이 비율이 50%는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위해 지역구 의원 중 25%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한 비상대책위원은 “물갈이 비율이 50%는 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한 위원은 없었으며, 일부 위원은 ‘80% 이상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방침이 당론으로 굳어진다면 한나라당은 말 그대로 ‘공천 혁명’을 이루게 된다. 비상대책위원회 방침대로 50%만 교체돼도 비록 친박계라 할지라도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승리 방정식으로 공천 개혁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 연대를 꼽고 있다. 이에 앞서 민주통합당은 야권 통합 과정에서 ‘국민참여경선 70% 이상, 전략공천 30% 이내’라는 공천 개혁의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야권 연대 방식을 두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각자의 후보를 낸 뒤 단일화를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차제에 연합정당을 만들 것인지 결정된 바가 없다. 또 국민참여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정파 간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보니 선뜻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나라당은 친박이, 민주통합당은 친노가 우세한 게 사실이지만 이번 총선을 친박 대 친노 구도로만 국한시키는 것은 지나친 저널리즘적 관점”이라고 전제한 뒤 “어느 당이 얼마나 새로운 방법으로, 얼마나 새로운 인물을 공천해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느냐가 친박 대 친노 대결보다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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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