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사장
"향후 경영권은 능력 있는 자식에게 물려주겠다"

일견 당연한 말이지만 막상 경영권 승계 시점이 되면 관행적으로 장자우선의 원칙이 적용돼왔던 것이 우리나라 재벌가의 특성이다. 그럼에도 조석래 효성 회장은 후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여전히 그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아버지의 뜻이 확고한데다 능력있는 두 동생까지 있는 탓에 장자인 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할 수 있는 일은 맞닥뜨린 여러 악재를 떨치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존재의의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다재다능한 해외통

1968년 경남 함안 출생으로 1983년 보성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조기유학을 떠난 은 1987년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91년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이후 일본 게이오 대학교 법학대학원 정치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기유학의 영향일까. 재계에서는 조 사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탁월한 글로벌 감각과 풍부한 해외 인적 네트워크 확보를 꼽는다. 과거 세인트폴 고등학교 재학 시절 같은 반이었던 프랑스 듀폰사 자제와 인연을 맺었던 조 사장이 이후 복잡한 절차 없이 듀폰 회장과 사업얘기를 나눈 일화는 유명하다. 미•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며 양국의 정치, 문화 등을 익힌 조 사장은 뛰어난 언어능력으로 영어, 일어뿐 아니라 이탈리아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 4개국어에 능통하다.

스포츠맨 & 문화 지킴이

의 강점은 언어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만능스포츠맨인 조 사장은 세인트폴 고등학교 재학시절 동양인 최초로 투수로서 야구부 주장으로 발탁돼 화제가 되었다. 예일대학교 시절에는 야구와 미식축구의 교내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는 사내 야구팀을 이끌며 직장인 야구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쥔 전력도 있다. 스키와 스쿼시,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에서도 선수급의 기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건축학과 교수가 꿈이었던 조 사장은 건축과 미술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탈리아의 바티칸박물관 복구 작업에 참가했던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옥살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문화유산 보호단체인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공부할 때는 소믈리에(와인감별사) 자격증을 따로 취득할 정도로 와인전문가이기도하다.

입사 이후 효성 체질 변화

미쓰비시 상사, 모건스탠리 등 해외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은 아버지 조석래 회장의 부름을 받고 1997년 효성맨이 됐다. 조 사장은 입사하자마자 선진적인 독립 전문경영시스템인 PG(Performance Group)•PU(Performance Unit)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듬해에는 효성 T&C,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등 그룹의 주력 4사 합병이라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한때 재계서열 4위에까지 올랐지만 분가와 함께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잃으며 그룹 자체가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위기극복 및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조 사장의 결단력 있는 선택이었다.

또한 조 사장은 국내 최초로 전 사원 연봉제를 도입하고 직무 분류에 따른 인사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효성의 체질을 변화시켜나갔다. 그 밖에도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을 위한 각종 신 경영 전략의 도입과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과 같은 경영 시스템의 개선 프로젝트 또한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섬유·무역부문 승승장구

은 효성에서 섬유와 무역 부문을 이끌며 관련 부문들의 매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섬유 부문은 조 사장이 PG장을 맡은 2007년 흑자전환한 뒤, 해마다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양산업 이미지를 벗고 스판덱스를 필두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했던 것이 주효했다. 조 사장의 주도로 효성은 스판덱스,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주요 섬유 부문의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했으며 특히 스판덱스 부문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보였다.

조 사장이 무역 부문에서 거둔 성과도 적지 않다. 효성은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 지역에 타이어코드, 스판덱스, 중전기 등을 수출해 창립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정부로부터 50억달러 수출탑도 수상했다. 2010년 40억달러 수출탑을 받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1년 만에 수출규모를 20% 이상 늘린 셈이다.

자신만의 색깔 찾기

잘나가는 에게도 위기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주력인 섬유와 무역 부문을 벗어나 손을 뻗쳤던 건설 부문에서 연달아 실패를 맛봤고 미국 부동산 불법 구매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적도 있다.

사업의 실패와 검찰의 기소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후계상속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세간의 평가가 어깨를 짓누른다. 자신 못지않게 실력 있는 두 동생이 있는 데다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도 장자승계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막내인 조현상 산업자재PG장 겸 전략본부 전무마저 부사장에 승진하면서 경영권 확보에 대한 조 사장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삼형제가 각각 7.01%, 7.18, 7.77%라는 별 차이 없는 수준으로 효성 주식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조 사장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조 사장이 갤러시아커뮤니케이션즈(이하 갤럭시아컴즈)의 주식을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도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자신만의 색깔 찾기가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 기업의 콜센터 구축과 운영을 대행하는 효성 ITX의 대주주인 조 사장이 갤럭시아컴즈까지 확보함으로써 섬유와 무역 이외에 IT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고히 한다는 내용이다. 효성ITX와 갤럭시아컴즈는 (주)효성과 함께 유가증권•코스닥을 포함해 다섯 개 밖에 되지 않는 상장사인지라 상징성 또한 크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만만치 않을 2012년, "최고의 기술과 경영역량을 바탕으로 인류의 보다 나은 생활을 선도한다"는 효성의 가치를 맏이인 조현준 회장이 지켜나갈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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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