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의 메릴린치 투자 문제 지적하자 위험인물 낙인 미국보호 받은 첫 한국인 내부고발자에 정치권은 충격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 감청 의혹을 폭로하고 미국으로 피신했던 전 국정원 6급 직원 김기삼씨가 지난해 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이민법원으로부터 미국 망명을 최종 허가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주간한국의 특종보도(2408호, 2012년 1.23~1.29)로 국내에 알려졌는데, 그는 이번 판결로 내부고발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는 한국인이 됐다.

미 이민 법원은 김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각종 증거 자료와 증언이 미국정보ㆍ 수사기관의 자료및 정보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해 망명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내부고발자로는 첫 사례이기에, 미 이민 법원은 무려 8년간 재판을 진행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김씨는 망명 허가는 이례적인 것이다. 또 한미 FTA 타결 등 그 어느 때보다 양국간 정치ㆍ경제적 협력 토대가 굳건한 시기에 이뤄진 망명허가는 우리 정치권에 던지는 충격파도 적지 않다.

그는 이미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비봉출판사)는 책으로 DJ 정권을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 비판을 날을 거두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2003년 국정원에 의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기소중지 상태다. 언제든지 국내에 들어올 경우 피의자로 체포된다. 그는 또 2006년에 이어 2011년 두 차례나 대한민국 여권갱신이 거부됐다.

그는 주간한국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청와대도 국정원도,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김기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김기삼이 제기한 (DJ관련 등)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만은 ‘무조건 덮고 가야 한다’고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미국 법원이 지난해 말에 망명 요청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8년 동안 지루한 소송을 벌인 결과인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해 별 감흥이 없습니다. 담담할 뿐입니다.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기에 좀 지쳤습니다. 이제는 헤어나고 싶다는 심정입니다. 엊그제 필라델피아 이민국에 망명허락인증카드를 받으러 갔다 오는 차 속에서 ‘이 조그만 카드를 받으려고 8 년간 이 길을 수십 차례 왔다갔다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일이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는 심정입니다. 또 제가 낸 책(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을 읽고 젊은이들이 조국의 현실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메일을 보내올 때마다 희생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 이번 망명 승인은 미국 법원이 김기삼씨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치적 탄압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미국 법원이 한국 정부를 보는 시각은 어떻습니까?

“미 법원이 한국 정부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다만, 저의 망명재판을 맡은 판사는 사건을 매우 신중하게 처리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판사는 10여 년에 걸친 이민판사 경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는 말도 했어요. 법원은 여러 차례 이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 (국무부, 국토안전부, 정보기관 등)의 입장이 무엇인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측에서는 한 번도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판사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뭔가 말 못할 민감한 문제가 게재되어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한국 정부가 저를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판결문 자체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길게 작성되었습니다.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렸다고 했어요.”

-이명박 정부 초기에 한국투자공사(KIC)의 메릴린치 투자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뉴욕에서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던 2010년 봄에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3분의 2 이상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한국측이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편지를 썼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아직도 메릴린치의 사기적인 투자 유치에 대한 소송이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미국의 BOA 은행이 파산을 걱정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투자공사의 최고 책임자에게 미국에서 사법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취지의 편지를 썼고, 뉴욕의 변호사로서 한국 국익을 위해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일이 이명박 정부를 자극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 김기삼을 위험인물로 분류하지 않았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 편지를 보낸 뒤 기관으로부터 답을 못받았나요?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 이명박 정부가 왜 김기삼씨를 정치적으로 탄압한다고 생각합니까?

“책이 나온 뒤 국정원이 저에 대해 대대적인 감찰조사를 벌인 뒤 2003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아직도 기소중지 상태를 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6년, 2011년 두 차례나 저의 여권갱신 신청이 거부되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정부의 이런 조치들이 미국의 이민 판사로 하여금 한국 정부의 탄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 진보성향의 구 정권과 보수성향의 현 정부가 김기삼씨를 공통적으로 탄압한다면, 왜 그럴까요?

“지금까지 책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DJ의 반역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김대중(전 대통령)이란 사람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느라 우리 민족의 지상목표인 통일 기회를 날려버린 데 대한 분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쓰러져 가는 김정일 정권에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불법적으로 제공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에게 통일의 기회가 있었으리라고 판단합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기회를 놓쳐버렸고, 이제는 북한의 상시적인 핵공갈 아래 놓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저의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국정원도,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김기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김기삼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만은 이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덮고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국 정치인들도 이제는 수치스런 일을 스스로 밝히고 사과하는, 그런 용기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감춘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 한국 정부는 왜 이 문제를 덮고 가야 한다고 결정했을까요?

“국가 지도자의 자질이나 성향, 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제가 제기한 김대중 정권의 반역의 문제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 부족이 큰 원인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현 정권은 그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기본적인 군복무를 하지 않아 국가 안보에 대한 명확한 의지나 신념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현 정부도 김기삼씨에 대해 위협의 소지가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가요?

“글쎄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 정부 초기엔 저에게 아주 우호적이었어요.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분이 저를 찾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상당히 적대적인 자세로 변했는데, 저는 그 시기가 제가 한국투자공사의 메릴린치 투자 실패 문제를 제기한 이후인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 말 한나라당 측에서 김기삼씨에게 여러 통로를 이용해 접촉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그런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2008년 저의 망명재판 1심이 있은 직후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부터 연락이 온 적은 있습니다.”

- 지난 정권의 비리 의혹에 대해 많은 것을 폭로했는데 혹시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지요?

“김대중(전 대통령)의 노벨상 공작에 관해 아직 밝히지 않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저로서는 제가 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고, 국정원이나 한국 정부가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혼자의 힘으로 감당해 내기도 어려운 일이고요. 하지만 김대중의 노벨상 공작을 세상에 밝히는 일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 정부가 지난 대선 때 김기삼씨가 공개하지 않은 내용들을 선거에 활용하려 했다는 말도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있었나요?

“지난 대선 당시에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지난 정부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기삼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조사에 응할 의향이 있나요?

“언제라도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겠다면 최대로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 한나라당이 지난 정부의 비리 의혹을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제가 보기엔 한나라당 사람들의 체질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웰빙체질 이라는 말이죠. 만약 제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여러 비리 사실을 폭로했다면 민주당 사람들은 없는 것도 만들어 내서 한나라당을 공격했을 겁니다. 하지만 한나라당 사람들은 다 만들어서 갖다 줘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차려주면 떠먹여 달라고 합니다. 소화제 챙겨 달라고 하지 않는 걸 고마워해야 할 정도입니다.”

- 현 정부의 국정원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전직 직원으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난 좌파정권 시절, 국정원은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는커녕 대한민국의 안보를 해치는 일에 앞장서 왔습니다. 한마디로 반역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한 거죠.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난 후 국정원은 이에 대해 한마디의 반성도 사과도 없었습니다.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덮기에 급급했어요. 저는 더 이상 국정원의 존재이유가 없어졌다고 믿습니다. 해체하고 다시 세우는 길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망명이 승인됨에 따라 개인 신상에도 여러 변화들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잘 먹고 잘 살아야지요. 애들도 잘 먹여 살리고요. 그래야 다음 세대들에게 “옳은 일을 하고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지 않겠습니까?”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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