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논란 하나, 폴리널리스트(정치인으로 변신한 언론인). 특히 현정부 들어 실세로 군림했던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신재민 전 문화관광체육부 차관 등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터라 폴리널리스트들에 대한 시선은 더 싸늘해졌다.

그렇지만 언론인 출신이라도 해서 정치 참여에 제한을 둘 수는 없다. 사도(邪道)로 빠지지만 않는다면 전직(前職)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오히려 풍부한 현장 취재 경험이 '실물정치'를 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최근까지 파악된 언론인 출신 4ㆍ11 총선 출마 예정자는 대략 70여 명. 예비후보 등록 마감시한(3월21일)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따라서 언론인 출신 예비후보들은 세 자릿수에 육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비후보 등록이 곧바로 공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8대 총선을 돌아보면 본선에서 첫 출사표를 밝힌 언론인은 21명뿐이었고,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0명만이 살아남아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용산구, 배종달-박인환 전직 언론인 맞대결 가능성

노웅래
(54) 전 의원(전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동대문구 을에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출전 준비에 들어갔다. 민 전 의원이 당내 예선전을 통과한다면 본선에서는 홍준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와 일전도 예상된다.

용산구에서는 전직 언론인들 간의 맞대결 가능성도 엿보인다. 새누리당에서는 배종달(60) 전 경북매일 사장, 민주통합당에서는 박인환(54)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마포 갑에서는 18대에 이어 선후배 재대결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에서는 (49) 현 의원이, 민주통합당에서는 (55) 전 의원이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강 의원은 경향신문, 노 전 의원은 MBC 출신이다.

18대 때는 말 그대로 박빙이었다. 강 의원은 3만203표(48.1%), 노 전 의원은 2만8,523표(45.38%)를 얻었다. 두 사람 간의 표차는 1,680표밖에 안 됐다.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는 양천구 갑은 전직 언론인 출신들이 3명이나 출격한다. 이 지역의 절대강자인 원희룡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3선)은 당 쇄신을 명분으로 출마를 포기했다.

민병두
새누리당에서는 김해진(51ㆍ전 경향신문) 전 특임장관실 차관과 박선규(51ㆍ전 KBS)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민주통합당에서는 차영(50) 전 MBC 아나운서가 일전을 벼른다.

16대 때 배지를 달았던 김성호(50ㆍ민주통합당) 전 한겨레신문 기자는 강서구 을에, 최창환(50ㆍ이데일리 대표) 민주통합당 정책위부의장은 은평구 을 출마를 결정했다. 은평구 을의 주인은 'MB의 남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 밖에도 한국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을 지낸 (56)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통합진보당 간판으로 도봉구 갑 출마를, 민주통합당의 유용화(52ㆍ전 YTN)씨는 마포구 을, 양정철(48ㆍ전 언론노보) 전 노무현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은 중랑구 을에 나서기로 했다.

시민일보 출신의 심재권(65)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 간판으로 강동구 을에, SBS PD 출신인 홍용락(54)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새누리당 깃발로 강동구 갑에 출격한다.

--… 경기, 용인 기흥은 선후배 격전장

김석진
경기지역에서는 용인시 기흥구가 흥미롭다. 예비후보들로 크게 붐비는 기흥에는 (54) 전 중앙일보 기자, (59ㆍ이상 새누리당) 전 KBS 기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55) 전 한국일보 정치부장, 김재일(54) 전 시사저널 워싱턴 특파원이 출사표를 냈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민주당 부대변인과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48)씨는 민주통합당 고양시 덕양구 을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린 뒤 표밭을 갈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역임한 김창호(55ㆍ민주통합당) 전 중앙일보 기자는 분당구 갑에서 중앙일보 선배인 고흥길 새누리당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고 의원은 16대부터 내리 3번 이곳에서 금배지를 단 분당의 맹주다.

박흥석(46) 전 경기일보 편집국장은 새누리당 간판으로 수원 장안구에서 출전하고, 박세호(49ㆍ새누리당) 전 경기신문 대표는 수원 팔달구에서 남경필 의원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남 의원은 부친인 남평우 전 의원이 작고하면서 치러진 1998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3차례 더 금배지를 단 4선의 중진이자 경인일보 기자를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이백만
정진욱(47ㆍ민주통합당)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안양 동안구 을에서, 문용식(53ㆍ민주통합당) 나우콤 대표이사는 고양시 덕양구 을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김문환(47) 전 SBS 기자는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이천ㆍ여주에 출사표를 냈다. 같은 지역에는 원로 정치인인 이규택(70) 전 미래연합 대표도 나선다. 이 대표는 14~17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했으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후견인을 자처한다.

이해성·이노수· 등 지방도 언론인 출신들로 북적거려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도 언론인 출신 예비후보들로 북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부산 중구ㆍ동구에서는 MBC 기자 출신인 이해성(58) 전 조폐공사 사장이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지역의 현역은 정의화 국회부의장이다.

대구에서는 이노수(52) 전 대구방송 대표이사(수성구 을), (44) 전 SBS 기자(달서구 갑), 구성재(51) 전 조선일보 대구취재본부장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이사와 홍 전 기자는 새누리당, 구 전 본부장은 무소속으로 등록했다.

인천 남동구 갑에서는 KBS 기자 출신인 (68) 의원(남동구 갑)과 (48) 전 중앙일보 기자가 나란히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김연광(49ㆍ전 조선일보) 전 특임장관실 특임실장은 부평구 을에서 금배지에 도전한다.

정찬민
광주MBC 기자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박현(60ㆍ민주통합당)씨와 중앙일보 출신인 김영성(63ㆍ무소속)씨는 각각 광주 동구와 광산구 갑에 출마한다. 광주 동구의 현역은 박주선 민주통합당 의원, 광산구 갑의 현역은 같은 당의 김동철 의원이다.

MBC 사회부장을 지낸 (55) 전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은 새누리당 간판으로 울산 중구, 권영만(52) 전 EBS 사장은 민주통합당 연두색 점퍼를 입고 태백ㆍ영월ㆍ평창ㆍ정선 출마를 희망한다.

KBS 기자였던 류근찬(63) 자유선진당 의원은 보령ㆍ서천에서, 내일신문∙시사저널 출신의 김종민(47ㆍ민주통합당) 전 청와대 대변인은 충남도 정무부지사직을 접고 논산ㆍ계룡ㆍ금산에 출마해 승리를 꿈꾸고 있다.

각각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아성인 영남과 호남은 다른 지방에 비해 언론인 출신 예비후보들이 많다. 공천장만 쥘 수 있다면 어느 지역보다 승산이 높기 때문이다.

경북에서는 김형태(59) 전 KBS 국장(포항시 남구ㆍ울릉군), 김재원(47ㆍ전 BBS)씨(군위ㆍ의성ㆍ청송), 전광삼(44) 전 서울신문 기자(영양ㆍ영덕ㆍ봉화ㆍ울진)가 새누리당 티켓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연채
전남에서는 (51) 전 KBS 기자(목포), (55) 전 MBC 보도국장(해남ㆍ완도ㆍ진도), 김명전(56) 전 EBS 부사장(장흥ㆍ강진ㆍ영암)이 민주통합당 공천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 장기철(52ㆍ전 KBS)씨와 장여진(48ㆍ전 남도일보)씨는 각각 정읍과 진안ㆍ무주ㆍ장수ㆍ임실에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정인철(50ㆍ전 매일경제) 전 청와대 비서관과 박대출(51) 전 서울신문 기자는 진주시 갑에서 새누리당 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민일보 대표이사를 지낸 신방식(54)씨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제주시 갑 출마를 노린다.

18대 국회 '폴리널리스트' 등 10명 모두 새누리

2008년 제18대 총선 때 처음으로 출마한 언론인(방송인과 언론사 대표 포함) 21명 중 10명이 금배지를 달고 '새내기 의원님'이 됐다. 출신 언론사 별로 보면 조선일보 KBS SBS가 각 2명, 중앙일보 경향신문 YTN 헤럴드미디어가 각 1명이었다. 공교롭게도 새내기 10명은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조선일보에서는 김효재(59) 진성호(50) 의원을 배출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청와대 입성에도 성공했다. 지난 총선 때 김 의원은 서울 성북 을에서, 진 의원은 서울 중랑 을에서 각각 금배지를 달았다.

윤승용
KBS 출신으로는 안형환(49) (49) 의원이 있다. 안 의원은 서울 금천에서, 신 의원은 경남 산청ㆍ함양ㆍ거창에서 승리했다. 안 의원은 대변인까지 맡으며 당의 차세대 간판으로 떠올랐다.

(45) 허원제(61) 의원은 SBS가 친정이다. 아나운서로 인지도를 높였던 유 의원은 서울 중랑 갑에서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을 꺾었고, 기자 출신인 허 의원은 부산 진구 갑에서 당선됐다.

경향신문 기자를 지낸 (49) 의원은 마포 갑에서,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김용태(44) 의원은 서울 양천 을에서 승전가를 불렀다. 두 사람 박빙승부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홍정욱(42) 헤럴드미디어 회장은 서울 노원 병에서, 김영우 전 YTN 기자는 경기 포천ㆍ연천에서 금배지 획득에 성공했다.

언론인 출신들은 대체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서 활동했다. 전반기 국회의 경우 문방위 소속 의원 28명 중 13명이 언론인 출신이었고, 후반기 국회 때도 문방위에서 언론인 출신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이윤성
하지만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언론인 특유의 전문성을 살리기보다 '친정'의 대변인 역할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친정의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아 배지를 달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7월 22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을 때, 보수언론 출신 의원들은 선봉에 섰다. 날치기 처리 이틀 전 여야 원내대표는 신문의 지상파 진출을 2012년까지 불허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총회에서 보수 언론 출신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합의는 무위로 돌아갔고, 결국 보수 신문들의 방송 진출의 길이 열리게 됐다.

최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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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