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밤 '게이클럽'이 지배한다현재 30여곳 영업중어두운 홀안 찬란한 조명, 수십명의 남성 뒤엉켜 춤춰끌어안고 몸 더듬고 과감한 스킨십도 몸짓·말투로 성 역할 분간, 서로 눈 맞으면 '원나잇'

외국인, 외국 상품, 외국 문화의 집결지인 이태원. 이곳은 한편으론 '게이들의 천국'으로 통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에 비해 동성애에 관대한 외국인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게이들이 이곳으로 흘러 들어 일종의 '촌'을 형성하게 된다.

게이들의 주 활동무대는 게이클럽이다. 이태원 게이클럽의 역사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경 이태원에 첫 게이클럽 '파슈'가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클럽들이 생겨났다.

2012년 현재 이태원에는 무려 30여 군데의 게이업소들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게이클럽은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사실. 클럽 내부에서는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이태원에 자리한 한 클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게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늘어선 골목을 지나 게이클럽 앞에 도착했다.

클럽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연령대는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다양했다. 인종도 각양각색이었다. 한국인이 대부분이었지만 백인이나 흑인 등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잔뜩 멋을 낸 모습만은 하나같았다.

10여분쯤 서서 차례를 기다리니 기자의 차례가 왔다. 입장료는 남성 1만원, 여성은 2만원. 여성이 남성보다 저렴하거나 아예 무료인 일반클럽과 정반대였다.

입장료를 지불하니 티켓을 건네줬다.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술이나 음료 한 잔이 제공되며 찢어지거나 분실하지 않는 한 하루 동안은 계속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티켓을 손목에 착용하고 클럽 내부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울려왔고 어두운 클럽 내부에는 휘황찬란한 조명이 정신 없이 번쩍였다. 그 사이로 서로 뒤엉켜 춤을 추고 있는 수십 명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영하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 이곳의 열기는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이곳 남성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정신 없이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윗옷을 벗어 던지고 춤을 추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 서로 끌어안거나 상대의 몸을 쓰다듬는 등 과감한 스킨십을 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클럽 한켠에는 바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이 맥주와 음료를 마신다. 이들의 시선은 한결같이 무대의 남성들에 고정돼 있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물색하는 데 온 정신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마음에 드는 동성과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칸막이가 쳐져 있는 공간도 있다.

바에 앉아 클럽 내부를 돌아보던 중 인근에 앉아있던 남성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작업은 성공. 두 남성은 바에 앉아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게이커플은 남성의 역할을 하는 '탑(top)'과 여성 역할을 하는 '바텀(bottom)'으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서로를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 이곳 종업원 김세인(가명‧28)씨가 이런 궁금증을 풀어줬다.

김씨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몸짓이나 행동 말투 등으로 한눈에 알 수 있다"며 "게이들은 서로의 역할을 분간해 낼 수 있는 촉이 발달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클럽 내부의 몇몇 남성을 지목하며 역할을 설명해줬다. 하지만 기자의 눈으로는 도저히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김씨로부터 게이클럽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을 수 있었다. 게이들이 이곳을 찾는 주된 이유는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게이들만 모이기 때문에 연인 찾기가 용이하다는 점도 메리트다. 이른바 '원나잇'를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씨에 따르면 게이클럽은 일반클럽보다 원나잇 확률이 높다.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보다 충동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입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도 들을 수 있었다. 동성을 상대로 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게 바로 그것. 성매매는 성판매 남성이 다른 남성들에게 다가가 제안을 하고 해당 남성이 이를 받아들이면 흥정을 통해 가격을 정한 뒤 성행위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김씨에 따르면 성매매 남성의 화대는 여성보다 많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이는 게이들 대부분이 사회 상류층에 포진해 있는데다 결혼이나 자녀부양 등으로부터 자유로워 경제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이다.

취재를 마치고 클럽을 빠져 나온 시간은 새벽 1시30분.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번쩍이는 네온사인에 한낮을 방불케 했다.

거리엔 취객들이 넘쳐났다. 시끄러운 클럽을 빠져 나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부류도 있었고 길모퉁이에 앉아 취기를 잠재우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또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도 있었고 가로등불을 조명 삼아 진한 입맞춤을 나누고 있는 커플도 보였다. 모두 남성들이었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게이들의 천국' 이태원의 밤을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송호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