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단, 금호산업에 6,900억 자금 지원유상증자 참여땐 지분 14% 최대주주자본 잠식도 해소… 경영 정상화 탄력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타운에서 아시아나 항공 창립연도인 1988년에 태어난 용띠 승무원들이 회사 창립 24주년을 기념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아시아나 제공
채권단이 금호산업에 6,9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금호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차원을 넘어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 지배구조도 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지원계획안에서 금호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는 자금은 3,000억원 규모다. 유증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추진한 뒤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공모와 제3자 배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주주의 90%를 차지하는 채권단이 유증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3자배정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 박 회장이 유증에 참여하면 명실상부한 오너의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 금호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로 박 회장이 확보하게 되는 지분은 14%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보였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32.1% 보유하는 등 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에 있기 때문에 금호산업의 지분을 확보하면 금호아시아나항공 그룹 전체 오너십을 행사하는 발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 참여 가격은 채권단이 출자전환하는 가격에 20%를 할증한 수준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부분 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실시할 경우 현시세보다 할인한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금호산업 유증가격이 20% 할증한 것은 박 회장 측이 금호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대신 과거의 경영실패 책임을 다시 한번 지는 성의를 채권단에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호그룹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지분은 전량 채권단의 신규자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된다. 또 오는 2014년까지 매각이 제한되고 채권단이 결의할 때 감자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금호석유화학 측과 계열분리를 추진하고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할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해왔다. 지난해 11월30일 박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화 지분을 매각해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자금도 바로 이 돈이다. 박 회장은 아울러 매각자금 일부를 앞으로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에도 약 1,000억원 이상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원으로 금호산업 자본잠식이 해소되는데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자율협약을 졸업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호석화와의 그룹분리 및 오너십 회복 등 올해 내 지배구조를 둘러싼 리스크가 가라앉으면서 경영정상화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