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CEO가 뛴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대림그룹이 이해욱 체제를 강고히 하고 있다. 올해 초 대림그룹의 핵심인 대림산업의 인사를 살펴본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대림산업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인 'e-편한세상'을 처음 들어본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e-편한세상'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대림산업은 지난해 6조92억원의 매출, 5,8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국내 4대 종합건설사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또한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재계 20위권 그룹인 대림그룹의 후계로 변화의 선두에 서 있는 이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재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맥 화려한 준비된 경영인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3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이해욱 부회장은 경복 초등학교와 중앙중학교,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미국에서 10년간 유학생활을 했다. 이 명예회장이 나온 미국 덴버대학교 경영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응용통계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과 대학원 모두 경영과 수리가 접목된 통계학을 전공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체계적인 경영교육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림산업 여의도 본사
이 부회장은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대림엔지니어링 대리로 입사, 그룹의 양축인 석유화학과 건설 부문을 오가며 과장ㆍ차장ㆍ부장ㆍ상무ㆍ전무를 차례차례 밟아 올라가 16년 만에 그룹의 정점에 올랐다. 기본을 강조하는 이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실무경험을 통해 건설의 기초부터 경영의 영역까지 제대로 수업을 받은 셈이다.

이 부회장은 화려한 재계 인맥을 자랑한다. 3세 CEO의 선두그룹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는 경복고 동창이자 1968년생 동갑내기로 각별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혼맥으로는 LG가와 닿아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 구훤미 여사의 딸 김선혜씨가 이 부회장의 배필이다.

사내 평가도 대만족

이해욱 부회장의 능력에 대한 그룹 내의 평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 부회장이 대림산업 구조조정실에 들어간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으로 당시 대림그룹 또한 모든 사업 부문이 정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부회장은 1999년 한화석유화학과 공동출자를 통해 여천 NCC를, 2000년에는 다국적기업인 바셀사와 합작법인 폴리미래를 세워 석유화학 부문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외환위기 이후 그룹의 재무 리스크를 해결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 부회장의 활약으로 1997년 395%에 달하던 대림산업의 부채비율은 2005년 72%까지 떨어졌다.

대림산업의 히트작 'e-편한세상' 또한 이 부회장의 작품이다.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면이 강한 대림그룹은 원래 일을 벌이기보다는 내실 위주로 경영하는 사풍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내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 도입이라는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 부회장의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대림그룹은 'e-편한세상'의 견고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 친화적인 마케팅을 통해 대중들의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그룹 경영의 중심축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해욱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림산업의 대표이사로도 신규 선임되면서 그룹의 경영 중심축에 우뚝 섰다. 지난해 말 이준용 명예회장의 오른팔인 김종인 부회장이 물러나고 해외 플랜트 분야의 전문가인 김윤 대림산업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된 것도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인사로 읽힌다. 아직 홀로 전면에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이 부회장을 위해 김 부회장과 당분간 공동 경영 체제로 가며 완전히 힘을 실어준다는 내용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지분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32.1%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3세 CEO 중 비교적 지분확보를 충실히 했다고 얘기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삼성에버랜드 25.1% 보유)이나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현대그린푸드 (12.67% 보유)의 지분율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의 1대 주주 또한 이 명예회장으로 61%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이 부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신이 만든 집에 거주

외부의 눈에 띄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이해욱 부회장인지라 취미생활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경복궁 옆에 위치한 대림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미술 애호가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이 부회장은 재즈를 좋아하고 프로급의 드럼 연주실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과 음악 등 문화 예술 분야 전반에 조예가 깊은 셈이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자동차와 바이크 여행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대림자동차의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자연스럽게 취미생활로 연결됐다는 후문이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이 부회장의 자택이 대림산업에서 수주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지은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점이다. 2008년에는 대림산업의 서울 성동구 뚝섬 '한숲 e-편한세상'에 청약해 당첨된 적도 있다는 이 부회장은 '고가의 단독주택이 아닌 자신이 지은 아파트에서 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듣고 있다.

해외수주 통해 훨훨 날까?

경영권 승계 마무리 단계에 와있는 이해욱 부회장에게 올해는 더욱 특별하다. 대표이사로 새롭게 한해를 맞이하는 대림산업의 실적 달성여부가 이 부회장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로 많은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림산업은 지난해 역대 최대의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수주액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며 기염을 토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철저한 원가관리와 프로젝트 관리 능력으로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월등한 원가율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대림산업이 지난 1일 공개한 올해 실적 예상치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지난해의 낮은 원가율을 기반해서 공격적으로 설정했기에 올해 상황과는 괴리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각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대림산업이 제시한 목표치보다 떨어지는 수준으로 올해 매출 및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림산업의 목표치 달성을 위해선 장점인 해외수주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동의 석유화학 플랜트와 아시아 발전 발주 증가가 계획대로만 되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부회장과 해외 플랜트 전문가인 김윤 부회장의 협력경영이 필수다. 대림그룹의 내일을 짊어지게 된 이 부회장을 향한 건설업계의 시선이 뜨겁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