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도덕성 놓고 설왕설래 치열하네

강용석
"안 원장 주식 저가인수로 최대 700억 이득 추정"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발

"BW 행사 가격 1710원은 무상증자·액면분할 따른 것"
법적문제 없다고 공식해명

점입가경이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인수한 안랩(옛 연구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놓고 무소속 의원과 안랩 간의 진실게임이 치열하다. 현재까지는 자신의 블로그, 언론 플레이, 검찰 고발 등을 통한 강 의원의 공격에 안랩 측이 잘 방어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강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MRI 사진 진위 여부를 놓고 벌인 박 시장 측과의 싸움에서 KO패를 당해 기가 꺾인 상태다. 그러나 증시 일각에서는 BW 발행 및 인수의 적법성과는 별개로 안 원장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의원의 고발

의원과 안랩 간의 갑론을박은 강 의원이 지난 10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로 시작됐다. 원장의 배임ㆍ횡령 및 증여세 포탈에 대한 의혹이 담긴 보도자료에서 강 의원은 "안 원장은 주식 저가인수를 통해 인수 당시 최소 400억원에서 최대 700억원의 이득액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안랩 판교 사옥
강 의원은 사흘 뒤인 지난 13일 안 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및 배임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강 의원은 고발장을 통해 "2000년 10월 안 원장은 안랩 BW 186만주를 주당 1,710원에 주식으로 전환했는데, 당시 이 주식의 거래가는 3만~5만원이었다"며 "결국 안 원장은 25분의 1 가격에 주식을 취득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다음날 안랩 측에 배임ㆍ횡령 관련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검찰은 17일 이 사건을 정식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강 의원은 20일 고발인 조사를 받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승리를 자신하며 "(안 원장의) 장인 장모가 미국에 거주 중이라 수사가 본격화되면 도피의 우려가 있다"며 "안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도 신청한다"고 밝혔다.

언론보도, 검찰고발 등 계속되는 의원의 공격에 대해 안랩 측도 정면대응에 나섰다. 원장의 평소 성품대로 강 의원의 무차별 공세에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하고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코스닥시장본부의 조회공시 요구까지 더해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기인 안랩 CFO(최고재무책임자 전무)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BW 헐값 인수혐의에 대한 강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무는 "1999년에 발행한 BW 가격은 주당 5만원으로 당시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받은 주식평가액인 3만1,976원보다 높은 가격이었다"며 "안 원장이 BW 가격을 1,710원으로 행사한 것은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결의된 내용이라 법적 문제도 전혀 없다"며 "강 의원의 고발은 주식 프로세스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BW 발행 후 어떤 일이?

안철수
그렇다면 당시에 어떤 일이 일어났길래 의원이 검찰고발을 불사하고 증시 일각에서는 도덕성 이야기가 흘러나올까?

논쟁의 시발점은 BW가 발행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10월 12일 안랩은 당시 대표였던 원장에게 행사가격 5만원의 BW 25억원 어치를 발행한다. 행사주식 수는 5만주, 행사가능 기간은 발행일로부터 20년이었다.

안 원장에게 BW를 발행한 지 2주일 후인 1999년 10월 27일 안랩은 무상증자를 시행, 주주들에게 보유주식의 192%에 해당하는 주식을 무상으로 나누어준다. 통상 무상증자는 전년도 실적이 좋았거나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전망될 때 이뤄진다.

안랩은 또 4개월 뒤인 2000년 2월 9일 액면분할을 실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10배수로 늘려주었다. 만약 BW 발행 당시 10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1999년의 무상증자로 29주를, 2000년의 액면분할로 290주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대신 안 원장이 가지고 있던 5만원짜리 BW는 1/29인 1,720원으로 가격이 조정된다.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모두 마친 2000년 10월 13일 안 원장은 신주인수권을 행사, 보통주 약 146만주를 취득한다. 최초 발행 시 행사가격은 5만원, 행사주식수는 5만주였으나 무상증자와 액면분할로 인해 행사가격은 1,710원으로 낮아지고 행사주식수는 146만주로 증가했다. 신주인수권 행사 전 안랩 주식 140만주를 보유하고 있던 안 원장은 행사 후 286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22일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사 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의원 직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를 선 언후 인사하고 있다. . 오대근기자
2001년 9월 5일 기업공개(IPO) 당시 안랩의 공모가는 주당 2만3,000원으로 결정되고 안 원장은 막대한 자본차익을 챙겼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정이 법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전한다. BW 계약서에 그렇게 되어 있다면 적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적법성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는 2주일후 192% 무상증자에서 보듯, 회사의 경영 사정을 미리 알고 BW를 발행하는 등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BW 발행 이유 타당한가?

먼저 안랩이 1999년 BW를 발행했을 때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기업이 BW를 발행하는 이유는 자금 확보를 위해서다. 하지만 1999년 말 기준 안랩의 유동자산은 약 72억원으로 유동부채 37억원을 훨씬 웃돌아 별도의 차입이 필요없는 상황이었다. BW 발행 전인 1998년 말을 기준으로 봐도 유동자산(약 27억원)은 유동부채(3억원)를 훨씬 상회했다. 무엇보다도 2주일후 무상증자를 시행할 정도로 기업 실적은 좋았다고 할 수 있다. BW 발행으로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은 유상증자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안랩은 BW 발행 1년 전 이미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시행한 바 있다.

자금문제가 아니라면 대주주이자 대표인 안 원장의 안정적인 지분 확대를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공개 시 대주주 지분이 낮으면 승인되지 않을 수 있고 적대적 M&A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지분은 BW 발행을 통해 39%에서 54.5%로 늘어났다. 그러나 코스닥등록요건에 최대주주가 몇%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기존의 지분율(39%)로도 충분히 경영권 방어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설명이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코스닥 상장 요건에는 대주주 지분의 하한선 항목이 없고 오히려 상한선(70%)은 있었다"며 "39%의 지분이면 기업공개 및 경영권 방어 차원으로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안랩 측은 "자금 확보보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측면이 크다"며 "대주주인 안 원장이 보유한 지분율이 적었다기보다는 2, 3대 주주들의 지분율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안랩 최고재무책임자인 김기인 전무에 따르면 당시 2, 3대 주주들의 지분을 합치면 대주주인 안 원장과 같은 수준이었다. 김 전무는 "경영권 확보가 불투명했던 만큼 안 원장의 지분확대 없이는 기업공개를 하기 쉽지 않았다"며 "임시주주총회에서 BW 발행을 승인한 것도 안 원장의 안정적인 지분확보에 이은 기업공개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일종의 '딜'이었다"고 말했다.

이자율·상환시기 적절한가?

안랩의 1999년 BW 발행과 관련한 또 하나의 쟁점은 이자율 및 상환시기의 적절성이다.

통상적으로 어떤 기업이 BW를 발행하는 까닭은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9년 안랩은 10.5%의 높은 이자율로 BW를 발행했다. 당시 다른 장기차입금 이자율인 6%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상환시기 및 방법에도 묘한 부분이 있다. 안랩이 발행한 BW의 행사 기간은 20년으로 보통 수년 미만인 여타 BW에 비한다면 상당히 긴 편이었다. 이자지급 방법 또한 매년 지급하거나 만기에 지급하는 것이 아닌 이자율로 사채를 할인해서 그 현가로 발행하는 일종의 현금흐름할인법(DCF)방식을 택했다. 간단히 말해 20년 후 25억원어치의 BW에 이자율 10.5%의 복리를 적용하면 현재 3억4,000만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긴 행사기간과 특유의 이자지급 방법으로 결국 안 원장은 25억원 가치의 BW를 3억4,000만원에 받은 것이다.

이 방식은 첫 번째 쟁점인 자금확보 때문에 BW를 발행했다는 내용과도 배치된다. 부담을 감수하고 25억원 어치의 BW를 발행했음에도 확보된 자금은 3억4,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말 자금이 필요해서였다면 굳이 이런 방식을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안랩 관계자는 "20년의 행사기간, 10.5% 수준의 이자율은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수준"이라며 "현재도 상장법인들만 막혀있을 뿐 비상장법인에서는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임시주총 거쳤다고 끝 아니다

1999년 안 원장에게만 3자배정 방식으로 BW가 발행된 것에 대해 안랩은 기자회견을 통해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됐고 외부전문기관의 주식평가액인 주당 3만1,976원보다 비싼 5만원으로 발행했기에 주주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적이 없어 배임ㆍ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안랩은 BW 발행 1년 전인 1998년 12월 19일 산업은행에 1주당 4만5,000원에 유상증자를 했고 일주일 뒤인 12월 19일에는 1주당 5만원에 유상증자를 했던 바 있다. 애초부터 BW 자체가 차입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주주들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5만원 이하에 BW를 3자 배정으로, 그것도 대주주를 대상으로 발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 관계자는 "안랩의 1999년 매출 및 영업 이익이 전년대비 4~5배로 뛴 상태라 1998년의 유상증자액인 5만원을 그대로 가져가는 자체가 무리수"라며 "주당순이익 등을 감안할 때 1999년 BW 대신 유상증자를 하려 했다면 15만원 내외의 가격이 책정됐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같은 분석은 2주일후 192%의 무상증자를 실시한 사실에서도 간접 확인된다.

또한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의결했다고 하더라도 3자배정을 통해 안 원장에게만 BW가 발행된 것이 사실인 이상, BW 발행가격이 주가시세에 대해 현저히 낮았다면 임시주총의결과와 상관없이 회사라는 '법인체 및 타 소액주주 채권자'에 현저한 손실을 끼친 셈이 된다.

비록 발행 당시 행사가격이 5만원이라고 하더라도 1년 후 1,710원이 된 점, 이를 위한 무상증자 및 액면분할의 결정에 당시 대표였던 안 원장이 지대한 역할을 했음을 감안한다면 행사가격 5만원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 법인에 대한 배임ㆍ횡령혐의는 주주들끼리 합의했다고 피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랩 측은 "합당한 절차를 밟았고 주주들도 모두 동의했으며 회사 차원에서도 손해가 없었다"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두 합의한 상태에서 최대주주 본인의 지분율 확보를 위한 것이니 상속, 증여 등 불순한 목적과는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수많은 의혹이 있는 것을 알지만 그 모든 것이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이 내놓은 가설일 뿐"이라며 "객관적인 수치와 적법한 절차를 바탕으로 진행된 과정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발행가격 5만원? 실제는 60만원?

안랩이 1999년 발행한 BW 행사가격이 다시 시장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액수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W 발행가의 기준이 되는 '장외거래가격'이 BW 행사가격 5만원의 몇 배 수준이었다는 내용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BW 발행과 기업공개 전후로 안랩의 주식 장외거래가 발생했는데 당시 가격이 20만원에 달했다. 거래가 드문 장외주식의 경우 앞뒤 몇 달간의 거래실적이 시세가 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안랩이 발행한 BW 행사가격 5만원은 터무니없이 적은 가격이 되는 셈이다.

황 소장은 "1999년 체르노빌 바이러스로 전국 대기업 및 공공기관의 컴퓨터 수십만대가 다운되면서 안랩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수 배로 뛰었다"며 "실적이 좋아짐에 따라 주식의 장외거래가격 또한 1998년 유상증자 가격인 5만원의 몇 배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외거래 일시 및 내역과 관련한 서류를 확보하고 있다"며 "액면분할을 발표하기 직전의 거래 내역도 있어 실제 가격은 20만원의 몇 배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1999년 5만원짜리 BW가 무상증자를 거치며 1만7,105원이 됐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액면분할 직전(무상증자 이후)의 주식가격이 20만원이라면 실제로는 6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는 설명이다.

황 소장의 주장처럼 실제로 당시 장외거래가가 20만원을 호가했다면 안랩 BW 행사가격 5만원은 저가발행이라는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안랩 측은 "(장외거래가 있었다면)우리 쪽에서 확인 못 했을 리가 없는데 장외거래는 절대 없었다"며 "장외거래 내역 등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그것을 제시하면서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 사퇴… 고발은 계속?

원장의 BW 저가발행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의원이 사퇴발표를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인 박주신 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풀이된다.

강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세브란스 병원에서 있었던 재검 과정과 의학적 판단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며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인신공격, 명예훼손이 있었던 점에 대해 당사자와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강 의원은 박 씨가 다른 허리디스크 환자의 MRI 사진을 바꿔치기해 병무청에 제출, 군대를 면제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박 씨는 MRI를 다시 촬영했고 자신의 사진이 맞다는 판정이 나오며 논란은 종결됐다.

그러나 강 의원은 원장에 대한 추가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만 밝혀 두 사람의 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