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제대로 활동하려면 '프라임 브로커' 탄탄해야정부 육성책에 증권사들 앞다퉈 '프라임 브로커' 등록자기자본 규모 3조 이상 기준 갖췄지만 아직 역량 부족

이경하 이사는 KDB대우증권의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총괄한다.
헤지펀드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프라임 브로커가 탄탄해야 한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의 증권 거래와 결제 업무를 대신하고 주식 대차 업무도 해결해준다. 미국 금융계 핵심인 월스트리트를 주름잡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등이 프라임 브로커 노릇을 한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성공하려면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프라임 브로커로 나선 업체는 KDB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잠재적인 투자은행은 KDB대우증권 등은 아직 프라임 브로커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헤지펀드 관리자들은 증권시장 거래가 끝나면 주문표를 붙들고 씨름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문과 결제 내용이 맞는지 주식 대차에 오류는 없는지 확인하느라 바쁘다.

정부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육성하고 싶어서 한국형 헤지펀드 육성에 나섰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해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려던 계획은 2008년 월가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은행이 필요한 헤지펀드 시장을 만들면 프라임 브러커가 자생할 거라는 차선책이 마련됐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등장하자 증권사는 앞다퉈 프라임 브로커 등록을 마쳤다. 자기 자본 규모 3조원 이상이라는 기준을 갖췄지만 아직 프라임 브로커로 활동하기엔 서비스 역량이 부족하다. 헤지펀드 관리자가 증권 시장 변화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자금을 운영하려면 프라임 브로커가 주문부터 결제와 청산까지 완벽하게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골드만삭스와 MOU를 체결한 KDB대우증권은 2009년 3월부터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시작했다. 프라임 브로커로 2년 동안 경험을 쌓았지만 아직 실시간으로 서비스하기엔 역부족이다. KBD대우증권 이경하 이사는 일단 홍콩, 싱가포르 시장에 투자하려는 한국 헤지펀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헤지펀드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증권은 경쟁사와 비교할 때 뒤처진 상태다.경쟁사가 유상증가를 마치고 금융위원회에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현대증권만은 유상증자도 늦었고 적격 판정도 늦게 받았다. 결국 헤지펀드 12개와 서비스 체결을 맺지 못한 현대증권은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개점 휴업 상태인 현대증권은 향후 헤지펀드 관리를 맡고자 자산운용사와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춘코리아와 인터뷰한 프라임 브로커 관계자는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헤지펀드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으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헤지펀드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원한다. 인간적 교류도 중요하기 때문에 펀드 매니저의 성향을 알고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도 경쟁력이다. 그래서 양쪽 모두 한 번 손발을 맞추면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헤지펀드통으로 불리는 김년재 부서장에게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맡겨 동양 마이 에이스 안정형 1호, 우리 헤리티지 롱숏 1호를 위해 일하고 있다.우리투자증권은 전략실에서 근무했던 목태균 팀장이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외국에서 프라임 브로커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인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목태균 팀장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프라임 브로커들 사이에도 순위가 정해질 거다"고 예상했다. 누군가는 골드만삭스가 되고 누군가는 베어스턴스가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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