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저녁 시간대 지하철에서 범행 ‘혀 내둘러’

지하철에서 남녀 청소년이 애정 행각을 벌이면 여러분의 반응은 어떤가?

혀를 차며"세상이 어떻게 되려고…"란 말을 내뱉는 중장년층이 많다. 혀만 찰게 아니라,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단순 성추행이 성폭행으로 발전한다.

승객들로 붐비는 지하철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한 것도 모자라 성폭행하려고 했던 10대 청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한모(13)양은 경찰 조사에서 '한 여자 승객과 겨우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저으며 눈빛으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그러나 승객이 고개를 돌려버렸다'고 진술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지하철 안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하고 지하철역 장애인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했던 장모(18)군을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대한 법률'상 강제 추행 혐의로 구속했다. 장군은 지하철에서 성추행하다 입건된 전력이 있다. 그의 지하철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던 셈이다.

충격적인 지하철 성추행 사건은 지난 16일 지하철 7호선 면목역에서 벌어졌다. 학원에 가려고 지하철을 기다리던 피해자 한양은 전동차에 타자마자 사람들에 의해 반대편 문 쪽으로 밀렸다. 이때 "조용히 하고 가만히 있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키가 184㎝일 정도로 건장한 체격의 사람이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감싼 채 협박했다. 겁에 질린 한양은 가해자 장군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장군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손을 한양의 바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마치 연인인 것처럼.

당시 지하철 안에는 승객이 많았다. 그러나 겁에 질린 한양은 감히 도와달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한양과 눈이 마주쳤던 여성 승객이 고개를 돌리자 한양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참담했다. 청소년 사이의 애정행각으로 보여질 수 있었던 성추행은 열차가 뚝섬유원지역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뚝섬유원지역에서 장군에 의해 강제로 내린 한양은 공포 속에서 1층 남자장애인 화장실로 끌려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모습을 보고 혀를 찬 시민이 있었다. 장군이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려고 할 때 역무원 두 명이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남녀 청소년이 화장실에 함께 들어가자 그 시민이 재빨리 역무원에게 신고한 덕분이었다.

한양과 장군이 화장실에서 같이 나오자 이들을 연인 사이로 오해한 역무원은 그냥 사무실로 돌아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양은 또다시 공포에 시달렸고, 욕정에 이성을 잃은 장군은 한양을 2층 승강장으로 끌고가 커피자판기와 물품보관소 사이 틈으로 밀어 넣었다. 사람이 왕래하는 곳이었지만 장군은 피해자 옷 속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을 계속했다.

나중에 신고를 받은 경찰은 면목역과 뚝섬유원지역에 설치된 폐쇄회로 TV를 분석한 끝에 가해자인 장군을 검거했다. 경찰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장군이 예전에도 어린 여학생을 상대로 지하철에서 성추행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동기를 묻자 가해자인 장군은 너무 오랫동안 성관계를 못했다고 진술했다.

가해자 부모는 장군이 중학생 시절 1년 6개월 동안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고 진술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대담하게 또래 여학생을 성추행했을 뿐만 아니라 동종 범죄를 저지른 전력도 있어 죄질이 나쁘다"며 구속 이유를 밝혔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