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마트 '檢風'에 휘청횡령·탈세 등 밝혀지면 기업가치 하락 불가피… 인수 후보자들도 관망"선 회장 거취 정리되면 경영권 리스크 해소" 장기적으론 호재 전망

지난해 11월 서울 대치동 본사 앞에서 하이마트의 전국 지점장 300여 명이 선종구 유진그룹 회장 교체 시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로부터 3달이 지난 지금 하이마트는 선 회장의 횡령 사건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유진기업이 하이마트 폭탄에 휘청거리고 있다.

우량매물로 평가되던 하이마트가 선종구 회장을 비롯한 하이마트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로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은 물론 매각일정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 한편 하이마트 인수 후보군은 기업가치 훼손에 따른 매각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유진기업과 H&Q 등 주주들과 하이마트의 매각 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달 27일 회의를 통해 하이마트 매각을 공식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매각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검찰 조사와 관련해 본 매각일정의 일부 조정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해 상호 이를 양해하고 당초 계획했던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포함한 매각일정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도 "매각 일정에 변함이 없다"던 유진 측이 검찰 수사라는 상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태도를 180도 바꾼 셈이다. 이로써 오는 3월2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시작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마트 매각작업은 지난주 말 검찰 수사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들어서게 됐다. 검찰은 이날 하이마트의 양모 재무본부장 등 자금담당 실무자 3~4명을 소환, 선 회장이 계열사와 관계사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하미아트 관계사 한 곳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횡령이나 탈세 등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하이마트의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이는 매각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하이마트가 주식시장에 계속 상장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코스피 상장 규정에 따르면 대규모 법인은 자기자본 2.5% 이상의 횡령에 대해서는 혐의 발생단계부터 공시해야 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상장폐지가 된다면 기업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욕이 넘쳤던 인수 후보군도 자연스럽게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은 일단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 봐야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포기'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가전 전문점 시장 1위인 하이마트라는 대물을 선 회장 개인 비위 문제로 포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매각을 추진할 때보다 하이마트의 가치가 다소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좀 더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인수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것도 아니고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하이마트 기업 가치 변화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와 홈플러스 측은 좀 더 신중한 모습이다. 신세계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존 인수 입장에 아직 변화는 없다"면서도 "하이마트 인수가 당장 처리할 급한 사항이 아닌 만큼 검찰 수사 상황을 봐가면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이마트에 불어닥친 검풍(檢風)이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찰 수사로 인해 선 회장의 거취가 정리되면 하이마트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선 회장의 경영권 리스크가 한번에 해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