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료기관에서 저주파 치료기로 시술하는 모습. 사진은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음.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다.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옷을 벗어 던져야 하는 여성으로서는 다이어트를 한번쯤 생각해볼 터인데, 다이어트 업계에도 가짜가 판을 치니 조심해야 한다. 특히 다이어트중인 여성이라면 현재 하고 있는 것도, 광고를 많이 하는 유명 다이어트 업체도, 나아가서는 약사와 한약사도 세심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살을 빼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섣불리 넘어갔다간 돈도 날리고, 건강도 해칠 가능성이 있다.

불법 개조된 의료기기로 체중을 빼주겠다고 속여 무려 45억원을 챙긴 유명 다이어트 업체 대표가 불구속 입건됐다. 돈을 벌 욕심에 비만 치료제를 다이어트 식품에 섞은 약사는 구속됐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한약을 불법 제조한 일당은 검거됐다.

저주파 자극기 불법 시술

근육통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체중 감량에 탁월한 것처럼 속여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유명 다이어트 업체 A(41) 대표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A 대표와 불법 개조한 의료기기(저주파 자극기)를 제작한 B(43)씨, 그리고 판매한 C(38)씨 등을 붙잡아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저주파 자극기는 근육통을 줄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료기기로 다이어트에 직접적인 효과는 없다. 저주파 자극기를 잘못 사용하면 근육과 인대 조직이 손상될 위험이 있고,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부정맥이 생길 수도 있다. 살을 빼려다 골병이 들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저주파 자극기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의사 처방이 필요하고 의사의 지도ㆍ감독 아래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의 다이어트 업체는 저주파 자극기를 신체 특정 부위에 대면 뭉친 지방을 파괴하고 가슴과 엉덩이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선전했다. A 대표는 고객들에게 "저주파 자극기로 특정 부위(복부, 허벅지)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주면 뭉친 지방을 분해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크기와 모양만 다른 기계를 배에 대면 살이 빠지고, 가슴에 대면 봉긋 솟을 리가 없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 길이 없는 고객 1,900여명은 월 130만원 또는 연 600만원을 내놓았다. A 대표가 전국 21개 직영점에서 무면허 의료 행위로 받은 돈은 총 45억원이었다.

함께 입건된 B씨는 저주파 자극기(ITC-4000)를 식약청 허가 없이 외관과 크기를 개조한 다음 유명 다이어트 업체의 로고를 새겼다. B씨는 크기와 모양만 다른 유사품을 만들어 80만원대에 C씨에게 넘겼고, C씨는 업체에 200만원을 받고 팔았다. 이런 식으로 유통된 저주파 자극기 3종은 ▲셀룰라이트를 파괴하고 ▲엉덩이와 가슴을 올려주고 ▲림프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비장의 무기로 선전됐다. B 대표는 세 가지 종류의 저주파 자극기를 마치 신체 부위마다 효과가 다르게 특수 제작된 것처럼 다이어트 업체 고객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지약품 다이어트 특효?

약사 박모(66)씨는 비만 치료제 시부트라민을 감잎 분말 등과 섞어 다이어트 식품 미인단, 감비단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지난 4일 구속ㆍ기소됐다. 식욕 억제제로 널리 사용됐던 시부트라민은 심장발작, 뇌졸중 등 부작용이 크고 두통, 혈압 상승, 불면증,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2010년 10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사용 제한을 받은 약물이다.

그러나 미인단 등은 2007년부터 인터넷 쇼핑몰과 피부 관리실, 화장품 판매점을 통해 2억원어치(470㎏)가 팔렸다. "살이 잘 빠진다"는 유혹에 넘어간 소비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했다. 한 사용자가 "식도가 늘어 붙은 것 같다"고 부작용을 호소하자 박씨는 기관지 상태가 나쁘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미인단과 감비단 등을 구매한 소비자는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해당 지자체와 식약청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둔갑한 금지약품은 인터넷 허위 광고를 의심한 식약청 부산지청에 의해 적발됐다. 식약청은 미인당 등을 거둬 성분을 조사한 결과 금지약품이 포함됐다는 결과가 나오자 공장을 덮쳐 박씨 등을 검거했다. 부산지검은 박씨를 구속ㆍ기소했지만 인터넷에서 판매한 혐의로 입건된 이모(30)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미인단 등이 불법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방 다이어트도 요지경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한방 다이어트도 조심해야 한다. 한의사가 만든 진짜가 아니라 가짜가 판치기 때문이다. 한의사가 아닌 무면허 업자 나모(46)씨 등이 서울 강남에 한약국을 차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한약을 판매하다 지난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전화로만 주문을 받았는데 한약사를 고용해 영업을 해왔다.

한의사가 아닌 무면허 업자가 파는 가짜 한약은 구토와 소화 불량을 일으켰다. 이들이 판매한 다이어트 한약에는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마황이 지나치게 많았다. 마황에 포함된 에페드린 성분은 진해거담과 발한 효과가 있는데, 독성이 있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하루 권장량을 150㎎으로 정했다. 하지만 업자들은 마황을 600㎎ 이상 사용한 적도 있다고 한다. 유명 다이어트 업체와 약사 말을 믿고 다이어트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이 살을 빼는 데는 최고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