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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으면 로또" 증시 투기화 '독버섯'

● 한탕주의 판치는 테마주
대선 앞두고 특정인 관련주 온갖 소문에 급등락 반복… SNS등이 루머 확대 재생산
대주주 모럴 해저드까지 중소형주 대선까지 이어질듯
#1. 지난달 중순 인터넷 메신저에 부산 가덕도 주변으로 점들이 찍힌 지도가 쫙 뿌려졌다. 상장업체 6곳이 공장이나 토지를 둔 자리였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동남아 신공항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한다는 소식에 해당 업체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조선기자재업체 동방선기는 1,800원대 안팎으로 움직이던 주가가 7,11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동방선기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줄었다.

#2. 지난달 말 검찰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 남성이 찍은 사진을 조작해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30대 남성을 기소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6월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대현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문 이사장과 나란히 사진을 찍은 사람이 이 회사의 대표라는 허위정보를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 올렸다. 1,200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4,220원까지 치솟았고 결국 거짓임이 밝혀지며 1,600원대로 고꾸라졌다.

돈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테마주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경제불황으로 한탕주의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증시로 흘러 들어가면서 온갖 소문에 쏠리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인터넷 카페와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통로들이 각종 루머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해내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테마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CNK 주가조작 파문이었다. 지난 2010년 외교부 공무원과 기업체 대표가 다이아몬드 추정매장량을 부풀려 회사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챙겼다는 게 알려지면서 테마주는 잘만 잡으면 로또에 당첨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 개미투자자 사이에 공공연히 퍼지게 됐다. 특히 지난해 말과 올 초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정치인과 관련된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는 아가방컴퍼니의 경우 주당 1만원 안팎이었던 주가가 지난해 말 2배가량 치솟았다가 최근 1만4,000원대로 다시 내려왔고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제약도 주당 400~50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달 3,440원까지 급등했다가 현재 2,200원대를 기록 중이다. '안철수 테마주'인 안철수연구소는 1월 주당 16만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10만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테마주 열풍은 최근 금융 당국의 강력한 경고로 다소 잦아든 모습이다. 하지만 증시 주변을 맴도는 여유자금들은 여전히 테마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앞서 예를 든 가덕도 신공항 관련주 역시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반응하는 개미투자자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증권 업계는 이처럼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한 테마주 선동이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쏠림 현상이 결국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점에서 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빈부차이가 커진 상태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수익률 따먹기 게임에만 몰두하고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주가급등을 틈타 시세차익을 노리고 지분을 매도하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까지 나타나고 있는 터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금융 당국도 이러한 이유로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 초 테마주에 편승한 시세조정 및 루머와 관련된 부정거래를 전담하는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신설했다.

본래 한국거래소를 거쳐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던 절차를 생략하고 금감원이 직접 매매분석을 통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속도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금감원은 한시적으로 운영하려던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상설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과 거래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합동 루머단속반을 통해 허위소문을 만들고 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악성루머를 이용한 위법행위가 반복될 경우 심의과정을 생략하고 증권선물위원장의 결정으로 혐의자를 검찰에 바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테마주 뒷북 단속 이유 있었네
혐의 포착부터 검찰 넘기기까지 최소 7개월… 권한 제약에 인력도 부족

주식시장에 각종 테마주가 신출귀몰하고 있는데도 정작 이를 단속해야 할 감독 당국은 뒷북단속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뒷북단속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조사권한에 제약이 많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시장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과정을 보면 크게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검찰 등 3단계를 거친다. 가장 먼저 한국거래소에서는 2개 부서가 불공정거래 조사업무를 맡고 있다.

시장감시부가 일일 단위로 매매데이터를 살펴 문제점을 발견해내면 심리부가 이를 토대로 계좌를 확인해서 문제가 있는 거래를 금융감독원에 넘긴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 2개월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으로 들어온 사건은 차례를 기다리는 데만 3개월이 걸린다. 기존에 들어왔던 사건들이 쌓여 있다 보니 순서가 밀리는 것이다. 차례가 돌아오면 평균 3개월, 대형 사건의 경우 1년까지 조사가 이뤄진다. 현재 금감원에서 조사에 투입되는 인력은 50여명. 1년에 1인당 평균 3.8건의 조사를 진행해 150~160건을 소화하고 있다.

금감원에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한 결과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하고 증선위는 불공정거래인지를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과징금을 부여한다.

결국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된 시점부터 검찰로 넘어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7개월, 길면 1년을 훌쩍 넘기게 된다. 검찰 내에서 기소까지 걸리는 시간을 더하면 '작전'이 벌어진 시점부터 처벌 시점까지는 훨씬 더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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