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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천루 프로젝트… '제2의 바벨탑 되나'

● 초고층 빌딩 건설 '마천루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금융위기 이전 장밋빛 전망속 랜드마크 빌딩 건설 프로젝트
곳곳에서 진행 한창 공사중
글로벌 경제 위기론 우려에 '마천루의 저주' 목소리 높아
  • 올해 완공 예정인 서울 여의도의 서울국제금융센터.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높은 입주 희망률을 보이고 있다.
초고층 빌딩이 경기침체를 가져온다는 '마천루의 저주'가 서울에도 내릴까?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캐피털이 1월에 아시아 마천루 건설 붐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마천루 건설에 경제 자원이 집중될 경우 경기 위기가 뒤따른 사례가 많았음을 경고했다. 포춘코리아는 3월호에 <서울 마천루 프로젝트 제2의 바벨탑 되나>란 제목의 특집을 마련,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제기했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ㆍ381m)이 완공된 1930년 미국에는 대공황이 불어 닥쳤다.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시카고 시어스타워가 건립된 직후인 1970년대에는 오일 쇼크가 발생했고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는 2004년 호황 속에서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828m)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공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11월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했다.

중국은 2017년까지 초고층 빌딩 141개를 건설할 예정이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중인 초고층 건물 공사의 약 53%에 해당하는 수치. 바클레이스캐피털 보고서는 "현재 세계 최대 마천루 건설국인 중국의 자본 배분이 잘못되어 있다. 경제 조정이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사정이 어떨까?

한국에서 추진중인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모두 9채. 서울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서울숲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용산 트리플 원, 상암동 DMC 랜드마크 타워, 송도 인천타워, 부산 롯데타운, 롯데월드타워, 해운대관광리조트, 솔로몬타워 월드비즈니스 센터 등이다. 시행사들은 저마다 국내 최고층이란 명예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국내 최고층 빌딩은 인천 송도에 있는 동북아트레이드타워(68층ㆍ305m)다.

  • 서울 도심의 빌딩 숲. 지난해 많은 신규 빌딩이 들어서며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높아졌다. 이종철기자 bellee@hk.co.kr
사업비로 3조원 이상 투자되는 롯데슈퍼타워는 123층, 555m 높이를 목표로 2010년부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뚝섬에 지을 예정인 110층, 540m 높이의 서울숲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올해 착공해 2015년 완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나머지 초고층 빌딩은 우여곡절이 많다. 인천타워의 목표 높이는 151층, 610m로 국내에선 첫 번째, 세계에선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인천시가 송도랜드마크시티 개발사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탓에 인천타워 건축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상암동에 건립될 상암 랜드마크타워(133층ㆍ640m)도 국내 최고층을 노렸지만 시행사인 서울라이트주식회사가 경기 침체와 자금 조달 문제로 서울시에 사업계획변경을 요청한 상태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내 트리플원은 높이 665m, 150층 높이로 지을 예정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높이 620m, 111층으로 축소됐다. 건물명도 111층을 뜻하는 트리플원으로 바꿨다.

잦은 설계 변경과 축소, 그리고 경기 침체는 마천루의 저주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초고층 빌딩이 모두 지어지면 부동산 업계는 오피스 공실률이란 문제를 만나게 된다.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

최근 서울에 공급된 사무실 물량은 꽤 많다. 그렇지만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공실률을 살펴보면 2010년보다 약간 떨어졌다. 금융 위기 이후 높아졌던 공실률이 하향세로 돌아섰다. 세빌스는 연면적 1만㎡ 이상 되는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연초 9.8%에서 연말 7.5%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신규 공급량이 많았음지만 수요가 공급보다 많았다.

포춘코리아와 인터뷰한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 홍지은 마케팅 팀장은 "거의 10년 새 최대 규모로 수요가 늘었다 . 사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동안 사태를 관망하던 대기업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에는 신규 수요 외에도 사무실 확장 수가 상당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공실률 하락은 오피스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업계는 공실률 하락이 지속되기란 어렵다고 전망한다. 세빌스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올해 오피스 공급이 60% 줄고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사무실 수요와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난해 연말 기준 도심권 공실률은 13.7%였다. 도심권에는 대기업이 입주하는 사례가 많아 거시 경제에 따라 공실률이 영향을 받는다. 유럽발 재정 위기가 수요를 위축시킨 셈이다. 게다가 신규 공급이 많았다는 사실도 공실률이 높아지는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강남권 공실률은 0.7%에 불과했다. 수요가 꾸준한데 공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남권에는 정보통신(IT) 기업과 외국계 기업 입주가 많다. 지난해 IT 업계 경기가 좋았다는 사실도 강남권 오피스 시장에 큰 도움이었다. 이런 이유로 누리텔레콤, 게임빌 등 10여 개 IT업체가 지난해 강남권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포춘코리아는 여의도 공실률이 도심권과 강남권의 중간쯤 되는 5.6%였다고 보도했다. 국제금융센터 오피스1이 지난해 연말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주변 공시률이나 임대료에 큰영향이 없었다. IFC 임대 관리를 대행한 세빌스 코리아는 "IFC 오피스1에 입주한 기업 대부분은 원래 여의도 권역에 있었던 기업이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공실률에 변화가 없다는 건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여의도에는 2007년 이후 오피스 빌딩 공급이 없었기에 IFC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수요가 있었다.

그러나 여의도 공실률이 꽤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빌딩임대업체 교보리얼코는 여의도권 프라임급 오피스가 2011년 1분기까지 2%대 미만의 낮은 공실률을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4분기에는 7.48%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IFC가 준공되면서 공실률이 높아졌지만 집계기관마다 빌딩 등급 기준이 달라 공실률이 들쭉날쭉하다고 설명했다.

오피스 시장 '불투명'

포춘코리아는 오피스 공급 과잉은 한동인 지속 될 거라고 예상했다. 올해부터 2015년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새롭게 공급되는 오피스빌딩은 550만 ㎡ 이상이다. 서울시 연평균 공급량이 60만㎡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공급 초과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급은 대폭 늘지만 수요는 한정적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 김동혁 리서치 팀장은 "경기가 오피스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당분간 성장 모멘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서울 곳곳에 지어질 마천루들은 완공과 동시에 임차인 확보에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롯데슈퍼타워는 오래 전부터 롯데그룹 차원에서 계획되고 추진되어온 프로젝트. 따라서 롯데 계열사가 사무실을 소화하는 방법으로 공실률을 낮출 수 있다. 롯데슈퍼타워는 공실률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롯데그룹 계열사가 사용하는 오피스 빌딩 주위는 임대료가 대폭 하락할 수 있다. 롯데슈퍼타워가 강남권에서 꽤 떨어져 있어 강남권 오피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권 개발 새업에 뛰어든 업체도 걱정이 많다. CBRE는 용산권을 아예 별도 구역으로 편성해 YIBD(Yongsan International Business District)라는 이름을 붙였다. 용산권은 코레일이 트리플 원을 선 매입해 일단 자금 부담은 없다. 하지만 규모가 엄청난 터라 임차인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랜드마크도 임차인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도심 부권역으로 분류되는 DMC 지역에 얼마나 많은 입주자가 몰릴지 알 수 없는 상황. 서울숲 비즈니스센터는 롯데슈퍼타워처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춘코리아는 초고층 빌딩 공사가 끝나면 임대료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 공급 원리에 따라 사무실 공급이 대폭 늘면 임대료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CBRE 김동혁 리서치 팀장은 "초고층 빌딩과 초호화 빌딩은 공사비가 일반 건물에 비해 1.5~2배가량 더 든다. 건축비를 감당하고자 임대료를 낮추지 않고 더 올릴 수 있다. 입주 기업으로선 부담스럽지만 높은 임대료를 무릅쓰는 기업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초고층 빌딩 프리미엄을 강조한 김 팀장은 "랜드마크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선 주변 시선이 달라진다. 재무 능력이 탄탄하지 않고선 입주가 불가능하다. 최고 기업이란 아우라가 자연스럽게 깔린다"고 설명했다.

홍콩에선 2003년 초고층 오피스빌딩 One IFC와 Two IFC(88층ㆍ420m)가 완공되자 그 주변사무실 임대료도 덩달아 올랐다. 초고층 빌딩이 오히려 주변 사무실 임대료를 높이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초고층 빌딩에 입주한 기업 관계사가 인근으로 몰려들면 오피스 수요가 늘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임대료도 높아진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강남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가 생기자 그 주변 사무실 임대료가 10~20% 정도 올랐다.

그러나 초고층 건물주가 안심하기엔 이르다. 강남파이낸스센터는 활황기에 건축과 분양이 끝났다. 초고층빌딩 건축이 완료되는 2015년에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CBRE 김동혁 리서치 팀장은 "단기적으로 공실률 상승, 임대료 하락 같은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것들이 모두 개선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 중소형 빌딩은 상황이 나쁘다. 특히 강남권은 양극화가 눈에 띈다. 큰 길가에 있는 빌딩은 공실률이 0%에 가깝지만 이면 도로에 있는 중소형 빌딩은 텅텅 비어 있는 상태. 강남권 프라임급 빌딩 공실률은 0.17%(교보리얼코 기준)로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낮다. 그러나 중소형 C급(연면적 16,5000㎡ 이하) 빌딩 평균 공실률은 6%대에 이른다.

교보리얼코 리서치팀 김소진 연구원은 "강남에선 빌딩 규모에 따라 온도 차가 크게 나타난다. 이와 달리 도심에선 프라임급 빌딩 신규 공급이 넘쳐나면서 오히려 프라임급 공실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초고층 빌딩 건축이 마천루의 저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서울 마천루 프로젝트가 제2의 바벨탑이 될 지는 결국 경기 회복 속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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