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새 OS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갤럭시2를 대상으로 13일 배포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이하 OS)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ice cream sandwich: 이하 ICS) 업그레이드를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업그레이드는 LG전자, 팬택 등 국내 경쟁사들에 비해서는 빠른 편이지만 그래도 구글이 ICS를 공개한 지 무려 10개월 만이다. LG전자와 팬택은 아예 2분기 말~3분기 초를 업그레이드 일시로 잡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3사 모두 출시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모델들에 대한 업그레이드 지원을 포기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얼굴자동 인식해 잠금 해제

새롭게 업그레이드되는 ICS는 멀티태스킹 성능의 강화, 인터넷 속도의 증가 등을 통해 전반적으로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게 만든 구글의 야심작이다. 근거리무선통신으로 웹페이지나 동영상, 앱스토어 링크 등을 바로 공유할 수 있고 사용자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업그레이드해왔던 안드로이드 OS 버전이 2.1(이클레어), 2.2(프로요), 2.3(진저브레드)이었던데 반해 이번 ICS는 4.0버전으로 아예 숫자의 단위가 바뀌었다. 그만큼 전체적으로 크게 판올림 됐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2.1부터 2.3까지는 성능향상만 있었을 뿐 전체적인 사용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 4.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아이콘이나 작업관리자 창 등이 변하면서 아예 새로운 스마트폰을 쓰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이미지.
국내 스마트폰 제조3사 중 ICS 업그레이드를 가장 빨리 진행한 것은 삼성전자다. 구글과 합작, ICS 레퍼런스폰인 갤럭시 넥서스를 출시하면서 경쟁 제조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한국을 포함해 폴란드, 헝가리, 스웨덴 등에서 갤럭시S2의 ICS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갤럭시S2를 비롯해 갤럭시 노트, 갤럭시2 LTE, 갤럭시탭 8.9/10.1에 대한 ICS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르면 올해 2분기 중 ICS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옵티머스 LTE, 프라다폰 3.0, 옵티머스 2X를 2분기 내에 옵티머스 빅, 옵티머스 블랙, 옵티머스 3D, 옵티머스 Q2, 옵티머스 EX는 3분기 중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팬택은 첫 밀리언셀러 스마트폰인 베가 레이서를 이르면 6월 ICS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업그레이드 대상 모델은 지난해 6월 출시해 처음으로 150만대 이상 팔린 베가 레이서를 비롯해 베가 LTE, 베가 LTE M, 베가 LTE EX 등 LTE 시리즈와 5인치 스마트폰인 베가 넘버5다. 팬택 관계자는 "베가 시리즈를 중심으로 6월부터 순차적으로 OS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2010년 말 출시한 베가X와 지난해 2월 출시한 베가S, 베가X+ 등 다른 베가 시리즈에 대한 업그레이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가레이서 이후 모델만 해당

문제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3사 모두 구형 단말기에 대한 ICS 업그레이드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출시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단말기임에도 업그레이드를 받지 못하게 되며 해당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2010년 6월 출시된 갤럭시S를 비롯해 같은 해 11월 출시된 갤럭시탭, 지난해 1월 출시된 갤럭시S호핀이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제외됐다. LG전자의 경우 2010년 6월 출시된 옵티머스Q나 같은 해 8월, 10월, 11월, 12월 출시된 옵티머스Z, 옵티머스원, 옵티머스 마하, 옵티머스 시크 모두가 업그레이드에서 빠졌다.

팬택은 베가 레이서 이후에 출시된 최신 스마트폰들 이외에는 아예 구체적인 ICS 업그레이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나마 검토 중이라고 밝힌 단말기들 또한 베가 시리즈뿐이다. 2010년 5월에 출시된 시리우스와 같은 해 7월, 10월에 출시된 이자르, 미라크 등의 업그레이드는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다.

스마트폰이 나오자마자 구매하는 이용자들이 극소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갤럭시탭, 갤럭시S호핀, 옵티머스 마하와 옵티머스 시크, 미라크 등의 이용자들 상당수는 구입한지 1년도 채 못된 상태임에도 업그레이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현재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 대다수가 2년의 약정기간을 갖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후지원이라는 소비자의 권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고도 해석된다.

처음부터 기능이 한정돼 있는 피처폰과는 달리 스마트폰은 새로운 OS를 설치하면 아예 다른 기기가 된다. 스마트폰의 경쟁력에 단순히 단말기 성능이나 가격만이 아닌 OS의 업그레이드 지원 여부가 포함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스마트폰의 ICS 업그레이드를 받지 못하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매년 다양한 기종 출시 한계

이용자들의 불만에 대해 스마트폰 제조3사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제조자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안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하드웨어 사양이 필수"라며 "구형 단말기에 새로운 OS를 억지로 끼워 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슷한 사양을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임에도 어떤 단말기는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는 것에 반해 다른 단말기는 제외돼 이용자들의 의혹을 샀다. 인터넷 이용자 모임에서는 구형 스마트폰에도 ICS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시연 동영상까지 속속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기기 사양과 이동통신사 서비스에 맞춰 기기별로 오랜 작업시간이 필요하다"며 "구글의 빠른 업그레이드로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가장 빠른 OS 업그레이드를 선보이는 삼성조차 매번 그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안드로이드 OS 2.1버전에서 2.2버전으로 넘어갈 때는 4개월이었던 OS출시 이후 기기에 탑재되기까지의 시간이 2.3버전에서는 5개월로 늘어났고 이번에는 아예 10개월로 크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매년 출시하는 단말기 종류가 많은 것을 ICS 업그레이드 지원 소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 년에 한 종류씩밖에 출시하지 않는 애플에 비해 국내 제조사들은 매년 출시하는 단말기 종류가 많다 보니 각각의 업그레이드를 챙기기 어렵고 결국 제품 사양보다는 출시 시기에 따라 업그레이드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지적이다. 제조3사 중 그나마 적은 수의 스마트폰을 선보인 삼성전자의 업그레이드가 가장 빠르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LG전자가 매번 OS 업그레이드가 늦는 것 또한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