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싸우고 싶은 사람, 돈 걸고 싶은 사람 모집중." 인터넷 카페에서 댓글로 욕설을 주고 받았던 중학교 3학년 두 명은 지난달 4일 경기 부천 송정공원에서 만났다. 충남 계룡에 사는 박모(15)군과 인천에서 사는 최모(15)군은 눈밭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니킥, 그렇지!" 싸움을 주선한 백모(18)군은 동영상을 찍으며 "항복해"를 외쳤다.

#사례 2, 대구 모 초등학교에서 학교짱과 반짱으로 통하는 윤모(12)군과 마모(12)군은 친구인 김모(12)군 등을 모았다. 종합격투기 UFC 경기에서 본대로 목을 붙잡아 넘어트리고 상대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윤군과 마군은 김군이 또래 친구들과 싸울 수 있도록 싸움을 주선하기도 했다.

#사례 3, 인터넷 카페 '찐따 빵셔틀 탈출구' 일명 찐ㆍ빵ㆍ탈은 싸우는 기술과 함께 술과 담배를 사는 방법과 금품을 갈취하는 방법까지 공유했다. 한 초등학생은 인터넷 카페에서 싸움 기술을 배운 뒤 학교 주변과 길거리에서 또래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퍼부었다. 이 학생에게 맞은 친구는 흉기를 꺼내기도 했다.

인터넷 카페 '찐따 빵셔틀 탈출구' 등은 이른바 맞짱 카페다. 찐따는 '진짜 왕따'를 소리가 나는 대로 줄인 말이고, 빵셔틀은 힘센 학생 강요로 빵을 사다 주는 약한 학생을 뜻하는 은어다. 찐따 빵셔틀 탈출구 운영자인 백군은 "맞기 싫은 놈, 싸움 잘하고 싶은 놈, 모두 환영이다"면서 "빵셔틀 찌질이 찐따는 내게로 오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백군은 공지문에 "돈을 걸고 싸워도 된다"며 싸움을 부추겨 충격을 줬다.

이처럼 학교 폭력을 조장하는 맞짱 카페들이 경찰의 철퇴를 맞았다.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4일 맞짱 카페 7개를 폐쇄하고 싸움을 주선한 백군과 직접 싸운 박군, 최군 등 8명을 입건했다.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적발된 카페 '찐짜 빵셔틀 탈출구' 'FIGHT클럽' '길거리 싸움' 등은 싸움이야 말로 실전에 도움이 된다며 길거리 싸움을 주선해와 충격을 안겨줬다.

이들 맞짱 카페에 가입된 회원은 총 2,483명. 이 가운데 중고생은 1,625명(65%)이었고, 초등학생은 175명(7%)이었다. 부모 이름으로 가입한 청소년도 있어 전체 회원 가운데 72%(1,800명) 이상이 청소년이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경찰측의 요청에 따라 이번에 적발된 카페 회원을 강제로 탈퇴하게 했다.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싸움과 맞짱 등의 단어로 검색하면 관련 카페가 무려 5,969개나 나온다고 한다.

맞짱 카페에선 박군과 최군처럼 만나서 싸우는 행동을 '현피'라고 불렀다. 현실의 앞글자와 PK(player kill)의 앞글자를 딴 합성어로, 인터넷 상에서 다투다 실제 만나서 싸우는 행동을 뜻한다.

'찐따 빵셔틀 탈출구' 운영자 백군은 '싸우고 싶은 사람, 돈 걸고 싶은 사람, 도박하고 싶은 사람 모집 중'이란 글을 올렸고, 박군과 최군간의 두 차례 싸움(현피)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카페를 통해 공개됐다.

그럼에도 백군은 지난달 20일 '카페 내에서 현피를 금지하겠다'는 글을 올리는 등 네티즌들을 오도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에게 용기를 주는 게 첫째 목표. 현피로 싸우는 사람은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 드러났다.

문제는 현피가 K-1이나 UFC의 모방으로 흐른다는 점. 박군과 최군의 현피도 일찌감치 승부가 가려졌으나, K-1이나 UFC 경기가 3회까지 치러지는 걸 모방해 옥상에서 두 번째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그러나 싸움 승패를 놓고 돈을 걸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이버범죄수사대 국승인 대장은 "K-1이나 UFC 같은 격투기 경기를 모방하거나 일진이 되려고 폭력을 추종하는 인터넷 카페를 앞으로도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청소년이 잔인할 정도로 상대를 때리는 격투기 K-1과 UFC를 TV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다. 경찰은 맞짱 카페의 문제점을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보했다. 학교에서 싸움으로 서열을 가리는 일진문화에 대해서는 교과부측에, UFC 등이 15세 미만 청소년에게 사실상 연령 제한 없이 시청된다는 사실은 방통심위측에 알렸다. 경찰은 방통심위에 격투기 시청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인터넷 포털에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글과 동영상을 담은 카페를 폐쇄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입건된 청소년 8명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화해하고 반성한 뒤 상담치료와 봉사활동을 받아들이면 훈방 조치할 수 계획이다.



이상준기자 jun@hk.co.kr